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들은 어떻게 생존하고 있을까.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대구·경북지역 독립언론 뉴스민 주최로 지난 17일 경북대에서 제1회 대구·경북 저널리즘 컨퍼런스를 열고 지역언론 저널리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미디어오늘은 이날 컨퍼런스 중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지역언론인으로 활동하는 천용길 뉴스민 대표와 박누리 월간옥이네 편집국장의 발표에 주목했다.

천용길 대표는 “뉴스민 처음 시작할 때 두명(천용길·이상원)의 기자가 월급 50만원 받으면서 3년 버텨보고 안 되면 다른 거 하자며 시작했는데 10년을 버텼다”며 “매년 조금이라도 임금을 올렸고 지난해에 최저임금을 맞춰 공개채용을 시작했다”고 지역 독립언론의 고충을 요약했다. 

천 대표는 뉴스민의 수익모델을 설명하며 절대 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처음 4년간 후원금만 받았고 지역을 기록하는 일이면 용역사업이든 뭐든 했다”며 “그렇지만 광고성기사(기사형광고)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민은 지난 21016년 5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네이버 뉴스검색 제휴사가 됐다. 그러자 광고대행사에서 기사를 송고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뉴스민은 상담 내용을 전부 보도했다. 

▲ 2016년 사드 배치가 결정되고 뉴스민 기자들은 성주로 출퇴근을 했다. 사진=유튜브 뉴스민 갈무리
▲ 2016년 사드 배치가 결정되고 뉴스민 기자들은 성주로 출퇴근을 했다. 사진=유튜브 뉴스민 갈무리

 

저널리즘의 또 다른 원칙도 언급했다. 그는 “지역에서 집중해야 할 일이 있으면 비록 3~4명의 기자일지라도 뉴스민 모든 전력을 다 쏟자는 원칙은 10년간 지켰다”며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할 당시 사례를 꺼냈다. 2016년 7월 사드배치가 결정됐는데 이를 자세히 기록할 매체가 없다고 판단해 가용할 수 있는 기자 3명이 1년간 성주로 출퇴근했다. 

지역에 대한 애정도 나타냈다. 천 대표는 “대구은행에 후원요청하면서 ‘뉴스민은 대구은행만 쓴다’고 말했다. 참소주만 마시고 야구는 삼성라이온즈만 응원하고 방송도 한동안 TBC(대구방송)만 들었다”라며 “지난해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대구경북 상장주만 산다. 그래야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날 앞선 발표에서 장광연 뉴스타파 PD는 뉴스타파가 독립언론 인큐베이팅에 나선 이유에 대해 말했다. 장 PD는 “2021년 기준 인터넷신문 수가 1만개가 넘지만 독자들은 읽을 만한 기사가 없다”며 “앞으로의 10년은 협업을 키워가기 위해 독립언론을 계속 만들겠다”고 했다. 2012년 만든 뉴스타파도 창간 10주년이 됐다. 

[관련기사 : 뉴스타파 저널리즘스쿨 1기 모집, 독립언론 창업 지원까지]

천 대표는 “뉴스타파에서는 작은언론이라며 3명짜리 언론사 10개가 생기면 좋겠다고 했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가능한 목표는 아닌 것 같고 경북에 23개 시군 중 5개 시군에 1명씩 5개의 독립언론이 있으면 좋겠다”며 “그 독립 지역언론에 뉴스민이 서포터즈가 되겠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2년 뒤 소멸가능성이 높은 경북 영양군에 귀촌을 계획 중인데 그곳에서 자신부터 독립언론을 만들 예정이다. 지난 10년 뉴스민이 버티는데 성공했다면 앞으로는 새 독립 지역언론을 지원하며 번영과 발전을 꿈꾸는 단계로 진입한 셈이다. 

▲ 월간옥이네. 사진=컨퍼런스 자료집
▲ 월간옥이네. 사진=컨퍼런스 자료집

 

지역언론에 모범사례로 꼽히는 옥천신문은 옥천의 기록매체들을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잡지 ‘월간옥이네’다. 이날 발표에 나선 박누리 월간옥이네 편집국장은 2010년 옥천신문 취재기자로 옥천에 자리 잡았다. 사회적기업 고래실에서 2017년 7월 월간옥이네를 창간했고 오는 7월(61호) 창간 5주년이 된다. 

