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이재명 후보 선거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의 영상만을 편집해 반복적으로 방송하고, 악의적 자막을 내보냈다’는 지적을 받은 TV조선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조선일보 오보를 그대로 받아쓴 채널A에도 ‘주의’를 결정했다. 

선방심의위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5월18일자 TV조선 ‘신통방통’에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의견진술 과정에는 권기덕 TV조선 시사제작국 차장과 윤태윤 앵커가 참석했다. 

‘신통방통’ 해당 방송분은 ‘무개념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의 행동이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관련 짧은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의도를 떠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라는 등의 대담을 이어갔다. 화면 하단부에는 ‘이재명, 유세 중 여성 어깨 콕 찌르고 도망?’, ‘與, 여성 어깨 찌른 이재명에 “나쁜 손”’, ‘이재명식 에티켓?…아이 밀치고 여성 찌르고’, ‘“개딸 사랑 받더니 자신을 아이돌이라 착각”’이라는 내용의 자막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 TV조선 신통방통 5월18일 방송화면 갈무리.
▲ TV조선 신통방통 5월18일 방송화면 갈무리.

문제의 방송은 이재명 후보가 인천 소재 술집에서 유세 도중 술집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던 여성의 어깨를 콕 찌르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답하며 “제가 영상을 그대로 찍어서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제가 어떤 여성에게 장난삼아 어깨를 ‘톡’ 친 걸 가지고 신체접촉을 해서 성추행에 준하는 행위를 했다고 공격했을 것”이라며 “조작·왜곡·선동으로부터 저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TV조선 신통방통 5월18일 방송화면 갈무리.
▲ TV조선 신통방통 5월18일 방송화면 갈무리.
▲ TV조선 신통방통 5월18일 방송화면 갈무리.
▲ TV조선 신통방통 5월18일 방송화면 갈무리.

TV조선측은 의견진술서를 통해 “자막으로 전했던 ‘이재명, 유세중 여성 콕 찌르고 도망?’, ‘여, 여성 어깨 찌른 이재명에 “나쁜손”’, ‘여 “학생 밀고 벤치 테러....”’는 5월16일 국민의 힘 박민영 대변인의 논평 문구를 인용했음을 밝혔고, 논란이 될만한 부분은 물음표를 붙여 단정적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했다”고 했다. 

이에 심미선 위원(한국언론학회 추천)은 특정 정치인의 사소한 실수를 침소봉대해서 왜곡시키는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 위원은 “가차 저널리즘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임을 만든 것이고, 이런 프레임 작업에 여러 언론사가 동참한 것”이라며 “선거 정책이슈도 아니고 맥락을 함께 고려하면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단서만을 반복해서 보인 것은 특정 후보에 대한 프레임 전략으로밖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TV조선은 상업방송이지만 종합편성채널로 허가를 받은 채널이다. 국가가 특별히 방송을 허가해준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사회적 책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밝힌 뒤 “대변인의 논평 문구를 인용하면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냐”며 “그렇다면 신통방통은 국민의 힘을 대변하는 프로그램인가. 정파성이 같다면 사실관계 확인 없이도 따옴표만 따면 그 보도가 문제 없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와 TV조선은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TV조선 저널리즘평가위원회의 2022년 6월16일 평가 자료도 언급했다. 위원회는 TV조선에 대해 ‘자극적인 면을 추구해 의미없는 단순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있다’, ‘사건이 담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의미를 파고드는 보도가 필요하다’, ‘언론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저급한 표현 자제’, ‘디지털뉴스리포트에서 2022년 TV조선은 불신도 1위를 기록’, ‘정치뉴스가 지나치게 많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 사안은 선방심의위원 8인 중 5인이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내 최종적으로 ‘주의’가 결정됐다.

‘계양을 못 떠나는 이재명’ 조선일보 오보 받아쓴 채널A 법정제재

이재명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가 타 지역 선거유세를 했음에도 인천 계양을 유세 일정만 잡았다는 조선일보의 오보를 그대로 인용한 채널A에도 의견진술 진행 후 법정제재 ‘주의’가 결정됐다. 의견진술 과정에는 김승련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이 참석했다. 

채널A ‘뉴스A LIVE’ 해당 방송은 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 동안 진행된 이재명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와 안철수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후보의 선거유세 활동에 대해 다루면서, 조선일보의 5월30일 기사 제목 ‘계양을 지원 간 安·계양을 못 떠나는 李’를 그대로 인용했다.

▲ 채널A 뉴스A LIVE 5월30일 방송화면 갈무리.
▲ 채널A 뉴스A LIVE 5월30일 방송화면 갈무리.

진행자 황순욱씨는 “이재명 후보는 마지막 주말을 자신의 출마 지역구인 계양을 지역에 집중했다”고 했다. 출연자 천하람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계양을에서 무조건 본인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다보니 다른 곳에 지원 유세 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거 전 마지막 주말…李, 계양을 지역구에 집중’, ‘전국 돌던 이재명…선거 앞두고 계양을에 집중’ 등의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 채널A 뉴스A LIVE 5월30일 방송화면 갈무리.
▲ 채널A 뉴스A LIVE 5월30일 방송화면 갈무리.

하지만 조선일보의 보도는 오보였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29일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0개의 인천 계양을 유세 일정만 잡으면서 지역 표심 다지기에 ‘올인(다 걸기)’했다. 전날인 28일에도 경기 김포시 한 곳을 제외하고는 인천 계양을 골목 유세에 주력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경기 김포(5.28.토), 고양·파주(5.29.일)에서 지원 유세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 조선일보 5월30일 '계양을 지원 간 安ㆍ계양을 못 떠나는 李'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5월30일 '계양을 지원 간 安ㆍ계양을 못 떠나는 李'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5월30일 '계양을 지원 간 安ㆍ계양을 못 떠나는 李'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5월30일 '계양을 지원 간 安ㆍ계양을 못 떠나는 李' 기사 갈무리.

채널A측은 의견진술서를 통해 “집중했다는 것이 단 한 차례도 유세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수험생이 수학공부에 집중했다고 해서 다른 과목을 공부하지 않았다는 말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에 심미선 위원은 “선거 이틀 전으로 선거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에 방송됐다. 방송사는 좀더 객관적으로 균형잡힌 보도를 했어야 했다”며 “(‘집중’이라는 표현이)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계양을에서만 유세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제작진의 의도가 시청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언론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나는 이런 의도로 프로그램을 제작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성’이고, 사실성은 팩트체크를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안은 선방심의위원 8인 중 6인이 ‘주의’ 의견을 내 최종적으로 법정제재 ‘주의’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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