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내 청소노동자 투쟁 현수막. 사진=윤유경 기자.
▲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내 청소노동자 투쟁 현수막. 사진=윤유경 기자.

연세대학교 재학생 3명이 교내에서 ‘임금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집회중인 청소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래에 겪을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고려한 정신적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재학생들의 청소노동자 고소로 언론의 관심이 연세대로 쏠렸다.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매년 지속되어 왔지만, 이번처럼 언론보도가 집중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장은 15일 미디어오늘에 “(언론의 관심이) 실감이 많이 난다. 그전에는 학교 안에서만 우리 목소리를 내곤 했었는데, 이번에 공론화가 많이 돼서 학교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더욱 창피해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언론보도는 어땠을까.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2일 ‘“약자는 무조건 선하냐”…연대 청소노동 시위 고소인의 항변’ 기사에서 소송을 제기한 3명의 연대생 가운데 한명인 ‘고소인 A씨’의 발언을 실었다. A씨는 “(일부 언론은) 마치 강자인 우리가 약자인 청소노동자 분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서술했다”며 “민노총은 조합원 수만 100만 명이 넘는 거대 조직이다. 단순히 청소 노동자, 혹은 경비 노동자라는 프레임으로만 보도하니까 마치 그분들이 약자인 것처럼 그려진다”고 주장했다.

▲ 한국경제신문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신문 기사 갈무리.

 

현장 열악함 보여주는 르포, 원하청 구조 짚는 보도 이어져 

청소노동자 투쟁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 보도도 많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투쟁 보도는 ‘고소’라는 단발성 이슈에만 그치지 않고 연세대 나임윤경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청소노동자 고소 행위 비판, 3000명이 넘는 학생·졸업생·시민들의 연서명을 통한 지지 의사표명, 연세대 출신 변호사들의 학내 청소노동자 소송 대리인단 구성 등 관련 사안이 나타날 때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고려대 청소노동자 시급 인상 및 휴게 공간 개선을 위한 점거 농성에도 다수의 언론이 취재하며 노동자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고소 학생의 주장을 팩트체크하는 보도도 이어졌다. 가령, YTN은 지난 6일 ‘[팩트와이] 연세대 청소노동자 월급 300만 원 넘는다?’ 기사에서 “지난 5월 명세서를 보면 208만2000원이 찍혀 있다. 세금과 고용 보험료 등을 떼고 난 실수령액은 194만7000원. 용역 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 등 청소노동자 한 명을 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대학 측의 비용까지 모두 합쳐도 300만 원 안팎”이라며 “청소노동자 월급이 300~400만 원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직접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을 찾아가거나 일터에 동행하며 현장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르포 기사들도 많았다. 지난 6일 머니투데이 기사 ‘[르포] 새벽부터 대학 칠판닦는 60대 청소부…‘땀냄새’에 휴게실서도 쉬지 못했다’는 연세대 청소노동자 김모씨(66)를 새벽 3시부터 따라다녔다. 연합뉴스도 지난 14일 ‘“청소하고 나면 땀범벅인데…칸막이도 없는 수돗가에서 씻어”’ 기사에서 고려대 법학관(구관) 지하 휴게실을 찾아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시설과 샤워실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그들의 요구를 전했다.

▲ 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 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경인일보는 지난 9일 ‘내 쉴 곳은 복도·계단·화장실, 여전히 열악한 대학가 청소노동자 쉼터’ 기사에서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가운데 도내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 역시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국대 죽전캠퍼스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취재했다. 

재학생의 고소로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 이번 사건이 ‘학생’ 대 ‘청소노동자’의 단순 대결 구도로 소비되는 것을 우려하며 본질적 문제는 학교와 원하청 구조에 있음을 짚는 보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15일자 아시아경제 ‘갈등 치닫는 대학내 노동자 문제 해법은 직고용’ 기사는 “각 학교 재학·졸업생들은 대학 본부가 노동자들을 직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는 원·하청 구조가 갈등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동국대의 경우 2018년 청소노동자 97명을 직접 고용한 후 학내 집회 등 갈등 요인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도 2017년 200여명의 학내 노동자들을 직고용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자 한겨레 기사 ‘연세대, 5800억 쌓아놓고 ‘시급 440원’ 인상 요구에 “재정 어렵다”’에선 “지난 3월3일 지방노동위원회는 연세대를 포함한 13개 대학에 노조와 용역업체 간의 조정을 통해 청소노동자는 시급 400원, 경비노동자는 420원을 올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원청인 연세대와 용역업체가 200원 인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연세대의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5800억원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 붙어있는 학생들 대자보. 사진=윤유경 기자.
▲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 붙어있는 학생들 대자보. 사진=윤유경 기자.

지난 8일자 뉴스1 기사 ‘넉달째 '해법' 못찾는 연세대… '균열일터' 문제 집약판’에선 “연세대는 청소경비 업무를 외부 용역업체에 맡긴 상태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로 이어지는 현재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와 판박이”라며 “우리사회가 비정규직, 외주, 하도급 문제를 오랜 기간동안 방치했던 것이 연세대 사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손승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언론보도 관심이 촉발된 계기는 재학생의 민사 손해배상청구다. 근본적으로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데, 대학 내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안타깝다”며 “언론 등에서 관심을 가져주니 이 문제가 공론화돼서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했다. 

아울러 “언론에서도 처음에는 단순히 임금문제, 샤워실 문제로만 접근하다가 임금과 샤워 시설이 왜 열악할 수밖에 없는가 들여다보며 간접고용, 원하청 문제 등 근본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구조적 문제가 조금씩 공론화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 기회를 통해 향후 입법이나 원천 사용자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앞으로도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현장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