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이천에 나타난 너구리 가족을 취재한 JTBC ‘밀착카메라’ 리포트에 관심이 쏠렸다. 유튜브 영상 공개 하루만인 28일 오후 136만여 조회 수를 기록하고 ‘좋아요’만 1만 7천여 개가 붙었다. 반응 역시 “취재가 재미있고 내용이 좋다”, “틀에 갇히지 않은 인터뷰가 좋다”, “동물과 공생하고자 하는 접근방식이 공감되고 인터뷰가 귀엽다”는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경직된 사회 기사가 아닌, 현장을 생생하게 담으면서 누군가를 향한 공격보다는 상생을 고민하는 관점에 큰 공감을 얻었다.  

JTBC ‘밀착카메라’가 27일 공개한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 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 사건’”은 서울 우이천에 나타난 너구리 가족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너구리가 새끼를 낳으면서 새끼를 보호하겠다는 생각에 공격성이 생긴 것인지, 산책하는 강아지를 공격하는 사례가 나오면서다. JTBC ‘밀착카메라’는 너구리 가족과 우이천 주변의 주민, 주민의 반려 동물과 우이천 길고양이 등이 함께 사이좋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JTBC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기사 갈무리. 
▲JTBC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기사 갈무리. 

 

이 리포트가 큰 호응을 받은 이유는 상생이라는 관점 외에도 리포트 곳곳에 숨어있는 웃음을 짓게하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각종 커뮤니티에 ‘너구리 기사 킬링 포인트’라고 정리된 글들이 올라올 정도였다. 운동기구에 거꾸로 매달린 채 인터뷰한 주민, 한 주민이 고양이에게 ‘너구리를 보면 도망가라’고 말한 뒤 고양이에게 마이크를 대는 기자의 행동, 강아지가 볼일을 볼 때 너구리에게 공격을 당할 뻔했다는 주민의 인터뷰 뒤 “(강아지가) ‘응가’를 다 못했나요?”라고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 등 일상적인 모습이 재미있게 녹아있다는 반응이다. 미디어오늘은 28일 오전 JTBC ‘밀착카메라’의 이상엽 기자와 통화에서 리포트에 대한 반응에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너구리 카메라에 잡으려고 주말 이틀 동안 밤샘 촬영”

이상엽 기자는 이날 통화에서 해당 리포트의 기획 의도에 대해 “우이천 산책로에서 너구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취재를 시작했다. 너구리가 강아지를 공격했다고 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며 “너구리를 카메라에 잡으려고 주말 이틀 동안 밤새도록  촬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너구리의 공격을 받은 강아지의 상처가 깊었고, 그것을 보니 매우 속상했지만, 너구리가 잘못했다고 기사를 쓰긴 어려웠다”며 “너구리 역시 우이천 옆에 북한산이 있기에, 주변으로 내려와 보금자리를 만들고 새끼를 낳아 삶의 터전 삼아 살고 있었다. 이것이 너구리 잘못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너구리, 사람, 강아지, 길고양이 등이 같이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너구리의 공격을 당한 강아지의 모습. 사진출처=JTBC. 
▲너구리의 공격을 당한 강아지의 모습. 사진출처=JTBC. 
▲JTBC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기사에 대한 댓글 반응. 
▲JTBC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기사에 대한 댓글 반응. 

하루만에 유튜브 조회 수가 136만을 기록하고 ‘킬링 포인트’ 등을 편집한 사진이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반응을 이 기자는 예상했을까.

이 기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리포트를 찍는 동안은 ‘너구리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과 너구리가 경계가 심할 텐데 어떻게 찍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주로 했다”고 전했다. 

운동 기구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주민과 고양이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대는 모습 등 기사의 ‘킬링 포인트’로 꼽히는 유머러스한 부분은 의도한 것인지도 물었다. 

“의도한 것이 아니다. 우선 이틀 동안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최대한 현장을 밀착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거꾸로 매달려 운동을 하고 계신 주민을 인터뷰하게 된 이유는, 우이천에서 주민을 인터뷰하려고 하는데 사실 다들 카메라를 대면 방송에 나가는 걸 꺼리신다. 그런데 그 중 한 주민이 인터뷰를 승낙해주셨고, 허리가 아프셔서 거꾸로 매달려있는 운동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 ‘잠깐 앉아서 이야기해주실 수 있느냐’고 하니까 허리가 아파서 그냥 그대로 하신다고 하셔서 그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다.”

