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002년 제3회 지방선거(48.9%)에 이어 역대 두 번째(50.9%)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선거 이후 3개월 만에 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상대적으로 유권자 관심도가 떨어졌다고 분석했지만, 대선 주자들의 출마로 언론에서 높은 관심을 보여준 인천 계양을, 경기 성남 분당갑 등의 지역과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의 투표율은 여전히 높았다.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 보도 모니터링과 감시활동을 벌인 2022지방선거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감시단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민언련 교육관에서 ‘대선구도에 삼켜진 지방 없는 지방선거 언론의 역할과 해법은?’ 토론회를 열었다. ‘지방 사라진 지방선거 보도’로 지적받은 이번 지방선거 보도행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언론의 올바른 선거보도 방안을 모색했다. 사회는 변상욱 대기자(TBS 우리동네라이브 진행자)가 맡았다. 

▲ 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감시단 토론회 사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 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감시단 토론회 사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우선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2라운드’, ‘대선 연장전’이라거나 중앙 정치의 종속변수로 다뤄지면서 각 지역이 가진 고민은 퇴색됐다. 조선희 민언련 미디어팀장은 “‘정부 내각 인선에 따라’, ‘검찰 기소-수사 분리 법안에 따라’, ‘재‧보궐선거 어디에 누가 출마하는지에 따라’ 지방선거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식의 보도가 주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각각 인천 계양을과 경기 분당갑에 출마하면서 많은 언론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며 “종편에서는 특히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출마 명분, 논란, 구설 등을 대담의 주된 소재로 다뤘다”고 말했다. 

조선희 팀장은 “수도권 2곳을 비롯해 지방 5곳까지 7개 지역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됐다. 이번 선거는 엄연히 전국 17개 시도에서 지역일꾼 4125명을 뽑는 지방선거가 중심”이라며 “그러나 재‧보궐선거를 주된 관심사로 놓고 전하는 바람에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정보를 충분히 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감시단 토론회 사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  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감시단 토론회 사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수도권 선거 상황과 광역단체,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에 몰두한 지방선거 보도가 이뤄졌다고도 지적했다. 조선희 팀장은 “지방선거인만큼 각 지역의 단체장과 의회 의원, 교육감 후보가 골고루, 특히 정책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보도 초점이 맞춰졌다면 유권자와 시민들의 힘으로 더욱 민주적인 지방선거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공약 없는 검증 보도, 정책 단순 전달, 단순 비교 언제까지”

손주화 전북민언련 사무처장은 공약 없는 검증 보도, 정책 단순 전달 등 되풀이된 선거보도 관행을 진단했다. 손주화 처장은 “부산민언련은 공약·정책 보도에서 단순 전달 기사비중이 32.4%를 차지하며 평가/분석/검증 기사비중은 0%라고 분석했다”며 “상대 후보에 대한 평가도 후보의 말을 그대로 전달할 것이 아니라 검증된 평가를 기반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민언련은) 유권자에게 공약 평가 보도가 필요하지만, 관련 보도는 거의 없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고 전했다.

무투표 당선자 문제에도 주목했다. 무투표 당선은 출마자가 1명일 경우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되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무투표 당선자가 나온 지역구 주민들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손주화 처장은 “전북에서는 무투표로 수십 명이 당선되면서 무투표 당선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지역언론 보도가 이어졌다”며 “무투표 당선으로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현 상황에서 다양한 대안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지역언론에서 수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언론이 담은 다양한 유권자 의제도 소개했다. 손주화 처장은 “MBC충북의 청년정치 조명 기획보도, MZ세대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조명하는 전북일보 기획보도 등 청년정치를 조명한 보도도 등장했다”며 “전남일보 ‘일주이슈’ 기획기사, 남도일보 청년 공천 소외 비판 보도 등 도서지역 유권자와 장애인들의 투표소 접근권 문제, 청년들의 정치 진입장벽 문제 등을 보도한 지역언론도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청년 주도 후보자 면접 등 ‘청년정치’ 조명한 MBC충북 기획보도.
▲ 청년 주도 후보자 면접 등 ‘청년정치’ 조명한 MBC충북 기획보도.

이어 “부산민언련은 비례대표에서 장애인 후보를 당선권 밖으로 배치한 양당의 행태와 후보들의 중대범죄 경력 공천, 여성·청년 공천 소외 등을 비판한 KBS부산과 부산MBC 등 공영방송 보도를 주목했다”며 “해당 기사들이 다양한 목소리가 시의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인 비례대표제와 각 정당의 공천시스템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것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보도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전북민언련은 장애인의 시청권 보장을 위해 후보자별 수어통역 토론회를 시도하기도 했다.

▲ 4월 24일 부산 방송3사인 KBS부산, 부산MBC, KNN(왼쪽부터) 메인 뉴스화면.
▲ 4월 24일 부산 방송3사인 KBS부산, 부산MBC, KNN(왼쪽부터) 메인 뉴스화면.

 

“서울 중심 사고, 서울 언론들이 지역 소비하는 방식 정해져 있어”

지역시민들이 주주로 참여해 창간된 경남도민일보의 표세호 자치행정부장은 언론 종사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서울 중심 사고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표세호 부장은 “우리는 서울 언론이라고 한다. 중앙 언론, 전국 언론이라고 안한다. 지방 선거를 해봐야 서울시장, 경기도 시장 얘기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언론들이 지역을 소비하는 방식은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올해 1월달에 첫 중앙 지방 협력으로 전국 시도지사가 모인 제2국무회의가 열렸지만, 서울지는 대부분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며 “가덕도 신공항 이슈에 대해서도 서울지에서는 ‘그 공항을 만들어놔봐야 활주로에는 고추와 멸치를 말릴 것이다’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서울이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구도 속에서 지방선거가 제대로 보도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현경 옥천신문 편집국장은 “취재결과, 거대양당은 ‘자기 선거 하지 마라. 대선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후보자들은 공천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눈치 보기에만 바빴다”며 “지역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이번 지방 선거에 나오는지 여부를 알기까지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선거 보도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감시단 토론회 사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 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감시단 토론회 사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박정희 부산민언련 사무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정보를 생산하는건 지역언론밖에 없다”며 “언론이 정치인 목소리만 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당사자 단체와 협업을 통해 정책을 제언해야 한다. 또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게 질문을 하게 하면, 기존의 언론에서 질문하지 않는 질문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소에 지역 언론이 특정 각 지역구마다 이슈를 발굴하는데, 이런 것들이 선거 시기에 그 지역 중요한 현안으로 후보들에게 질문되어야 한다. 평소 자신들이 제기했던 지역의 현안들을 선거 기사 쟁점으로 제시하기도 하고, 아카이빙식으로 해서 평소에도 그 지역의 쟁점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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