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협대 총장으로 이상욱 전 농민신문 대표가 선임된 가운데 농협 구성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장이 농협중앙회 임원 시절 기사형광고 집행에 개입했고, 부적절한 사업구조 변경에 책임이 있으며 농민신문 등의 구독을 강요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이 총장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총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학교법인 농협학원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이 전 대표를 신임 이사로 선임하고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간 최상목 전 농협대 총장의 후임으로 선임했다. 이상욱 총장은 1979년 농협대 졸업 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홍보실장 등을 거쳤고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농협경제대표, 이후 2020년까지 농민신문사 대표 등 40년 넘게 농협에 몸을 담았다. 이후 2022년까지 중소기업신문사 대표를 지냈다. 

▲ 이상욱 신임 농협대 총장. 사진=농협중앙회
▲ 이상욱 신임 농협대 총장. 사진=농협중앙회

2013년 10월 미디어오늘과 시사인 등의 보도를 보면 농협이 기사를 게재하면서 언론사에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의 돈을 준 사실(기사형광고)이 드러났다. 당시 이상욱 농협경제 대표가 이러한 행태를 발판 삼아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상욱 대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홍보관련 예산 실무를 맡았다. 농협이 ‘기획보도’ 명목으로 언론사에 돈을 지급한 뒤 해당 언론사에선 농협에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가 나왔다. 

[관련기사 : 농협-언론사 '기사 거래' 사태 전말은?]

당시 농협 내부에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인 최원병 농협 회장이 정권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명박 정권의 뜻인 농협 신경분리(신용·경제부문 분리)는 농협 안팎에서 비판이 자자했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상쇄하기 위해 이상욱 총장이 이른바 ‘총대’를 맸다는 게 구성원들의 평가였다. 

▲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가 지난 7일부터 이상욱 농협대 총장 선임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하는 모습. 사진=농협노조
▲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가 지난 7일부터 이상욱 농협대 총장 선임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하는 모습. 사진=농협노조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농협노조)는 지난 7일부터 이 총장 선임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을 ‘개악’이라고 주장하며 이 총장이 경영진의 한 축을 담당했으며 경제사업 부실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2013년 이후 이 총장이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와 농협경제지주 대표를 겸직했는데 해당 기간 손익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비판했다. 2013년 728억원이던 당기손익이 2015년 122억원으로 83% 가량 하락한 것이다. 

또 신규직원의 급여를 대폭 삭감했는데 농협노조는 “젊은 직원의 ‘고혈’을 빼먹은 사람이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농협대 총장에 선임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농협노조는 이 총장이 2016년 이후 농민신문 대표를 맡았을 당시 구독 확대를 위해 전 계열사 임직원에게 농민신문, 전원생활(농민신문이 펴낸 월간지), 어린이동산(농민신문이 펴낸 어린이잡지) 구독을 강요하고 이를 업적평가로 관리해 임직원에게 고객을 대상으로 신문을 팔도록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 농협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농민신문 등의 구독 캠페인 문건. 자료=농협노조
▲ 농협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농민신문 등의 구독 캠페인 문건. 자료=농협노조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도 제기했다. 그의 2006년 중앙대 박사학위 논문 “유통기업의 윤리경영 전략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보면 논문의 상당부분이 타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낀 수준이었다. 농협노조는 “농협대 총장에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한 인사가 선임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오늘은 이 총장과 농협대 측에 지난 17일부터 관련 입장을 물었다. 21일 현재 이 총장은 관련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농협대 관계자는 21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식 입장을 답변드리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출근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농협노조의 저지로 학교에 출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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