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촌 현실을 보면 국가간, 지역간 대치상황이나 전쟁에서 대중매체는 심리전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과 중국, 우크라와 러시아 등은 외교전을 벌일 때 언론을 통해 관련사실을 상대방에게 전달해 유포하면서 심리전을 벌인다. 교통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외교채널을 통해 이뤄졌던 외교전이 20세기로 들어서서는 대중매체가 그 통로로 대체되었다.

대중매체가 국가나 진영 간의 기 싸움, 전쟁 과정에서 선전도구로 활용되면서 군사용어가 보도용어로 굳어져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러시아 전쟁에 대해 국제사회는 두 개의 진영으로 쪼개져 있고 대중매체는 대부분 소속 국가의 시각에서 전황을 보도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니 동일한 전투에 대해서도 상반된 보도가 나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언론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국보법에 짓눌리고 한미동맹에 대한 시시비비를 외면하면서 정부나 군의 대북 선전홍보 역할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 결과 군사용어를 보도용어로 사용하고 군의 심리전을 대행하는 역할이 굳어져 있다.

예를 들면 무기나 군사행동에 대한 군대용어는 과거에 비해 군의 폭력적 특성을 중화시키거나 얼핏 보면 무슨 의미인지 애매한 쪽으로 크게 변형된 상태이다. 또한 한미 두 나라 군대의 대북전략은 언론에 상세하게 보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북한에 대해 ‘이래도 까불래?’하는 식의 심리전 목적인 경우로 해석된다.

언론보도에서 군사용어가 보도용어로 사용되는 사례

군의 전문용어가 언론보도에서도 기사 문장에 등장하는 것은 다반사인데 그런 경우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22년 5월23일 <한국 군 “미 전략자산 전개 논의할 통로 구축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 한국 군 당국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서 전개하는 것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를 할 통로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23일 이를 협의하기 위한 한미 간 통로를 마련하는 등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정례연습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전략자산 전개 방안을 논의할 통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신속한 재개를 합의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통합국방협의체(KIDD), 국방장관 간 안보협의회의(SCM) 등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위의 기사에서 ‘무기’는 전략자산으로, ‘군사행동’은 전개로, ‘합동작전’은 공조체계로, ‘정례훈련’은 정례연습으로 표기되어 있다. 또한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핵전략’은 확장억제로 대치되고 있다. 이 기사에서와 같은 경우는 한국 언론 대부분이 일상적으로 작성하고 일반인도 접하고 있다.

군이 오랜 세월 사용해왔던 전문 군사 용어 대신 중립적이거나 때로는 경제학 용어와 유사한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전쟁보다 평화를 중시하는 유엔 헌장 등을 고려하고 군의 이미지를 긍정적인 쪽으로 관리하려는 심리, 선전전의 개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군이 과거와 달리 군사용어를 중립적인 의미의 용어로 바꾸고 언론이 그에 협조하면서 군의 살벌한 이미지는 그렇지 않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심리전과 일반 광고, 홍보에 소개되는 내용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깊이 유의해서 군이 대중매체를 이용해 심리전을 펴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즉 심리전 정보는 적과 무력으로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그 정보가 진실이건 허위이건 분간치 않는다. 적이 심리전에 사용된 정보로 항복하거나 사기가 저하되면 목적이 달성된다.

반면 일반사회에서 선전과 홍보전에 나오는 정보는 일부분의 진실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허위정보는 금기시 된다. 예를 들면 상품에 대한 홍보, 선전 정보는 상품의 특정사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여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납세자인 자국민을 심리전 대상으로 삼는 것을 미국 등은 불법시하고 있다.

▲ 7월7일 미 군산기지 제8전투비행단에서 군인들이 GBU-31 Version-3 JDAM 정밀유도탄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7월7일 미 군산기지 제8전투비행단에서 군인들이 GBU-31 Version-3 JDAM 정밀유도탄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군사훈련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대북 심리전 사례

과거에는 군의 전략이나 훈련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그것을 누설할 경우 처벌했으나 오늘날 한미 연합훈련과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연합뉴스TV가 2022년 7월14일 <한미 최초 F-35A 연합 비행훈련… 北 ‘핵실험 준비’ 강력 경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아래와 같이 보도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 한국과 미국 공군이 처음으로 F-35A를 포함한 연합 비행 훈련을 시행,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한미 공군은 지난 11일부터 국내 임무 공역에서 5세대 전투기인 F-35A를 포함해 다수 전투기가 참가하는 연합 비행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고 공군이 14일 밝혔는데요.

