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진희(26)씨가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결혼식을 했다. 결혼식에는 재계 총수와 현대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주인공인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 이상으로 집중을 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결혼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딸 이원주(18)씨다.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이 결혼식에 딸과 함께 참석한 순간의 사진을 포착했다. 또 사진 속에 포착된 이원주씨가 입은 원피스 브랜드와 가격을 알아내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일주일이 지난 5일에도 원피스와 관련한 보도가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 딸의 원피스 관련 보도. 사진=네이버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재용 부회장 딸의 원피스 관련 보도. 사진=네이버페이지 화면 갈무리.

가장 먼저 보도한 매체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7일 ‘아빠 팔짱 끼고 등장한 이재용 딸, 하객룩으로 선택한 브랜드’ 제목의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이날 원주씨가 입은 A라인 미니원피스도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해당 원피스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 제품이다. 가격은 230만 원대”라고 밝힌 뒤 “베르사체 특유의 화려한 패턴이 원피스 양옆을 장식했고, 원피스 앞쪽에는 컬러감 있는 단추와 옷핀으로 포인트를 줬다”고 원피스의 형태를 설명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이데일리는 해당 원피스가 베르사체 2022 S/S 캠페인에 참여한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유진이 화보에서 입어 화제가 됐다는 사실을 덧붙여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13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했다. 디지털타임스는 ‘어? 샤넬이 아니네?… 이재용 딸, 눈길 끈 하객룩 패션 브랜드 뭘까’ 제목으로 그간 나온 내용을 종합해 보도했다. 이후 여러 매체가 ‘원피스가 품절됐다’ ‘총수가 여성들이 입는 명품 브랜드는?’ 식의 이야기를 덧붙여 기사를 양산했다.

40여개의 매체가 원피스 관련 다양한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 이데일리, 한국경제, 위키트리, 서울경제, 스트레이트뉴스, 아시아타임즈, 금융소비자뉴스, 디지털타임스, 한국면세뉴스, 내외경제tv, 뉴스핌, 뉴시스, 머니투데이, 이투데이, 헤럴드경제, 국민일보, 뷰어스, 매일경제, 톱스타뉴스, 여성조선, 뉴스1, 이데일리, 서울신문, 더드라이브, 연합뉴스, 뉴스인사이드, 파이낸셜뉴스, SBS Biz, 서울와이어, 국제뉴스, 제주교통복지신문, 파이낸셜뉴스, MBN, 인사이트, 톱스타뉴스, 중앙일보, 더팩트, 아이뉴스24, 뉴스투데이 등.

원피스 소재 하나로 여러 건의 기사를 보도한 매체도 다수였다. 이데일리와 파이낸셜뉴스, 위키트리는 원피스를 다룬 기사만 각각 3건씩 보도했다. 한국경제와 매일경제, 헤럴드경제, 디지털타임스, 내외경제tv, 톱스타뉴스는 각각 2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재용 딸, 결혼식 하객룩은 ‘베르사체 실크 원피스’’(이데일리, 6월27일) ‘(영상) “아빠보다 돋보이네” 이재용 딸이 픽한 하객룩은?’ (이데일리, 6월27일) ‘294만원 원피스 품절시킨 ‘이재용 딸’... 대중 관심 쏠렸다’ (이데일리, 7월3일) ‘294만원 베르사체 원피스...아빠 팔짱 낀 이재용 딸 하객룩 보니’ (파이낸셜뉴스, 6월28일) ‘294만원 베르사체 드레스 품절 사태, 아무리 이재용 부회장 딸이 입었어도’ (파이낸셜뉴스, 6월29일) ‘이재용 딸 베르사체·조현민 한진 사장 랑방...대기업 가족이 선택한 명품’ (파이낸셜뉴스, 7월1일) 등이다.

이들 기사 댓글에는 기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이재용 딸이든 영부인이든 누가 뭘 얼마짜리 입는 게 그렇게 중요해? 이런 게 언제부터 기삿거리가 된 건지” “이재용 딸이 입기 전부터 품절이었고, 이런 기사가 기자에게 득이 되나요?” “‘하객룩은 어디 것’이라는 제목에 한숨을 쉰다” “이런 걸 지금 왜 우리가 알아야 하지? 기자야 일 없으면 퇴근해” “품절시킨 건 이재용 딸이 아니라 너희 기자들이겠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 딸의 원피스 관련 보도. 사진=네이버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재용 부회장 딸의 원피스 관련 보도. 사진=네이버페이지 화면 갈무리.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재벌 자녀 명품 얼마짜리 보도는 공익적 뉴스 가치도 없고, 정보 가치도 없다”고 말한 뒤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재벌, 공개되지 않아왔던 재벌의 자녀 실제 모습과 명품, 고가의 패션이나 소비 이런 것들이 소재가 되면 언론들이 키워드를 엮어서 기사를 쓰면 클릭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신미희 처장은 이어 “이와 같은 기사는 언론들도 온라인에서만 노출하고, 지면에서는 보도하지 않는다”며 “포털을 통해 뉴스가 소비되는 구조다 보니 포털 조회수를 높이는 미끼 뉴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언론에 왜 이렇게 저품질 기사를 양산하느냐고 질문하고 지적하지만 개선되지 않는 건 언론사 수익 구조의 본질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는 어렵다. 다른 대안을 만들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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