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사회적 문제와 책무 준수를 위해 민간이 이니셔티브(주도)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타버스, NFT 등 신유형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우려되는 문제를 민간에서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한 다음 필요하면 법제화, 제도화한다. 우리는 그것보다 이익 추구와 사업화 모델을 만드는 데 좀 더 빠르다. 사회적 책무를 만드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미국이 자율규제가 잘 되는 이유는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얼핏 들어보면 맞는 얘기 같지만, 미국 기업들은 신산업 신서비스가 나왔을 때 누구보다 자발적으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그게 사회에 신뢰를 부여하게 되고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 의회가 아직은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규제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12일 오후 한국방송학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시대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이용자 보호’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12일 오후 한국방송학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시대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이용자 보호’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12일 오후 한국방송학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시대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이용자 보호’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경진 교수는 자율규제와 규제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상의 규제는 협력적 공정 규제여야 한다. 정부와 민간, 모든 플레이어가 함께 가야 한다”며 “이론적인 논의는 실제 환경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강제 규제가 있으면서 자율규제를 준수할 건지, 강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자율규제를 민간에 맡길 건지 등 여러 방법이 있는데, 자율규제와 규제가 같이 가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경진 교수는 자율규제의 성공조건으로 △신뢰성 △책임성 △자율성 △참여 △다양성 △투명성 △예측 가능성 △지속가능성 △실천 등 총 9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인앱결제도 강제 규제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 요건들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유튜브 노란 딱지 문제도 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 콘텐츠가 언제 스크리닝되고 필터링되는지 모른다. 그런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이 깨졌기 때문에 규제의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최경진 가천대 교수가 제시한 자율규제의 성공조건. 사진=발제 자료집
▲ 최경진 가천대 교수가 제시한 자율규제의 성공조건. 사진=발제 자료집

인앱결제는 이용자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계정에 등록해둔 결제수단으로 이뤄지는 결제를 말한다. 구글이 2020년 앞으로 모든 앱 안에서는 인앱결제만 써야 한다고 하자, 반발이 컸다. 이에 지난해 9월 국회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입법해 규제에 나섰다.

민간에서 자율규제를 잘 시행한다면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하는 ‘전기통신사업자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를 언급했다. 최 교수는 “민간에서 잘 대응한다면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정부 부처의 조사를 미루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 방통위가 잘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이용자 업무 평가가 있다. 민간과 관이 함께 만들었다”며 “민간에서 사업자들을 평가한 다음 우수한 결과에 따라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국내 사업자들의 태도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율규제와 사회적 책무에서 중요한 건 어떻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느냐다. 자체적인 규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시장에 그런 신뢰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무 활동을 마케팅으로 생각하는 기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전문위원은 “자율규제를 논하기 전에 사업자와 이해관계자들의 기본적인 태도부터 바꿔야한다”며 “아무리 좋은 자율규제 모델을 만든다 해도 사업자들의 기본적인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플랫폼 약관에 사업자들이 이용자 보호를 약속하고 이해관계자가 약속을 잘 지키는지 모니터링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 하나는 탈중앙화를 이야기하는데, 탈중앙화라는 말에 기술적으로 동의할 수 있으나 운영적 측면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국내 기업에선 사업자 스스로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정부가 관여할 수밖에 없는 모델, 협력적 집합적 모델에 대해 고민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장준영 쿠팡 소속 변호사는 “한국은 민관 협력 모델의 자율규제가 가장 적합하다. 사업자들이 규제 세팅에 전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 전적으로 가이드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며 “협력해서 만들고 인센티브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한 방법인 것 같다. 자율규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민관협력이 바람직하고 인센티브제도를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장준영 변호사는 “투명한 자율 규제 준수 모델은 ‘통신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 같은 게 대표적인 투명성 확보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관 주도의 사업자들에 대한 여러 요소를 평가해 공개함으로써 정부 주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평가 위원회를 통해 공시하도록 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투명성 확보 방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알고리즘을 체크하는 건 참여한 모든 사람이 체크해야 한다. 오픈소스로 가야 한다. 어느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분산이 됐냐 안 됐냐. 로직(알고리즘의 원리)이 공개되어있냐 아니냐. 누구나 검증할 수 있냐 없냐. 이걸 규제의 초점으로 잡고 시스템도 이걸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거기에 맞는 자율규제 시스템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용어설명

△오픈소스 :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OSS라고도 한다.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인터넷 등을 통해 무상으로 공개해 누구나 그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이것을 재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는 그런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탈중앙화 : 웹상에서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독점하는 현상에 대응해 데이터의 분산 저장과 사용자의 데이터 접근 이용 정책을 개방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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