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지인 아들이 대통령실에 ‘사적 채용’됐다는 논란에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월급이 적어) 내가 미안하더라”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공무원과 공무원시험 준비생 커뮤니티의 반발도 거세다.

보도에 따르면 권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내가 추천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잘 안다”면서 “(이 직원의 업무 역량이) 충분하다,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으로 들어갔는데 뭘 그걸 가지고, 최저임금 받고 들어갔는데”라고 말했다.

권 대행은 “난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이 넣었더라”라며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한 10만원.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라고 말했다.

해당 직원을 대통령실에 추천한 과정에는 “걔가 방학 때도, 대학 다닐 때도 우리 사무실에 와서 자원봉사도 했다. 그래서 군대를 제대했길래 선발대에 넣었다”며 “(대선) 후보가 어디 가면 (같이) 추운데 고생했다”고 했다. 권 대행은 “(대통령실에)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더니 자리 없다고 그러다가 넣었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대통령실에서 공정과 거리가 먼 채용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던 상황에 권 원내대표의 ‘9급 채용은 미안한 일’이라고 발언하면서 공무원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 기반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소속임을 인증한 공무원들의 비판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한 지역교육청 소속이라 인증한 이용자는 “1급은 안 되고 9급은 되냐. 이게 뭔 소리냐”라고 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공부 때려치고 다음 총선 때 권성동 캠프 가서 자원봉사해라. 9급 정도는 꽂아줌” “이러고선 청년 공기업 공무원 신규채용은 줄인다고?” 등 공무원 인증 누리꾼 반응이 달렸다.

여러 이용자가 “9급 월급이 적다면서 월급을 왜 동결하느냐”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에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를 요구하면서 공무원 정원과 임금 동결 전망이 나오는 것을 가리킨 말이다.

‘9급 공무원 처우가 나빠 우씨에게 미안하다’는 권 대행 발언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 세무직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모인 대규모 SNS 오픈채팅방에서 한 준비생은 “(권 의원 말이) 9급은 아무나 들어가는 저임금 노동자라 그냥 꽂아줬다고 들린다. ‘7급도 아닌데 무슨 난리’(냐는 말인가)?”라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16일 익명 기반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16일 익명 기반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9급 공무원 게시판(갤러리)에서 한 누리꾼은 “여당 원내대표께서 인간이 어떻게 9급짜리 월급으로 서울 사냐고 확인사살 시켜주셨다”고 자조했다. “9급 붙으면 주위에 소문내지 말자. 합격을 쪽팔려 해야 한다” “이게 딱 9급 공무원의 현실”이라는 글도 달렸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지인이자 강릉의 한 통신설비업체 대표인 우아무개씨의 아들이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행정요원으로 근무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 사장의 아들 우아무개씨는 지난해 7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에게 1000만원을 후원해 고액후원자 가운데 최연소였다. JTBC는 16일 우씨 아들이 권 의원 지역구인 강릉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아들이라고 보도해 이해충돌 소지를 제기했다.

그에 앞서 동해에서 전기업체를 운영하는 황씨 아들(30대 중반) B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요원과 행정관으로 채용된 사실이 알려져 사적 채용 논란이 일었다. 지난 12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욕설 시위를 벌이고 있는 극우 유튜버 안아무개씨 누나가 대통령실에 근무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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