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비공개 회의 내용의 언론 유출을 문제 삼아 돌연 비공개 회의 때 현안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직권으로 결정한다고 밝히자 배현진 의원이 반발하면서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는 등 회의 막판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이 대표는 “특정인 이름까지 거론된 상황에서 묵과할 수 없다”고 하는 등 완강한 태도를 보였고, 배현진 의원은 “그동안 본인이 가장 많이 언론에 유출하고 인터뷰하면서 얘기해놓고 누구 핑계를 대느냐”고 반박하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 이후 국제위원장 의결 건만 처리한 뒤 먼저 퇴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연 최고위원 회의에서 별도의 모두 발언을 하지 않은 채 “회의가 공개 부분과 비공개 부분으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비공개 부분에서 나왔던 내용들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인용되어서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 되어서 최고위원회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기로 하겠다”며 “안건 처리만 하겠으니 최고위원들은 현안에 대해 말씀하시고 싶은 게 있으시면 공개 회의에서 모두 발언 끝에 붙여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배현진 최고위원은 본인 모두 발언이 끝난 이후 비공개 현안 회의를 않겠다는 이 대표 결정에 “저희가 최고위원회의를 할 때마다 답답했다. 비공개 회의가 아니라 미공개 회의로 최고위원들의 속사정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내용이 언론에 낱낱이 공개되면서 참 낯 부끄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현안 논의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라 비공개 회의를 좀 더 철저히 단속해서 당 내에서 필요한 내부의 이야기는 건강하게 이어나가야 할 것 같다는 건의를 드린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최고위원 현안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직권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TV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최고위원 현안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직권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TV 갈무리

최고 위원들의 모두 발언 등 공개 회의가 끝나자 이준석 대표는 다시 “기 공지한 대로 비공개 회의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배 의원은 “비공개 회의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쩌느냐”며 “그동안 내내 회의 하는 동안 비공개 회의에 내용들 (유출에 대해) 제가. 누차 제가 제안 드리지 않았느냐. 회의 단속해달라고”라고 반박했다.

이준석 대표는 “정확히 발언권을 득해서 말하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누차 누출되면서 실제로 언론에서”라고 말하자 배현진 의원은 중간에 “대표님이 많이 유출하지 않았느냐. 스스로도”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특정인이 참석했을 때 유출이 많이 된다는 내용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저는 더 이상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하자 배현진 의원은 “저는 최고위원 회의의 안에서 해야할 건전한 회의의 기능과 저희의 권한에 대해 대표가 의장 직권으로 여태까지 단속이 제대로 안 돼서 심지어 본인이 언론과 나가서 얘기하는 것을 언론이 쓴 것을 누구의 핑계를 대고 있는 겁니까”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단속해볼까요”라고 감정적인 발언까지 내놓았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최고위원 현안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TV 갈무리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최고위원 현안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TV 갈무리

결국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그만합시다.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하고 비공개했다.

이에 기자들이 나온 뒤 1분도 채 되지 않아 국제위원장 안건을 의결하고 이준석 대표가 혼자 퇴장했고, 언론에 별도의 설명도 하지 않고 당 대표실로 들어갔다.

허은아 국민의힘 대변인은 회의장에서 곧 나와 백브리핑을 통해 “최고위 회의에서 논의됐던 비공개로 논의됐던 것들이 특정인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유출됐던 것 같다”며 “그 부분이 지속되다 보면 현안 논의가 무의미할 것 같다고 (이 대표가) 생각한 것 같고, 과열된 부분 냉각시키기 위해서라도 잠시 동안이라고 비공개 현안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비공개 현안 논의 금지 결정을 사전에 왜 얘기않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허 대변인은 “최고위는 사전 논의가 없으니 대부분 회의 현장에 와서 말씀드리고, 비공개 현안 논의 때 여러 말씀을 나누는데, 비공개 때 현안 논의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과열된 부분이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차단시키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유출돼 문제가 된 사례가 뭐냐’고 묻자 허 대변인은 “저도 갑자기 있었던 일이라 사례까지는 조사하지는 못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특정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유출됐다는 판단의 근거나 과정이 있었느냐’는 질의에 허 대변인은 “대표가 언론인을 통해서 들으신 것 같다”며 “그 정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대변인이 20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최고위원 현안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직권 결정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허은아 국민의힘 대변인이 20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최고위원 현안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직권 결정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어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나와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언성이 높아진 것은 여러분이 다 보신 거고, 비공개 회의 논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는다”며 “원래 제 원칙”이라고 밝혔다.

비공개 회의 유출 사례가 심각한 내용이냐는 질의에 권 원내대표는 “의원 총회도 그렇고, 최고위 회의도 그렇고 비공개 회의 때 논의된 내용이 유출된 게 많이 있다”며 “여러 번 있었다고 본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 못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취재하다 보면 취재에 의해 확인이 되면 보도될 수도 있는데, 그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 특별하다고 볼 사안이 있는 것이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권 원내대표는 “비공개에서 논의된 사안은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구성원 각자 판단할 문제여서 제가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래서 가끔 많이 유출이 되기 때문에 가끔은 실무자들을 배석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있고, 각자의 그런 가치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제가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편, 윤리위 개최 문제를 놓고 이준석 대표와 윤리위원장이 계속 갈등을 빚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권 원내대표는 “윤리위원회는 최고위와 독립된 별도의 기구이고, 윤리위의 운영에 대해서는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당헌 당규에서 독립성이 보장된 윤리위 운영과 관련해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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