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나이, 기혼 사실을 숨기고 여성과 교제한 보도전문채널 소속 남성 기자에게 법원이 위자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파주시법원 민사1단독 최완주 판사는 지난 9일 여성 B씨가 한 보도전문채널 방송사의 A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앞서 20대 여성인 B씨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A 기자가 자신의 직업과 나이, 결혼 여부를 속이고 접근해 교제하다 잠적했고, 이후 더 어린 나이로 속여 데이팅앱 활동을 시도했다며 지난해 12월29일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 측은 A 기자가 자신을 만나며 “기혼 여부, 직업, 거주지, 나이 등 신상과 관련된 거의 모든 내용을 속였다”고 밝혔다. 소장을 보면 교제 당시 A 기자는 B씨가 직업을 묻자 “주로 집안일을 한다”고 답했다. A 기자는 ‘여의도로 출퇴근하며 일산에 있는 친척의 집에 산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경기도 소재 다른 도시에 배우자와 거주했다. A 기자는 해당 방송사가 위치한 C지역 부근에 있을 땐 “외근”이라고 말했다. A 기자는 당시 34세였지만 B씨에게 32세라고 밝혔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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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자는 B씨와 지난해 7~8월 한 달여간 매일같이 연락을 주고 받는 등 교제를 이어가다, A 기자가 8월 초 연락을 두절하면서 관계가 일방 종료됐다. B씨는 A 기자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SNS를 검색하다 그가 출연한 방송사 유튜브를 통해 A씨의 직업과 실제 나이를 알게 됐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B씨는 A 기자가 데이팅앱에서 나이를 31세로 밝히고 활동하는 것을 봤고, A 기자 배우자의 SNS로 기혼 사실도 발견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이르렀다고 했다.

B씨 측은 소장에서 “B씨는 A씨의 묵시적인 기망행위로 혼인사실에 관해 착오에 빠져 성관계를 갖게 됐다”며 “A씨의 행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 어떤 피해자들이 A씨 기망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 당할지 우려스럽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A 기자에게 B씨가 청구한 위자료 700만원 중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은 A 기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B씨 소송을 대리한 이윤수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법원은 최근 소개팅 어플 등에서 만난 여성과 교제 및 성관계를 하며 유부남인 사실을 숨긴 사례에서 수백만~수천만 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하는 등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행위의 위법성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 이 사건은 특히 고도의 윤리의식을 가져야 마땅한 언론사 기자가 행했다는 면에서 그 위법성이 결코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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