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전임 경영진 시절 무산된 여의도 신사옥 사업 대신 새로운 종합공간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올 하반기 이를 위한 컨설팅 용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KBS 경영진은 13일 KBS 이사회에 미래방송센터 건립안 후속격인 종합공간계획 추진 방향을 보고했다. 2016년 고대영 사장 시절 여의도 신사옥 중심으로 추진된 2800억 원대의 기존 사업은, 양승동 사장 시절인 지난해 11월 최종 중단됐다. 국회의사당 세종시 이전을 비롯한 환경 변화를 이유로 설계용역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해당 사업은 설계용역비 56억3000만 원을 집행(2017년 70억 계약)한 채 사라지게 됐다.

김의철 KBS 사장은 이날 “2017년 이후 자금조달계획 등 여러 차질이 생겨서 계속 설계용역 계약을 연장하다가, 2021년 11월19일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경영회의 의결을 거쳐 미래방송센터 설계 용역이 종료하는 절차를 밟게 됐다”며 “당시 계약 종료에 따른 후속 조처로서 KBS 본사 시설 종합공간계획 컨설팅 용역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22년 예산 9억을 반영해서 추진하겠다는 경영회의 의결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KBS 경영진은 이에 따라 오는 9월 컨설팅 용역을 시행해 2023년 상반기에 관련 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일부 이사들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이상요 이사는 “종합공간계획 수립을 위한 행위는 아무 것도 안 한 거 같다”며 “미래방송센터 건립을 안 하겠다고 해놓고 후속조치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봐도 되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김종민 이사는 “(여의도) 고도제한이 해제되지도 않았고 용적률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컨설팅이 가능한가”라면서 “컨설팅 예산으로 약 9억 원이 편성돼있는데 이거 공중에 붕 뜨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서울시의 규제 완화, 국회의사당의 세종시 이전 등 일정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어 조숙현 이사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어떻게 컨설팅이 나올 것인가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사전 전제조건인 환경변화 관련 내용이 모두 모호한 상태에서 본사 공간 계획을 어떻게 여러 경우의 수를 다시 생각할 예정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연 KBS 경영본부장은 신청사 추진단 차원에서 여러 컨설팅 업체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의도 관련해선 전문가들 예상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 본부장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상당수 상임위가 내려가는 걸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걸로 안다. 2020년도에 국회세종의사당 설립단이 구성되고 법 통과된 후에 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며 “MBC나 SBS도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MOU를 체결한 상태”라고 밝혔다.

류일형 이사의 경우 “지난해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S 소유 자산의 임대·개발·운영 관련한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 개정과 종합공간계획이 상당한 함수관계로 생각되는데 법 개정은 안 된 걸로 알고 있다”며 “KBS에선 계속 추진을 하나,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라고 물었다.

박 본부장은 “(법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전력투구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한 뒤, “다만 법 개정이 안 되어도 종합공간계획을 추진할 때에는 정말 KBS가 직접적으로 갖고 있어야만 하고 기여도가 있는 토지가 아니라면 나머지 부분은 전부 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