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60일간 조중동 사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사’, ‘검찰’, ‘대통령 발언’, ‘김건희’다. 요약하면 ‘친윤’ 검찰 출신 인사가 너무 많고, 약식 기자회견 발언은 논란만 자초하며, 김건희 여사 행보는 정부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조중동의 비판 내용‧수위‧횟수는 보수 정부 초반이라는 시점에서 이례적인 편인데,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비슷한 장면은 있었다. 박근혜정부 시기다. 

우선 ‘인사 참사’다. 2014년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에 중앙일보는 그해 7월1일 사설에서 “미국 대통령은 대변인 하나도 그렇게 중히 다루는데 한국 대통령은 총리 파동으로 나라가 들썩여도 구중궁궐에 혼자 앉아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박 대통령의 인사실패 해명에 ‘내 탓’이 없다>였다. 

동아일보는 같은 해 10월29일 사설에서 “이 정부에선 ‘대통령의 수첩’에 올라 있는 인재 풀이 워낙 좁아 앞으로도 낙하산 인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으니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하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듬해 대통령은 조중동의 ‘경고’를 무시한 채 황교안 국무총리를 임명했다. 조선일보는 5월22일 사설에서 “경제 전문가를 총리 후보로 골랐어야 한다”며 비판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은 “대통령의 눈에 든다고 국민의 눈에까지 들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장면들은 현 정부 인사에 대한 조중동 비판 논조와 유사하다. 동아일보는 6월6일 “윤 대통령의 지나친 검찰 편향 인사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식의 ‘마이웨이’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6월7일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대통령실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까지 검찰 출신을 기용한 것은 전례가 없다. 윤석열 정부 인사는 추천부터 검증까지 검찰 출신이 좌우하는 구조가 됐다“며 “끼리끼리 모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6월8일 “금융감독원장으로 특수통 검사인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초유의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신문은 이복현 전 검사를 “기업과 금융을 ‘범죄’란 프리즘으로 바라봤던 사람”이라고 평가한 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유능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세상에는 검사 말고도 유능한 사람이 많다”고 직격했다. 이는 대기업 경영진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반영한 대목으로 읽힌다. 박근혜정부가 예측 불가능한 인사로 문제가 되었다면, 현 정부는 너무 ‘예측 가능한’ 인사여서 문제인 모양새다.

또 하나는 여권 분열이다. 2015년 6월 대통령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그해 6월26일 사설에서 “박 대통령도 자신의 실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내전의 조기 수습을 주문했다. 이후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과하자 조선일보는 6월27일 사설에서 “대통령이 눈 한번 부라렸다고 국회의원 160명을 대표하는 여당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용서를 비는 장면은 해외토픽감”이라고 꼬집었다. 

지금도 여권은 분열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7월11일 사설에서 “대선에 이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승한 집권 세력이 스스로 내분을 일으키며 지리멸렬하는 일은 더욱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지금 나라 안팎 사정이 그렇게 한가해 보이냐고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이준석은 승복하고 ‘윤핵관’은 자중하라>였다. 박근혜정부 시절 친박-비박 간 분열과 갈등은 결국 2016년 총선 패배, 국정농단사태에서 비박계 의원들의 탄핵 찬성표로 이어졌다.

▲5월9일부터 6월8일까지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조중동 사설 제목 모음. 디자인=안혜나 기자.
▲5월9일부터 6월8일까지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조중동 사설 제목 모음. 디자인=안혜나 기자.

가장 중요한 지점은 비선 논란이다.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정윤회 비선 실세’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럽던 2014년 12월12일 칼럼에서 “청와대에는 ‘환관’들이 설쳐대고 국무위원은 모두 받아 적는 데만 급급하다고 여기는 게 세상 민심”이라며 “검찰 수사에서 ‘찌라시’로 결론 내도 국민 불신감은 해소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국민이 어떻게 믿느냐이다”라고 적었다. 대통령 박근혜씨는 이 같은 경고를 무시했고, 결말은 탄핵이었다. 

중앙일보는 7월8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6주 만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를 맞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역대 어느 대통령 때도 거론되지 않은 ‘대통령 부인의 행보’(2%)가 부정 평가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을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을 향해 “검사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하면서 ‘비선 시비’가 정권에 치명적인 암 덩어리임을 절감했을 윤 대통령이 왜 부인을 둘러싼 논란에 감싸기로 일관하며 비선 시비를 자초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7월8일 칼럼에서 “나토 방문에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는 대통령인사비서관 부인이 동행한 사실까지 드러났다”며 ‘자원봉사’였다는 해명을 두고 “그런 식이면, 박 전 대통령 때 비선실세 최서원도 오랜 인연으로 자원봉사 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24년까지 여소야대 국회다. 국회의장이 개헌을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대통령 탄핵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진영의 우려는 이 정도 수준이다. 

결국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까지 나섰다. 그는 7월6일 칼럼에서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하면 안 된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을 즐길 시간도, 취해 있을 여유도 없다”면서 “이제 가십거리나 사진거리로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그만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담당 장관이 대통령 대면보고를 하는 데 6일이나 걸린 사실을 두고 그해 7월2일 칼럼에서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가 아니라 왕과 신하의 관계라고 생각하면 이상하지 않다”며 “몸에 밴 사고 체계와 스타일을 바꿀 수 없다면 인자하고 겸허한 여왕이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직격했다. 

탄핵으로 보수진영은 궤멸 직전까지 갔고, 정권교체 또한 기존 보수진영 인사가 아닌 문재인정부 인사를 통해 극적으로 이뤄졌다. 박근혜와 윤석열, 두 대통령의 차이는 얼마나 보수신문의 지적을 수용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최근 윤석열 정부 비판 기사에는 “최순실 억울하겠다. 저런 사람에게 수사받음 ㅋㅋㅋ”, “윤석열 탄핵절차 시작해라” 등 국정농단과 탄핵을 언급하는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탄핵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대통령의 모습이라면 5년 내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안이 보수진영을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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