이번 훈련은 국내에 F-35A가 도입된 후 양국 F-35A가 함께 참가하는 첫 연합훈련으로, 연합작전 수행 능력과 F-35A의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훈련에는 우리 공군의 F-35A, F-15K, KF-16, FA-50과 미 공군의 F-35A, F-16 등 총 30여 대의 전력이 참가했는데요.

이번 훈련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한다'는 합의의 후속 조치로 이뤄졌는데요. --

위의 기사에서 F-35A가 주로 소개되고 있는데 이 기종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미 공군의 최첨단 전투기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의 하나로 알려져 있고 우리 공군은 현재 F 35A ‘블록 3’ 모델을 40대 보유하고 있다.

한국군이 추가로 도입할 블록 4 모델은 기존 모델 대비 91군데의 성능 개선이 이뤄지는 최신 모델로 적의 레이더 등 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전자전 체계인 ‘ESM’ 성능이 제고되고 탑재 컴퓨터 및 레이더·전자광학 체계 성능 향상, 조종석 디스플레이의 디자인 개선, 항법 장치 최신화, 탑재 무장 종류 확대 등이 적용될 전망이다.

추가 도입하려는 F-35A 최신형 등의 수량이 늘어나면 북한의 대남 핵·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자위적 조치를 하는 ‘킬체인’ 작전 실행 역량도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서울경제 2022년 6월29일).

이상과 같이 한국 공군력 강화를 언론이 소개하는 것은 군이 그것을 적극 원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과거 같으면 군 기밀사항이지만 군이 적극 공개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심리전을 전개하고 납세자인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군의 공군력 증강이 적극 소개된 것은 올 초부터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지속되면서 취해진 측면도 있다. 북한이 아직 핵실험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핵실험 가능성을 빌미로 군비증강을 합리화시키는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한미 두 나라 정부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우크라- 러시아 전쟁으로 북한이 자체 핵무기 보유의 중요성을 새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면서 최근까지 북한의 핵실험 실시 가능성을 계속 제시했지만 번번이 빗나가면서 ‘헛발질을 너무 자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한편 YTN이 지난 2016년 2월22일 <한미 해병대, 쌍용훈련 ‘北 내륙 진격작전’ 강화>라는 제목의 기사는 대단히 중요한 한미 두 나라 군대의 대북 전략을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 한미 양국 해병대가 다음 달 한미 연합 상륙작전인 쌍용훈련에서 북한 핵심 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내륙 진격 훈련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한미는 이번에 북한 해안에 상륙한 뒤 내륙으로 진격해 핵·미사일 기지를 조기에 무력화하고 북한 지휘부를 타격하는 연습 등을 강화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지상작전 훈련 기간도 늘렸습니다.

이는 유사시 북한 지휘부와 핵·미사일 기지의 선제 타격 개념을 규정한 ‘작전계획 5015’가 한미 연합훈련에 전면 적용된 데 따른 것입니다. --

위와 같은 언론 보도로 한미 두 나라 군대가 북한 핵심 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세운 ‘내륙 진격 작전’은 군의 기밀사항의 범위를 벗어나 모두의 일반 지식이 되어 버렸다.

군이 무시무시한 군사 작전을 공개하는 것은 북한을 겁박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고 그런 목적 수행이 대중매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군이 공개한 작전 내용을 보면, 한미는 북한 해안에 상륙한 뒤 내륙으로 진격해 핵·미사일 기지를 조기에 무력화하고 북한 지휘부를 타격하는 연습 등을 강화했고 이를 위해 지상작전 훈련 기간도 늘렸다.

이 훈련은 유사시 북한 지휘부와 핵·미사일 기지의 선제 타격 개념을 규정한 '작전계획 5015'가 한미 연합훈련에 전면 적용된 데 따른 것으로 한국군 해병대 3천여 명과 미 해병대 7천여 명이 참여해, 쌍용훈련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미군이 한국군보다 두 배가 넘는 것은 미국 주도로 훈련이 벌어진다는 것을 의미한 것으로 미국의 한반도 유사시 즉각 개입 의지를 확인한 것이었다.

