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지역언론인 관련 사업공고에 ‘서울 지역 언론인을 제외한다’는 문구가 있어 서울 지역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언론재단은 신문의 경우 지역신문법(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따른다고 단서 조항을 달았는데 이에 따라 서울 내 지역신문들은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 지역 내에도 지역신문, 지역방송, 마을미디어 등 다양한 언론사가 있다. 어디까지 가능한지 하나하나 따져봤다. 

언론재단은 지난달 29일 ‘2022년 하반기 지역 언론인 국내 자율연구 지원 사업 공고’를 냈다. 지역언론인의 전문성을 향상하겠다는 목적으로 자율연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는 기존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던 해외장기연수 사업 예산 일부를 줄여 만든 신규사업이다. 

언론재단은 선발대상으로 “신문법·잡지법·뉴스통신법·방송법에 규정된 언론사 중 주 사업장이 서울 이외의 지역에 소재한 언론사에서 만 3년 이상 재직한 언론인”이라고 공지했다. 단서로 “신문의 경우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제2조의 정의에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 언론재단 공지
▲ 언론재단 공지

 

서울 내 지역신문, 지원 가능

이 공지를 읽고 서울 내 한 지역신문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서울에 있는 지역언론인들도 공부하고 싶어한다”며 “서울 지역언론 차별 아니냐”라고 했다. 

이는 ‘서울’을 곧 ‘중앙’ 또는 ‘전국’으로 보고 ‘지역’을 ‘지방’과 동의어처럼 해석하는 잘못된 서울 중심 사고방식에서 비롯한 부적절한 표현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 내에서도 일부 지역만을 범위로 하는 지역언론이 있을 수 있지만 서울에 있는 언론사를 모두 전국단위의 언론사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뚜렷한 사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서울 소재 지역언론인을 차별하는 공지라는 비판이다.

▲ 언론재단은 주 사업장이 서울 이외의 지역에 소재한 언론사에서 만 3년 이상 재직한 언론인을 선발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진=pixabay
▲ 언론재단은 주 사업장이 서울 이외의 지역에 소재한 언론사에서 만 3년 이상 재직한 언론인을 선발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진=pixabay

이에 언론재단 측은 공지 내용을 오해한 것이며 서울 내 지역신문도 지원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재단 언론인연수팀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예를 들어 종로지역의 신문이면 지역신문법에 따라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내 지역신문이 대상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주 사업장이 서울인 곳을 제외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MBC, SBS 등이 안 된다는 뜻이고 대신 대전방송, 부산방송 등은 가능하다는 취지”라며 “따라서 부산일보 서울주재기자는 가능하지만 서울 소재 연합뉴스의 지역본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공동체라디오, 보도 기능 없어서 제외

다만 공지의 문제는 있어보인다. 해당 공지를 본 한 공동체라디오 소속 언론인도 미디어오늘에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이라며 “서울 내에도 지역기반의 미디어가 있다. 기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내 지역언론인을 제외하는 게 원칙으로 해석된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공동체라디오 소속 언론인의 경우는 배제되는 걸까? 공동체라디오사업자는 방송법에서 규정한 방송사업자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공동체라디오는 선정될 때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보도에 대한 편성이 금지돼 있는데 보도기능이 없는 곳은 (언론재단 사업) 지원이 안 된다”며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보도기능이 있는 기자나 PD가 지원대상”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은 물론 공동체라디오는 아예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 보도기능이 없는 매체의 언론인들은 이번 사업 지원 대상이 아니다. 사진=pixabay
▲ 보도기능이 없는 매체의 언론인들은 이번 사업 지원 대상이 아니다. 사진=pixabay

마을공동체미디어도 대상이 아니다. 서울의 한 마을공동체미디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지역언론인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지원 사업인데 법 규정된 기존 신문, 잡지, 지역민방, 공동체라디오, 케이블방송 등에 국한되는 점이 아쉽다”며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와 뉴미디어 환경, 또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의 성장세를 보더라도 법 규정 사항에 따르기보다는 활동 경력 등을 중심으로 지원 대상이 정해지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내에는 지역단위의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도 있다. SO는 보도기능이 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지역케이블도 지원은 가능하다”며 “다만 주로 기업들이 운영하는 SO들이라 심사위원들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지대로라면 서울 지역은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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