박 편집국장은 “옥천신문에서 교육 분야를 담당해 청소년들을 만났는데 상당수가 ‘어른이 되면 옥천을 떠나겠다’라고 말했다”며 “처음엔 공동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옥천에 살다보면 멋진 사람들이 많고 농민운동, 지역공동체운동, 교육운동, 주민자치운동 등이 활발했기 때문에 공동체가 부재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공동체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답을 찾았다. 

월간옥이네는 옥천 지역에 거주하면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이야기로 채워가고 있다. 청소년 참정권, 길고양이, 오래된 나무, 빈집, 지역의 기록자, 작은학교 어린이, 여성농민, 이주민, 기후위기, 지역불균형, 마을공동체, 수몰마을 등 문제를 다뤘다. 

▲ 옥천 주민들이 세운 안남어머니학교. 사진=유튜브 뉴스민 갈무리
▲ 옥천 주민들이 세운 안남어머니학교. 사진=유튜브 뉴스민 갈무리

 

구체적으로 아이템을 찾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안남어머니학교라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20년 가까이 운영하는 문해학교가 있다. 이곳을 취재하다 보면 1인가구, 여성노인의 문제로 자연스레 취재가 이어진다. 지역노인에 대한 기사를 쓰다 보면 도농(도시·농촌)간 격차만이 아니라 읍면간 격차도 보인다. 이주여성의 이야기, 여성농민의 이야기 등으로 확장한다. 

박 편집국장은 월간옥이네와 옥천신문의 큰 차이점 중 하나를 ‘지면 밖에서 활동’으로 꼽았다. 그는 “여성농민, 소농 기사를 다루는데 보도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소농인단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대표인 김정렬 언니네텃밭 단장을 초청해 토종씨앗 이야기를 듣고 제가 텃밭을 꾸려 주변사람들과 나누고 그걸 다시 지면에 싣는다”며 “지난해에는 주민들과 모여 텃밭활동을 하고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언론보도는 많지만 이를 실천하는 매체는 드물다. 월간옥이네 사무실은 2층인데 1층은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그는 “옥천신문에서 30년간 비슷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렇다고 지역사회에서 실질적인 활동으로 나오진 않는다”라며 “그래서 직접 하기로 했다. 청소년들이 자립카페 활동을 해서 수익금도 벌어가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18명이 전교생인 작은 학교 학생들에게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관련 기사를 지면에 보도한 뒤 옥천군의회에 관련 조례를 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길고양이 특집 기사를 보도한 뒤에는 동물보호 조례안을 군의회에 제안했다. 요청한 것보다는 미약하지만 관련 정책이 행정에 반영됐다. 

박 편집국장은 “처음 잡지를 만들 때 3년은 가겠냐는 말을 많이 들었고 지금도 듣지만 지금 창간 5주년이 됐고 3년 연속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됐으며 조금이지만 독자수도 늘고 있다”고 성과를 말했다. 

▲ 천용길 뉴스민 대표. 사진=유튜브 뉴스민 갈무리
▲ 천용길 뉴스민 대표. 사진=유튜브 뉴스민 갈무리

 

이들은 기초자치단위 언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천 대표는 “미디어의 미래는 변방에 있다”며 “서울·수도권에 주소지를 두는 언론의 지역 주재기자 수나 지역 일간지의 기초단위 주재기자 수가 줄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새로운 지식이나 감시에 역량을 투입하는 게 지역 미디어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편집국장도 “지역에 대해서도 서울의 눈으로, 서울의 욕망을, 서울의 입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그걸 바꾸기 위해 월간옥이네를 창간했다”며 “10년 후에 종이신문이 없어지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앞으로도 종이매체가 망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단위로 가야하고 낮은 곳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서 사람들이 언론을 신뢰하게 하는 것, 우리를 신뢰하게 하는 것이 존재 이유이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답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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