이 훈련에 대한 군의 발표 내용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내륙 진격’ 훈련이라는 용어다. 이는 한미 두 나라 군대가 북한 지역을 침투해 작전을 벌이는 훈련이지만 침략, 또는 침공 대신 ‘내륙 진격’으로 표현한 점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내륙 진격’으로 동일하게 표기한 것으로 미뤄 군이 제공한 관련 자료를 그대로 쓴 것으로 보인다.

군과 언론이 왜 이런 표현을 썼을까는 자명하다. 대내외적으로 한미 두 나라가 북한을 침공한다는 의미로 전달되는 것을 피하려는 군의 노림수에 언론이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궤멸시키는 것이 목적인 국보법의 취지를 언론이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위 훈련이 실시된 일 년 후인 2017년 3월 독수리 한미연합군사연습의 경우를 보면 미국 칼 빈슨 항공모함, B-1B 랜서폭격기와 함께 미 육군 제75공수연대 레인저 부대, 제1, 19 특수전단 등이 참가했다. 이에 대해 북한 총참모부는 “임의의 시각에 사전 경고 없이 섬멸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며 한미의 특수작전에 ‘우리 식 선제적 특수작전’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통일뉴스 2017년 3월26일).

미국이 이 훈련에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벌인 ‘네이비 실’을 투입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를 두고, 북한 총참모부는 “특수작전 훈련의 목적이 북 수뇌부제거를 위한 참수작전과 핵, 로켓트 기지를 없애버리기 위한 선제타격 작전에 기본을 두고 있다는데 대해 숨기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북한 총참모부는 “지금 조선반도는 엄중한 전쟁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노린 미제와 괴뢰군부 호전광들의 특수작전 흉계가 명백해지고 위험천만한 선제타격 기도까지 드러난 이상 우리 식의 선제적인 특수작전, 우리 식의 선제타격전으로 그 모든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군 심리전 도구 벗어나 본연의 역할 찾아야

군사 전략은 기본적으로 적을 속이면서 그 허를 찌르는 것이다. 허허실실이 기본이다. 그런데 대북 전략과 관련된 이런저런 정보가 언론을 통해 확산되거나 한미연합군의 대북 전략이 공개되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대북 심리전이 중요하기는 하다 해도 그것이 군을 유지하는 세금을 내는 국민들에게 군이 안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든든함보다는 ‘저러다 혹시 어떻게 되나’ 하는 식의 위기감이나 공포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

요즘은 테러와의 전쟁 개념 때문에 전후방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자국민을 상대로 한 군의 심리전은 모든 경우에 금지되어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

전시 상황도 아닌데 군과 언론이 하나가 된 모습은 부적절하다. 언론은 언론의 고유영역을 지키는 것이 그 존립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언론이 군의 심리전, 선전전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언론 스스로 본연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것은 헌법 정신과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의 이런 태도는 이승만, 박정희 독재 정권 등을 거치면서 언론이 국보법에 중독 된 것을 입증한다. 군이 훈련 상황 등을 굳이 공개를 하는 것은 전달수단으로 이용 가능한 언론의 굳어진 체질을 십분 활용하려는 조치다. 언론에 공개를 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고 계산한 결과다.

▲ 19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16일 오전 8~9시 경 중앙청 앞에서 박정희와 이낙선 소령, 박종규 소령, 차지철.
▲ 19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16일 오전 8~9시 경 중앙청 앞에서 박정희와 이낙선 소령, 박종규 소령, 차지철.

이렇게 되면 군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군의 위상이 강화되고 군에 대한 예산 증대 등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군사훈련을 공개하면, 북한과 중국 등이 긴장하면서 대응작전을 모색하게 되고 외국 자본이 한국을 기피하거나 한국 사회에서는 안보의식, 또는 안보불안감이 고조된다는 역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군은 정치에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군 최고통수권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확인된다. 정치는 전쟁을 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고 군도 그것이 달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런 목표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할 때 달성되어 국민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남북의 국방비 격차가 30배가 넘고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라는 점에서 한미의 군사력은 북한을 엄청나게 압도하고 있다. 한미 두 나라는 군사적인 대북 압박전략을 앞세우는 것보다 북한이 응할 수밖에 없는 평화적인 방안을 제기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합리적이다. 군사적 대치가 힘겨루기만 부각되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불안한 노릇이다. 무력에 의한 문제 해결은 6·25전쟁에서 경험했듯이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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