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전쟁이 나는 것을 상정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6·25 전쟁의 참극을 떠올릴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가를 충분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반도의 전쟁 비극에 대한 전망과 그 방지책에 대한 논의는 한국에서 활발치 않다.

그 이유의 하나는 남북한과 외세 등이 복잡하게 뒤엉킬 가능성이 크고 북한도 전쟁 당사자의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국보법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의 취지에 따르면 미래의 전쟁에서 북한은 악역으로만 상정되어야 하는데 이런 점이 미래의 한반도 전쟁에 대한 다양한 상상이나 논의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과 같은 참극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한반도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남북 군사대치의 특성상 전면 전쟁 발생 시 수도권에서 단시간 내에 최소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이 사망한다는 조사 결과나 나와 있다. 1개월 정도 장기화되면 1천 만 명 수준의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끔찍한 추정도 있다.

국보법은 남한의 승리, 북한의 괴멸이라는 목표만을 상정하고 그런 결과를 가져올 전쟁만을 생각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국보법 찬양론자들은 흔히 남한주도에 의한 통일, 북진통일을 주로 주장한다. 그 뿐 아니다. 북한의 급변사태나 북한 붕괴를 상상하면서 시나리오를 전개한다. 그러면 북한 급변사태나 붕괴 시에 국보법 신봉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통일이 올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때 외친 통일 대박이 가능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외세가 호시탐탐 한반도에 개입해서 이익을 나눠먹을 욕심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6·25전쟁 때 중국의 참전이라는 아픈 경험을 되살려 미군이 미래의 한반도 전쟁에서 북진하는 경우라 해도 평양 위쪽의 청천강까지만 진격하는 전략을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다.

미국은 195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전제로 한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최근에도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북한 수뇌부를 암살하는 식으로 북한 정권교체를 시도하겠다는 발상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 중국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한미 두 나라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합리화시키고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침략이 아니라 자위권에 의한 ‘내륙 진격’ 훈련이라 하는 식의 아전인수식 전쟁논리를 개발했는데 상대도 유사한 논리로 맞대응하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 1950년 8월17일 낙동강 전선에서 미 육군 24사단 소속 M24 채피 전차와 전차병들. 사진=위키백과
▲ 1950년 8월17일 낙동강 전선에서 미 육군 24사단 소속 M24 채피 전차와 전차병들. 사진=위키백과

일본은 아베가 총격에 의해 사망한 뒤 개헌작업에 박차를 가해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는데 현행 헌법하에서도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파병할 다양한 방안을 확보했고 노력 중이었다. 일본은 미일방위협정에 의해 한반도에서 미일 합동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시에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의 요청에 의해서도 미일 합동 작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일본미래세대에게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교육시키는 의미이고 그에 따라 재침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반도 유사상황에 대한 대비를 보면 더욱 간교하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남한에 거주하는 일본인과 함께 북한의 일본인 납치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시도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2017년 4월13일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한반도 유사시 4개 국 분할 통치 시나리오 만들어

한반도 주변 외세는 한반도 유사시 각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반도 위기 사태에 개입할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우크라-러시아 전쟁의 경우에서 보듯 미국과 유럽 나토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겪는 비극을 계기로 서구진영의 결속을 다지면서 군사, 경제적 이익을 챙기려 시도했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제 3의 지대에서 이익쟁탈전을 벌이면서도 최악의 상황은 회피하자는 거래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과 군사적 충돌도 불사할 듯한 태도를 취하지만 ‘미중 외교 수장들이 만나 두 나라 경쟁을 하되 그것을 관리할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경쟁이 자칫 오판과 대결로 치닫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중국에 제안하기도 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2년 7월7일).

강대국들은 강대국간의 갈등과 대립은 각자 이익을 최대한 챙기는 선까지 경쟁을 하되 전쟁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자는 식의 핫라인을 유지하자는 속셈이다. 그러나 약소국을 무대로 이익 쟁탈전을 벌이는 것에서 강대국간의 이기주의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20세기 초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 필리핀을 놓고 식민지 흥정을 한 것이 그런 사례의 하나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해서 서로 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009년 북한 체제 붕괴 시 4개 국 분할 통치 시나리오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진 뒤 중국도 2015년 유사한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한 사실이 원전반대그룹의 해킹 문건을 통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채널A와 TV조선이 2015년 10월9일 보도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지역 북부 지역을, 한국과 미국은 남부 지역을 분할 점령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북한 붕괴가 한반도 재통일은커녕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외세가 북한 지역을 떡 조각 나누듯 하면서 배를 채우겠다는 의미다.

북한 지역 4개국 분할 통치 방안은, 통일된 한반도가 강대국으로 등장하고 그로 인해 동북아 지각 변동을 일으켜 외세를 불편하게 한다는 점이 전제된 구상이라 하겠다. 외세는 한반도 통일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 모든 외세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해왔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민족이 결코 받아드릴 수 없는 외세의 철면피한 흥정이고 야합이다.

