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부 이재명 의원 지지자로부터 입에 담기 힘든 협박과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받았다며 문자 내용을 공개해 논란이다.
그는 당 내 계파 갈등이나 극성 팬덤의 부작용이라고 하기엔 정도가 너무 심해 이를 공개하고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13일 신 의원의 얘기를 들어봤다. 신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되고 이재명 의원에 비판적이지만 양대 선거 패배의 책임에 이재명 뿐 아니라 친문, 586 모두에 있다는 입장을 펴왔다.
신 의원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이재명 지지자의 문자는 2통이다. 해당 문자를 보면, 그 지지자는 오후 9시53분(날짜는 안 나옴)에 보낸 문자에서 “이재명 당 대표님께 해꼬지해 봐라 ×× 뽑고 ×××을 뽀개 버려”라고 썼고, 오후 12시18분에 보낸 문자에서는 “××놈아 얼른 꺼져 ××야 ×××을 몽둥이로 뽀개 버려라 ×××들. 민주당에 폭탄 던져 싹 다 죽여버려야지”라고 썼다. 신 의원은 이 문자 내용을 공개하면서 “정치 훌리건의 행태는 정당한 의사 표현이 아니다. 폭력이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문자를 계속 보낸 분, 다음 주까지 제게 정중한 사과 문자를 보내시기 바란다”며 “기다리겠다”고 썼다.
앞서 신 의원이 지난달 2일 지방선거 패배 직후 올린 글에서 “차기 전대에서 대선과 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친문, 친명, 586 중진은 다 빠지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래야 할 때”라고 지적한 데 이어 15일엔 재선의원 토론회에서 대선 지선의 후보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제를 한 뒤에도 동일인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신 의원이 지난달 16일 공개한 이 지지자의 문자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님께 혓바닥 함부로 놀린 ××들 ×××을 짤라버릴까부다”라는 내용이다.
신 의원은 이를 공개하면서 쓴 글에서 자신이 재선 의원 토론회 발제를 했고, 지난 대선, 지선에서의 후보 문제, 당의 공천 문제를 짚으면서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다는 것도 거론했다며 “토론회가 끝난 후 이 문자를 받고 이건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 돌멩이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칼과 같은 흉기를 던지는 행위”라며 “민주적 공론의 장에 재갈을 물리는 것도 아니고 아예 혀를 자르겠다는 협박 문자를 보냈다는 게 더욱 광기를 느끼게 한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신이 공개하지 않은 문자내용도 언급했다. 이 지지자가 심지어 ‘100만원을 줄테니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죽은 것처럼 이낙연 전 대표를 쏴 죽여라’는 내용의 문자도 보냈다고 신 의원은 전했다. 신 의원은 “이 지지자는 일면식도 없다”면서도 “그런데 이 분이 전에도 그런 문자를 보내 혀를 자른다는 둥 그런 문자를 보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문자가 보통 수백~수천 개가 오는데, ‘수박’ 비난 정도는 넘어가지만 이 지지자의 문자는 너무 극악해 공개하게 됐다”며 “‘눈갈을 뽑는다’, ‘혓바닥을 자른다’, ‘총으로 쏴죽여라’ 등 파악한 것만 네 차례”라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이에 따라 당에도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수사 의뢰할 수도 없다”며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했을 뿐인데, 아직 사과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친문이든 친이재명이든 지지자들이 문자 보내서 호불호를 나타낼 수도 있다고 보고, 통상 지지자들은 ‘당신들이나 잘하세요’와 같은 비꼬는 문자가 많이 오고 오늘 아침에도 왔다”며 “하지만 이분처럼 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이 지지자와 직접 연락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일일이 대응할 이유는 없다”며 “답장을 보내면 또 그걸로 곡해를 한 전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극성 팬덤 정치 비판 여론에 김용민 의원이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저 의견이 다르다고 강성이라 낙인 찍고 회피하는 쉬운 길을 택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신동근 의원은 “이게 의견이 다른 것이냐”며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100% 찬성하지만, 이런 경우는 이견 정도가 아니라 다짜고짜 욕이고 협박”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문자 폭탄 행위가 이재명 지지자 뿐 아니라 극성 친문 지지층에도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신 의원은 “누가 했던 간에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라며 “과거엔 이런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지나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계파 시각에서 볼 일은 아니다”라며 “우리 당 내에 광범위하게 문제 제기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이런 극성 팬덤 지지층을 국회의원들이 활용하고 동원하는 것은 아니냐는 질의에 신 의원은 “모르죠. 그걸 일부러 그렇게까지 시키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대중 정치인이 팬을 갖고 있는 것 나쁘지 않다. 어떤 면에선 축복 받을 일이다. 하지만 팬이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테러 수준까지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일반론적 팬덤 현상이 과도하게 대표되면서 당의 정책과 의사결정의 왜곡을 가져와 실제 대중으로부터는 유리되거나 고립되게 한다면 문제”라며 “지지자는 책임은 안 지고 요구만 하지만, 지도부는 책임을 진다. 그 사람들을(팬덤 지지층)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근본적 근절 대책을 두고 신 의원은 “근본적인 대책이 있겠느냐”며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고, 갈등이 극대화 돼 있어 생기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통합을 얘기하면 표가 안 되니 진영 논리로 가고 있고, 이건 우리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며 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의원들부터 집단적으로 자성하고 방향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