▲JTBC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기사 갈무리. 
▲JTBC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기사 갈무리. 
▲고양이에게 마이크를 댄 모습 역시 커뮤니티 등에서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꼽혔다. 사진출처=JTBC
▲고양이에게 마이크를 댄 모습 역시 커뮤니티 등에서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꼽혔다. 사진출처=JTBC

고양이에게 마이크를 댄 행동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촬영을 할 때 제가 고양이에게 마이크를 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촬영을 끝내고 보니 (내가) 고양이에게 마이크를 갖다 댔더라. 제 생각에는 인터뷰를 한 주민이 길고양이 코코에게 밥을 주는 분이고, 유대감이 있었기에 코코에게 ‘싸우지 말고 도망가라’라고 말씀하셨고 저도 모르게 코코가 반응을 할 것 같아서 마이크를 댄 것 같다. (마이크를 대자) 고양이가 말하는 것처럼 ‘야옹’ 소리도 주민이 내신 것이다.”

또 다른 주민은 강아지가 볼일을 보는 사이 너구리가 다가와서 놀랐다는 인터뷰를 했다. 그 인터뷰에 기자는 ‘응아는 다 못한 상황인가요?’라고 묻는다. 

“‘응아’ 질문도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하시는데 저로서는 풀숲에 볼일을 보다가 너구리가 다가왔다고 하니 긴박한 상황인 것처럼 느껴졌다. 강아지를 안고 도망가야 하는데 응아를 다 못한 상황이라면 난처할 것 같아서 그런 질문을 했다.”

▲JTBC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기사 갈무리. 
▲JTBC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기사 갈무리. 

이 기자는 “시청자분들이 다행히 재미있게 봐주셨지만,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며 “평소에도 주변에서 ‘혼자 너무 진지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긴 하는데 이러한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밀착카메라’, 현장성 강조되는 코너라 이러한 편집 가능”

영상에 대한 반응 중에는 “국장님 혼내지 마세요”와 같은 댓글도 있다. 보통 경직된 언론사 기사 안에서 뉴스 안에서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면 편집 등에서 잘라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장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요소들이 어떻게 모두 편집 없이 기사로 노출될 수 있었을까. 

“코너명이 ‘밀착카메라’다. 보통 취재는 제가 하고, 데스크가 두 분 계신다. 데스크를 맡은 선배는 ‘밀착 카메라 방향은 최대한 현장 기자의 판단에 맡긴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그만큼 현장성이 강조되는 코너다. 물론 데스크는 현장 기자가 찍어오는 사진과 인터뷰를 사전에 모두 보신다. 평소 저의 스타일을 아시는 데스크이기 때문에 이 영상들을 보고 장난 같다거나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지 않으셨다. 현장을 취재한 저 역시 데스크에 ‘너구리가 잘못한 점도 있지만, 너구리가 잘못했다고 쓸 수 없는 기사다. 상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했다. 안나경 앵커께서도 앵커 멘트에 상생에 대한 고민을 잘 녹여 주셨다.”

▲JTBC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기사 갈무리. 
▲JTBC 밀착카메라 "너구리를 만나면 도망가라"…서울 도심 '너구리 습격사건' 기사 갈무리. 

결국 현장 기자의 현장에 대한 진지함과 이를 신뢰한 데스크가 신선한 리포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자는 “우이천은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곳이다. 앞으로도 이같은 사례는 많이 나올 수 있다. 취재를 하면서 너구리가 사람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가지 걱정했던 것은 너구리에게 피해를 당한 견주께서 혹시 이러한 관점을 보시고 불편함을 느끼면 어떡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견주분들도 강아지가 다친 것은 속상하지만, 기사를 재미있게 보았다고 연락해주셔서 마음이 놓였다”며 “앞으로 담당 구청에서도 ‘너구리를 보면 강아지를 안아라’라는 안내 문구 외에도 야생동물과 주민들의 공존을 위한 환경을 위해 다른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상엽 기자는 올해 입사 8년 차 기자로 주로 사회부에서 취재해왔다. 이전에는 강남 경찰서나 영등포 경찰서를 담당해 취재하는 경찰 기자였다가 법조 부문을 취재하기도 했다. 밀착 카메라 기자로 현장을 다닌 지는 1년 정도 됐다.

이 기자는 “2015년 입사한 후 사회부 기자로 쭉 취재했으며 세월호 인양 후 8개월 동안 목포 주변 모텔에서 생활하면서 세월호 인양과 미수습자 수색 과정 등을 주로 취재해왔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불행한 일이 있더라도 또 다른 더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에게 위로할 수 있는 정신을 가진 기자가 되자는 생각을 계속해왔다. 기사가 주는 선한 힘이 있다고 믿으며, 기사가 가진 선한 힘을 함께 사는 사회에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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