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쿠팡 본사 로비 농성장에 놓여있던 커피를 ‘맥주’라고 묘사하며 “대낮부터 술판을 벌였다”는 오보를 내보냈다. 조선일보 또한 마찬가지로 오보를 내보냈고, 문화일보는 잘못된 사실을 인용해 노조를 비판하는 사설까지 내놓으며 오보가 확산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은 지난달 23일부터 물류센터의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생활 임금보장과 괴롭힘 문제 해결 등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본사 로비에서 점거 농성에 나섰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30일 ‘[단독] 쿠팡 노조, 본사 점거하고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 기사에서 ‘쿠팡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들이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다’, ‘쿠팡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들이 마스크를 벗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라는 캡션으로 농성장에 앉아있는 노조원들의 모습을 내보냈다. 불투명하게 찍힌 농성장 사진의 출처는 ‘독자 제공’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기사는 “노조원들이 로비에 돗자리를 펼치고 술판까지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를 지나치는 노조의 행태에 대한 경찰의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 직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노조 회사 로비에서 돗자리를 펴고 맥주를 시켜 먹고, 출입구 근처 금연공간에서 담배를 태운다”고 적었다”고 보도했다.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하지만 해당 보도는 오보로 확인됐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30일 입장문을 통해 “사진에 나와 있는 캔에 담긴 음료는 맥주가 아니라 커피”라며 “노조를 응원하는 사람(쿠팡물류센터 노동자 지인 A씨)이 27일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츄러스를 구매해 쿠팡 잠실 본사 농성장으로 갖다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진 자료로 해당 보도가 거짓임을 증명했다. 

▲ 6월27일 당시 농성장 사진.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 6월27일 당시 농성장 사진. 사진=공공운수노조 제공.

A씨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친척 가게에서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해놓고, 27일 오후 1시 15분께 커피와 추러스를 구매해 친구를 응원하러 갔다”며 “좋은 뜻으로 전달했는데, 저 때문에 그런 기사가 나간 것 같아, 누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또한 한국경제의 보도 직후 ‘술판 벌이며 쿠팡 본사 점거한 민주노총…강제진입 시도하다 보안요원 2명 병원 이송’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실제로 지난 27일 촬영된 사진을 보면 대낮부터 마스크를 벗고 맥주를 마시는 민노총 조합원들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1일 현재 해당 기사의 제목과 내용에서 ‘맥주’와 ‘술판’에 관련한 내용은 삭제됐다. 

▲ 조선일보 30일 기사 갈무리(수정 전)
▲ 조선일보 30일 기사 갈무리(수정 전)
▲ 조선일보 30일 기사 갈무리(수정 전)
▲ 조선일보 30일 기사 갈무리(수정 전)

문화일보는 1일 ‘쿠팡서도 민노총 행패, 尹정부도 기업도 원칙 대응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 조합원들이) 로비에 돗자리를 펼치고 술판을 벌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쿠팡 직원들 사이에 경찰의 엄정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문화일보 1일 사설 갈무리.
▲ 문화일보 1일 사설 갈무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0일 입장문을 내 “한국경제가 보도한 사진의 화질이 흐려 기사를 읽는 사람이 직접 캔의 정체 판단하지 못하게 한 점은 기사의 의도가 노조 투쟁 음해임을 알 수 있게 한다”며 “심지어 사진의 출처가 ‘독자 제공’이라고 되어 있는 점은 더더욱 사진의 출처가 쿠팡 자본이 아닌지 의심케 한다”고 했다.

노조는 한국경제와 조선일보에 기사 삭제를 요구하며 “이를 실행치 않을 시 언론중재위 제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응당 책임을 묻게 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도 1일 논평을 내 “언론의 기본이 무너진 ‘예정된 오보’였고, 캔커피여서는 안 되고 술병이어야만 한다는 집념이 만든 ‘의도된 오보’”라며 “한국경제 오보의 배경에는 이 신문의 뿌리 깊은 노조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오보 기사가 나가기 전에 한국경제는 왜 노동자가 이 무더위에 로비 농성을 하는지 단신보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제신문은 1일 오후 현재 해당 오보를 여전히 삭제하지 않았으며, 정정보도조차 내지 않고 있다. 정재은 공공운수노조 기획국장은 “(한국경제에) 기사를 삭제할 것, 오보라는 것을 포현한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변을 현재까지 듣지 못하고 있고 기사는 삭제되지 않고 있다”며 “한국경제가 기사를 삭제하지 않고 오보를 인정하지 않는 사이에 문화일보는 사설까지 썼다. 조선일보는 슬쩍 기사를 수정했다”며 “오보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나. 언론사는 지지 않는 것이다. 그저 보도하고 마는 것”이라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1일 성명을 내고 “쿠팡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본질을 가리고 ‘대낮 농성장에서 술판’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한국경제 기사가 일조한 셈”이라며 “한국경제는 이제라도 사실과 다른 기사를 내보낸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정정보도는 물론 쿠팡 노동자들이 받은 피해를 복원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해당 기사를 작성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정종태 편집국장은 모두 미디어오늘의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해당 오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문자에도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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