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취임 두달 간 사적 채용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코바나컨텐츠 임원이 김건희 여사를 수행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친인척이 대통령실 근무,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배우자의 대통령 해외순방 수행,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하는 극우 유튜버의 누나의 대통령실 채용,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의 아들이 대통령실에서 채용된 사실에 더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지역구 선관위원의 아들을 대통령실에 채용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 측의 입장은 대선 때 기여했고 전문성이 있는 인재로 채용에 불법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대통령실에서 전문성 여부를 적절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고, 전문성이 있더라도 사적 인연이 없는 전문가들을 써야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채용의 불법 여부는 현재 나오는 비판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해명이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누구라도 대통령은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통해 당선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대통령 입장에선 선거를 도운 이들이나 마음에 맞는 사람에게 자리를 주고 싶을 수 있다. 정실제도(엽관제)라고 비판받지만 대통령제에서 관직을 전리품처럼 주는 것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순 없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선거를 도운 많은 이들이 있다. 대통령실 규모를 줄이면서 ‘자리’가 줄었는데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우선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사적 인연을 챙긴다는 판단이 들면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인사 문제 상당수가 대선 당시 선거조직에 있던 이들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권자 입장에선 공정하게 전문성 있는 인사를 발탁하길 기대한다. 심지어 전문성이 있더라도 사적 인연을 배제하고, 검증을 통한 전문가 채용을 요구한다. ‘문제없다’는 대통령의 입장과 ‘사적채용은 부적절하다’는 국민 다수의 입장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야 할 때다.

대통령실 ‘사적채용’만 문제는 아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 법에서 임기를 정한 정무직 기관장도 논쟁거리다. 여권에선 도의상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으로 연일 전임 정부 인사에게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물러나는 게 타당한지, 법에서 임기를 보장했으니 임기를 채우는 것이 더 타당한지 논의가 필요하다. 법을 개정해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자는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 

두 사안을 종합하면, 대통령의 인사권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을 경우 이런 논란은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의 범위와 해당 자리에 대한 자격요건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사적채용’ 논란은 주로 대통령실 직원에 대한 인사이기 때문에 대통령실 각 부서와 부서 내 직책마다 필요한 자격규정이 필요하다. 이전 정부들에선 해당 직책에 주로 어떤 부처의 공무원이 파견을 왔는지, 혹은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했던 인사가 임명됐는지 등 과거 사례에 비추어 규정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차기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직책과 자격요건을 규정한 일명 ‘플럼북’이 있다. 해당 규정집이 자두색(플럼)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미국 의회에서 발간하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2020년 12월 펴낸 플럼북은 200쪽 분량이다. 

초기 미국은 후보의 참모들이 선거 승리에 대한 공을 자리로 인정받는 엽관제 전통이 강했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유권자들이 높은 정책전문성을 요구하면서 실적과 전문성에 따른 인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한국도 큰 흐름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윤 정부 인사에 대한 비판내용과 강도를 보면 ‘공정성’ 부분에선 결백에 가까운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자체장이 마음대로 조직개편과 인사를 할 수 없다. 경기도의 경우 최근 정무직 부지사인 평화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소관 실국을 조정하기 위해 경기도의회에 조례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대부분 정부부처나 지자체는 각 부처에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담당업무 등이 공개돼있다. 

▲ 서울 여의도 국회.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 사진=장슬기 기자

 

정부조직법 개정이 없는 한 대통령실 조직개편과 인사가 국회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 뜻대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알리지 않으면 어떤 인사가 임명되는지 알 수 없고, 대통령실에서 누가 근무하는지, 담당업무나 연락처 등의 정보도 비공개다. 대통령실도 행정부 조직으로서 국회의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마땅한 삼권분립 원리다. 더 높은 수준의 국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국도 국회에서 ‘한국판 플럼북’을 논의한다면 여당의 입장도 반영이 되기 때문에 일정부분 대선 캠프 시절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 측근을 임명할 수 있는 자리,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없는 자리들을 규정하고 민간의 인재영입이든 늘공이든 해당 직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인사를 임명해 권력을 남용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대통령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는 적게는 8000개에서 많으면 3만개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신과 대통령의 핵심관계자들이 전리품처럼 자리를 나눠주기 시작하면 인사실패가 벌어질 수 있다. 미디어오늘이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한국갤럽 국정지지도 조사 결과를 살펴본 결과 취임 두달째 부정평가 이유는 모두 ‘인사실패’였다. 

▲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전경 ⓒ연합뉴스
▲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전경 ⓒ연합뉴스

 

역설적으로 윤석열 정부 시기는 ‘정권 초 인사실패’라는 반복된 과제를 풀어야 할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관련 비판을 받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인적청산을 포함한 적폐청산 수사로 고속승진을 했고, 법무부장관 인사 관련 수사를 통해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비판했고, 당선 이후 윤 대통령은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서 벗어나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했다. 불필요한 권한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종로의 청와대가 용산 대통령실로 공간만 이동했다는 평가를 듣지 않으려면 대통령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국판 플럼북’ 도입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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