서울신문 기자 5명이 한겨레 경력기자 채용에 최종 합격했다. 호반건설 그룹이 서울신문 대주주로 올라선 뒤 언론사 문화가 급속히 경직되면서, 주니어 기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나는 결과를 낳았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한겨레는 최근 경력직원 공개채용을 진행한 결과 20일 최종 합격자들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취재에 따르면 서울신문에서는 편집기자(1명)를 포함해 모두 5명이 최종 합격했다. 특히 취재기자의 경우 총 8명의 합격자 중 4명이 서울신문 소속이다. 이들은 2012~2019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4~11년차에 해당하는 주니어 기자들이다.

일선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기자들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데에 언론계 관심이 모였다. 지난 5년 사이 다른 언론사로 옮긴 기자가 1명에 그쳤던 서울신문에서 기자들이 한겨레로 대거 이직을 택해 특히 이례적이다.

▲서울신문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서울신문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실상 서울신문 내부에선 이번 채용이 진행되기 전부터 역량 있는 기자들이 회사를 떠나리라는 관측이 나왔다. 호반그룹이 지난해 9월 서울신문 지분 과반을 얻어 대주주가 된 뒤 대주주와 관련한 편집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올초 대주주 호반을 검증한 과거 보도 50여건을 일괄 삭제했다. 호반 이해관계와 관련된 보도들도 윗선 지시로 축소됐다. 경영진은 지난달 구성원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호반이 들어선 호반파크로 사옥 이전을 결정하기도 했다. 저연차 기자들은 사안마다 수차례 성명을 내고 각 사태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으나 경영진이 이를 일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편집권 훼손과 졸속 경영 논란이 일었다.

서울신문의 한 주니어 기자는 “서울신문이 해마다 5명 안팎의 신입 취재기자를 뽑은 것을 생각하면, 이번 결과는 규모 면에서 한 기수가 통으로 나간 것이나 다름 없다”며 “특히 일선에서 맹활약 중인 에이스급 기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했다.

이 기자는 “회사는 이들 기자가 서울신문을 떠날 결심을 한 이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구성원 유출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지금의 분위기라면 인력 유출은 더욱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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