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 SBS 사옥.
▲서울 목동 SBS 사옥.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10을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방송법 제8조 3항)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27일 태영그룹(TY홀딩스)을 자산총액 10조 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분류했다. 태영은 방송법에 의해 지상파방송 지분을 10%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TY홀딩스는 SBS 지분을 36.92% 보유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위 발표 직후 TY홀딩스에 ‘의결권 제한’을 통보했다. 법 위반 상황에 대한 시정명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데 방송법 부칙 제9조로 방통위가 고민에 빠졌다. 부칙 제9조 ‘방송사업자의 소유제한에 관한 특례’ 2항에는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방송법에 의해 방송사업의 허가를 받거나 그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가 대기업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이 법 제8조 3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 또는 지분의 한도 안에서 주식 또는 지분을 계속 소유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오늘날의 방송법이 만들어진 2000년 이전, 지상파 주주였던 기업이 나중에 대기업이 될 경우엔 지분을 10% 초과 소유해도 봐준다는 의미다. 

SBS 입장에서는 방송법 위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①TY홀딩스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추거나 ②태영의 자산총액을 10조 이하로 줄이거나 ③대기업 소유지분을 규제하는 방송법을 바꿔버리는 세 가지 길 외에 ④방송법 부칙을 적용해 현재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길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부칙조항은 새로운 법질서가 생길 때 기존 사업자에게 피해가 있을 수 있으니 완충 장치를 두기 위한 것으로 태영건설과 TY홀딩스를 동일한 대주주로 판단할 경우엔 경과규정 적용이 가능하다. 만약 지금을 2000년 법 제정 당시 상황이 아닌 새로운 지배구조 상황으로 본다면 TY홀딩스에 시정명령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는 1991년 12월 개국했다. 태영건설은 SBS 주식 30%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태영은 방송사의 소유‧경영 분리를 명분으로 2008년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를 설립했고, 태영은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61.22%를 보유하며 SBS를 지배했다. 2009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로 지상파 주식보유 상한선이 40%로 완화되며 SBS미디어홀딩스는 SBS 지분을 36.92% 소유하게 됐다. 이후 태영그룹은 2020년 9월 투자사업 부문의 TY홀딩스와 건설 전문 사업회사인 태영건설로 인적 분할에 나서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SBS미디어홀딩스 최대주주였던 TY홀딩스는 2021년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합병해 오늘날 TY홀딩스-SBS 지배구조에 이르렀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한국언론법학회장)는 “2000년 방송법 제정 당시 부칙의 예외조항이 작동하려면 그때 기업과 지금 기업이 동일하느냐 판단이 중요하다. 1990년대 태영과 2022년 TY홀딩스가 동일한 기업이라고 판단한다면 부칙의 효력은 유지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령 부칙의 효력이 유지된다고 판단해도 부칙이 만들어질 당시 지상파 주식보유 상한선이 30%였고 현재는 40%라는 점도 향후 풀어야 할 문제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법이 바뀌던 과도기에 한정해 적용되었던 부칙이다. 부칙 하나만 떼어내 지금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현재 해당 부칙 적용과 관련해 법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부칙이 적용 가능한지 논란이 되는 것만으로도 SBS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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