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의 주 52시간 개편안 발표 보도를 두고 사전에 보고 받지 못한 내용이 보도됐다,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고 한 발언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이 착각했다는 의미냐’는 기자들 질문까지 나와 대통령실은 이를 해명하는데 진땀을 뺐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의 보고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4일 윤 대통령이 오전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면서 나왔다. ‘노동부가 발표한 주 52시간 개편을 두고 노동계에서는 주 52시간에 반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는 기자 질의에 윤 대통령은 “글쎄 내가 어제 보고 받지 못한 게 아침에 언론에 나와서 제가 아침에 확인해보니까 노동부에서 발표한 것이 아니”라며 “부총리가 노동부에다가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 시간의 유연성에 대해서 검토를 해보라’고 얘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 52시간제를 개편해 주 12시간 연장 근로 시간을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꾸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노동 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정부는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휴일·휴가를 활성화하고 재택·원격 근무 등 근무 방식을 다양화하는 한편, 제도적으로는 주 최대 52시간제 기본 틀 속에서 운영 방법과 이행 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며 “우선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 시간을 가령 노사 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 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장관은 “해외 주요국을 보더라도 우리의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노사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에 출근하면서 고용노동부의 주 52시간 개편안 발표에 관한 기자 질의에 자신이 보고받지 못한 내용이 보도됐다면서 공식 발표가 아니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에 출근하면서 고용노동부의 주 52시간 개편안 발표에 관한 기자 질의에 자신이 보고받지 못한 내용이 보도됐다면서 공식 발표가 아니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이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됐다. 한겨레는 지난 24일자 1면 기사 ‘윤석열표 과로 사회?…‘주 92시간’ 시대 오나’ 기사에서 주 12시간 연장 근로 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표 내용을 들어 “현재 주 12시간까지 가능한 연장 근로 시간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52시간(12시간×4.345주)으로, 월에 배정된 연장 근로 시간을 한 주에 몰아서 할 경우 1주 최대 노동 시간이 92시간(기본 40시간+연장 근로 52시간)까지 가능해진다”며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 120시간 바짝 일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 현실화 될 수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노동부는 이날 바로 반박자료에서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하는 경우, 근로자 건강보호조치(예: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등)가 병행될 것이므로, 1주 최대 근로 시간이 92시간까지 가능해진다는 것은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계산”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을 윤 대통령이 보고받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대통령실 보고 없이 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4일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보고를 못 받았다고 했는데, 노동부 쪽에서는 관련 수석실에 보고했다. 보고 누락은 없었다고 하는데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질의가 나오자 “대통령이 말한 것은 아침에 신문들을 보고 그게 정부의 최종적인 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해서 그런 보고를 못 받았다고 생각하신 것이지, 관련 보고를 못 받았다는 그런 뜻은 아니다”라며 “정책 방향 브리핑으로 보도 된 것을 대통령은 최종 보고라고 처음에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최종 발표인 줄 알고 ‘내가 보고를 못 받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지난 6월 16일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도 다 논의됐던 내용으로,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다 알고 있다. 보고를 못 받았다고 말씀드린 것은 ‘최종안이 아니다’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이정식 장관의 주 12시간 월 단위 관리 검토 발표 내용도 보고가 안 됐다는 취지인지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당연히 보고 자체는 계속 있었던 것”이라며 “두 가지를 혼동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착각을 하셨다는 얘기인가’, ‘신문 보고 노동부가 최종안을 발표한 것이네라고 화들짝 착각해서 다시 확인했더니 그게 아니었네라고 이해하면 되느냐’는 재차 한 기자의 질의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관 발표가 정책 방향 브리핑이어서 새로운 내용이 없고, 국정 과제에 담긴 내용들 중심이었는데, 대통령이 아침에 신문 1면에 일제히 나온 보도를 보고, ‘이것이 최종안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다시 한번 참모들한테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주 52시간 중 연장근로 주 12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보도자료 갈무리(장관 모두발언 일부 강조표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주 52시간 중 연장근로 주 12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보도자료 갈무리(장관 모두발언 일부 강조표시)

 

야당 등이 보고 여부에 관한 비판을 쏟아내자 대통령실은 다시 25일 입장문을 내어 거듭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전날 도어스테핑 발언 취지에 대해 “윤 대통령의 발언은 ‘조간에 집중 보도된 주 12시간 연장 근로의 월 단위 전환 내용이 확정된 정부 방침이 아님을 밝힌 것”이라며 “다만, 근로 시간 유연화 등 노동 시장 개혁 과제는 윤 대통령의 명확한 지시 사항이며, 구체적인 안은 민간 전문가 연구회를 통해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의 보고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발표를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한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장관의 발표가 공식 입장이 아니면 누구의 발표가 공식 입장이냐”며 “국민은 장관의 발표를 정부 입장으로 해석하면 안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대통령 집무실 내의 보고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며 “고용노동부 장관의 정책 발표의 내용을 분명히 청와대와 상의한 것으로 저는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우 위원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인지,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인지, 보고를 들었지만 오케이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가한 것이 아니라 판단한 것인지 저는 대단히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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