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개방 명분을 입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이용해 관람객을 억지 동원할 것이라며 근거없는 음모론을 제기했다’는 지적을 받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담당 PD 의견진술 진행 후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선방심의위는 2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4월26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분에 대해 양승창·오인환 TBS 라디오제작본부 PD 의견진술을 1시간 넘게 진행했다. 제작진은 해당 발언에 대해 우려와 전망을 표현했던 것이지, 확정적으로 단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진행자 김어준씨는 “예언 하나 하겠다. 당선자 쪽에서 청와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하지 않냐, 개방 잘했다, 이걸 입증해야 한다. 두고 보라, 버스 동원한다”며 “지금 이미 예약 받고있을지 모른다. 전국 지방에서 그 날에 맞춰 버스 동원해서 사람들 막 실어나를 거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다고. 이 메커니즘이 그렇게 돌아간다. 저하고 내기 해보자. 버스 동원하는지 안하는지”라고 말했다.

▲ 김어준 뉴스공장 4월26일 방송화면 갈무리.
▲ 김어준 뉴스공장 4월26일 방송화면 갈무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5항은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타인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면 안 된다’, 제14조(객관성)은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견진술에 참석한 양승창 PD는 “인수위와 전경련 산하 단체의 관람객 방문 관련 긍정적 전망이 새 정부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혹여 부정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 버스로 관람객을 동원하는 방식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전망을 표현했던 것”이라고 했다. 

균형감각을 가져야 할 진행자가 개인적 추측을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단언해도 되느냐는 이동재 위원(국민의힘 추천)의 질문에 양승창 PD는 “해당 발언이 나온 코너는 진행자 프로그램 논평의 성격이 강한 시간이었다. 단언이라기보다는 과거 사례 비춰봤을 때 이런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전망이었다. 확정적이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해당 발언이 객관성을 유지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예언이라고 한 발언 부분이 진행자 특유의 화법이긴 하지만, 청취자들을 오해하게끔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동재 위원은 “이 프로그램이 지난 20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에서 경고 13번, 의견제시 18번을 받아 합쳐서 행정지도 31번을 받았다. 경고와 주의 법정제재도 각 한 번씩 두 번 받았다”며 “그런데도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심의에서도 두 건의 행정지도가 나갔다. 수십번에 걸쳐서 행정지도와 법정제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개선되지 않고 규정위반으로 안건 올라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심미선 위원(한국언론학회 추천)은 “근거도 없이 찌라시에나 나올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 창피하다. 김어준 진행자에 대한 선호, 불호가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진행자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런 진행자가 이렇게 가볍게 찌라시에 근거한 말투를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언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사석에서나 추측하는 부분의 얘기가 공영미디어를 통해서 나왔다는 게 문제가 있다. 상대방이 그런 의도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 멘트에 대해서 제작진과 사전 논의가 있는 것이냐는 박수택 위원(방송기자연합회 추천)의 질문에는 “내용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다 논의를 한다. 다만, 단어나 키워드는 생방송이다보니까 돌발적으로 나오는 발언도 있다”고 답했다. 

▲ TBS 사옥. 사진=TBS 제공.
▲ TBS 사옥. 사진=TBS 제공.

김영훈 위원(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은 “‘‘내가 예언한다’라고 해서 ‘나는 내 말 맘대로 할 수 있어’라고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해당 발언을 보면) 사실관계가 바뀐다. 단순 추측이 아니라 사례를 가지고 입증을 해야한다. 사실보도하고 비슷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정도 선을 넘어가면 제작진 차원에서 수습하는 발언이라도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양승창 PD는 “당시 현장에서의 맥락, 분위기, 어투를 종합적으로 봤을때 청취자들이 오해하지 않겠다고 이해했기 때문에 지나갔다. 위원들 지적을 듣고보니 그런 부분에서 미흡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기철 위원(한국방송협회 추천)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은 정통적인 시사 보도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쇼의 개념이 가미된 연성화된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양승창 PD의 설명에 대해 “그건 제작자 입장이고, 듣는 청취자들은 예능 프로로 보지 않는다. 뉴스 보도 시사 프로그램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어준씨나 담당PD는 재발방지에 노력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쁘게 생각하면 방심위 결정 자체를 비웃거나, 조롱하거나, 마이웨이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어준씨의 특유의 어투를 어떻게 정제할 계획이냐는 박동순 위원(한국YWCA연합회 추천)의 질문에 대해 양PD는 “자체 심의 모니터링도 있고, 위원들이 알려주신 부분에 대해 김어준씨에게 전달해서 ‘향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없게끔 조심해야한다, 정제해서 표현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의시키고 있다. 저희가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은 반성해서 김어준씨 뿐만 아니라 모든 제작진들에게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재 위원은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개선이 되지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어차피 들을 사람 따로 있고 안들을 사람 따로 있으니, 들을 사람만 상대해서 방송하면 청취율은 확보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김어준씨의 화법, 어투의 문제가 아니라, 소위 팬덤들이 듣고 싶은 얘기만 하는 것이 문제다. 진행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 관계자, 방송편성 책임자의 편향성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양승창 PD는 “특정 세력을 비호하려는 것은 아니고, 청취자들이 제일 알고 싶어하는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결국 이 사안은 선방심의위원 9인 중 5인이 행정지도 권고, 심미선·김영훈·이동규 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등 3인이 법정제재 주의, 이동재 위원이 법정제재 해당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의견을 내 최종적으로 권고가 결정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