국제사회는 냉혹하다. 강대국들의 힘에 의한 외교, 즉 힘이 정의라는 식의 야만적인 외교가 일상화 되어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북한 급변 사태 등이 분단 이전의 상태로 통일로 연결된다는, 국보법에 바탕을 둔 한심한 구상은 정말 민족의 미래를 망치면서 동북아 평화에 역행하는 망상에 불과하다. 외세는 남한의 이런 골빈 상태를 이용해 먹을 묘수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강대국들이 미래의 한반도 전쟁에서 이익을 취할 가능성에 대해 국내 정치권이나 언론, 전문가 등은 무관심하다. 그 문제에 대해 먼 남의 나라 일처럼 대할 뿐이다. 북한이 없어지기만 한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런 막가파적인 생각이 지배하는 것은 국보법 탓이다. 이 법은 외세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그에 대한 대비책의 강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국보법이 한반도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등 강대국의 입장에서 국보법이 너무 고마운 법이라 하겠다. 이 법은 미국이 북한을 제거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해도 남한의 뜨거운 지지를 받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보법의 그늘에서 미국의 국익을 챙기기 위한, 상한선 없는 한반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 때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사실 북한이 스스로 무너질 때를 기다리는 전략이었다. 바이든 정부도 북한에 대한 봉쇄와 압박을 강화하면서 ‘북한이 먼저 평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나면 협상하겠다’는 식이다. 이는 북한에 대해 먼저 무릎 꿇고 나오면 대화한다는 것으로 자존을 크게 강조하는 북한 입장을 고려할 때 북미간에 평화적 대화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 사진=flickr
▲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 사진=flickr

미국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국과의 대치를 우선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흡사한 대북 강경책을 앞세우면서 군비증강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도 미사일 개발에 이어 핵실험 실시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니 한반도의 가까운 미래는 군사력 대치를 통한 긴장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남북간 소통이나 긴장완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쟁에 대한 국제규범 있다 해도 예방이 최선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이 전쟁은 일상사의 하나처럼 되어 있다. 그렇다 해도 인류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도 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 러시아 전쟁과 같이 평화를 중재하는 세력이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일단 전쟁이 발생하면 그 이후는 대단히 불행하다.

전쟁은 흔히 침략전쟁과 정의의 전쟁으로 구분된다. 전쟁은, 침략전쟁은 절대 안 되는 것이고 정의의 전쟁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된다. 두 전쟁은 얼핏 보기에도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두 전쟁을 분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교전 당사국들의 주장이 엇갈리기 일쑤이고 실제 조사에 의해 그 진위를 가리는 것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침략전쟁을 정의한 국제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연합헌장에도 침략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으며, 국제연합은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침략행위의 존재여부를 다수결의 방법으로 결정하게 된다.

침략이냐 아니냐는 개별국가의 주관에 의해 판단될 수밖에 없다. 이러니 국제사회에서는 전쟁의 성격에 대한 규정에서 결정권의 행사 등과 같은 힘의 논리가 우선하게 된다. 또한 승전국은 정의의 전쟁을 한 것으로 되고 패전국은 온갖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휴전할 경우는 쌍방의 주장이 맞서는 형국이 지속되는 것이 상례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국제사회는 정당한 전쟁이라 해도 무제한적인 무력 사용이나 잔혹 행위를 규제하는 국제법인 전시국제법(law of war) 또는 전쟁법을 발효시켜  전쟁의 개시조건, 무력수단, 공격목표물 등을 각각 제한하고 있다. 이 법은 전쟁으로 인한 불필요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적 장치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규제한다.

-- 최소한의 기간과 비용 내에 최소한의 인명 피해로 적을 항복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군사작전은 교전자만을 상대로 하며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이상의 전투력은 사용할 수 없다. 전투력 사용의 피해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전시 국제법에 따라 처형 될 수 있다. --

제네바협약은 전쟁을 멈추도록 하는 것보다는 무력충돌에서 빚어지는 야만행위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육상과 해상전투에서의 군대 부상자, 조난자, 포로, 전시 민간인 보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유엔은 헌장에 의해 전 세계의 유엔 회원국이 자위권 행사가 아닌 경우에 무력 사용을 하면 국제법인 유엔 헌장과 전쟁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유엔 헌장 제 2조 3항은 “모든 회원국은 그들의 국제 분쟁을 국제 평화와 안전 그리고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아니하는 방식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해야 한다”로 되어 있다. 또한 4항은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 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유엔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가해야한다”라고 되어 있다.

단, 유엔헌장 제42조는 유엔 안보리의 무력사용승인에 의한 전쟁, 제51조에 의한 자위권에 의한 전쟁은 정당한 전쟁으로 국제법상 인정하고 있다. 그 이외의 전쟁은 침략범죄가 되어 국제법 위반이며, 이에 대한 국가책임 이외에, 로마규정에 의해 개인까지 전범으로 형사처벌 된다.

▲ 7월5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7월5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대통령, 대북 강경 발언보다 전쟁예방, 평화유지 방안 제시해야

세계 전쟁사를 보면 군사적 대치가 심화된 상황이면 우발적인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한반도의 경우도 이런 점에 유의해서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수단은 국민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군이 국가의 최고 주인공인양 설치는 것은 좋지 않다. 군의 최고 총수권자가 대통령이라는 것은, 무력을 수단으로 하는 군은 국가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은 안보를 책임지는 군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력을 항상 발휘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안심 차원이라 해도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과 같은 전쟁을 연상하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우선 외국자본이나 투자자 등이 볼 때 한반도를 불안지역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 북한을 자극해 남북간 긴장상태를 조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전투나 전쟁에 대해서는 군고위층이 언급하고 대통령은 불가피한 충돌이나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언급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불행한 미래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력 10위권, 군사력 6위권인 국력에 걸 맞는 자주권 행사를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 세계 평화기여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국보법은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개폐에 나서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주변 외세가 뱃속의 욕심을 채우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을 가능성을 상정할  한반도의 평화통일만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유일한 해답이다. 외세가 한반도 분단으로 부당이익을 취해왔고 미래도 그런 욕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때 한민족은 물론 동북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할 최상의 방안은 한반도 평화통일이다.

이를 위해 남북한이 정치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을 단기간에 타개치 못한다 해도 정경 분리 원칙에 입각한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강화해 남북 경제 공동체 추진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6·15공동선언, 2018년 두 차례의 남북정상 회담 등에서 합의된 것들을 실천에 옮겨 느슨한 연방제 통일 방안 등을 위한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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