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계열의 OTT인 ‘티빙’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파라마운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16일 티빙에 ‘파라마운트+’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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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미디어데이도 개최됐는데, 파라마운트와 티빙의 첫 번째 공동투자작 ‘욘더’의 이준익 감독이 주목됐다. 욘더는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등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 감독이 처음으로 만든 OTT 시리즈다. 이날 이 감독은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때 가장 중요한 본질인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티빙과 파라마운트+의 미디어데이에 이준인 감독이 참석해 티빙과 파라마운트+의 첫 번째 공동투자작 '욘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티빙. 
▲1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티빙과 파라마운트+의 미디어데이에 이준인 감독이 참석해 티빙과 파라마운트+의 첫 번째 공동투자작 '욘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티빙.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는 어떤 작품인가?

이준익 감독: “‘욘더’라는 이야기는 아내가 죽은 후 남편에게 어느 날 죽은 아내로부터 메시지가 오는 설정이다. 아내가 죽기 전 기억 등을 업로드한 ‘욘더’라는 세상이 있고, 죽음 이후의 삶에 남편을 초대한 것이다. 그 메시지를 받고 죽은 아내를 만나러 가는 남편의 이야기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을 매장하거나 화장하거나. 죽고 나면 남은 사람이 제사를 지내거나 기도한다. 죽은 자는 천국 혹은 지옥. 삶은 복잡하지만 죽음은 간단하게 처리돼 왔다.

현대과학기술은 분명히 인간의 기억을 조만간 업로드할 것이라는 설정으로 만들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는데 이 영화는 ‘나는 기억하기에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 심오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한 이야기다.”

- 신하균, 한지민, 정진영, 이정은 같은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20년 전 영화 ‘간첩 리철진’ 제작을 맡은 적 있는데 그때 신하균 배우를 처음봤다. 신하균 배우가 갖고 있는 깊이감, 단단함 같은 것들이 욘더에서도 무게감 있게 잘 드러났다.

한지민 배우는 멜로 연기에 훌륭한 업적이 있다.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아내 역할을 했는데 배우가 가진 감동의 진폭이 크다. 어렵고 복잡한 줄거리를 아주 쉽게, 연기적으로 풀어내서 너무 고마웠다. 이 어려운 이야기를 연기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해줘서 고마운 배우다.

이정은 배우는 영화 ‘자산어보’ 때 나와 작업했다. 그 역할 역시 쉽지 않았는데 ‘역시 이정은은 이정은’이라는 걸 보여준 놀라운 배우다.

정진영 배우는 현장에서 안도감을 주는 배우다. 이번에는 뇌 과학자 역할을 맡았다. 전혀 보지못한 연기를 목격할 것이다.”

- 이준익 감독은 지금까지 과거를 많이 다루는 영화를 만들었다. 욘더는 미래를 그렸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지금까지 나는 사극을 많이 찍었다. 역사물도 어떻게 보면 ‘가상현실’이다. 현재에 없으니깐. 가까운 미래의 가상현실이나 과거의 가상현실이나 같은 것 같다. 그 시간만 다르지, 그런 세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준익 감독. 사진출처= 티빙. 
▲이준익 감독. 사진출처= 티빙. 

- 영화감독으로, OTT 시리즈는 처음이다. 영화를 만들 때와 차이점은?

“작업적으로 차이는 못 느꼈다. 영화는 관객을 만나는 것이고 OTT는 플랫폼으로 가는 것이 차이일텐데 찍을 때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두 시간짜리 포맷 안에 이야기를 압축하는 것과 6부작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다른 점도 있다. 영화보다는 깊이 있게, 어려운 이야기를 심오하게 들어갈 수 있다. 영화는 압축적으로 씬들을 만든다. 6부작으로 만들다보니 한 씬의 내면까지 파고 들어가는 미묘함이 있다는 차이를 느꼈다. 그것은 아마 극장에서 영화를 시청하는 것과 내방에서 몰입해 OTT를 소비하는 느낌의 차이와도 같을 것이다. 그래서 욘더를 영화로 만들지 않고 OTT로 만든 것 같다.”

- 파라마운트와 티빙의 공동투자를 받았다. 작품이 글로벌로 나아갈 것에 대한 기대감은?

“영화를 찍을 때 ‘글로벌’을 의식하고 만들진 않는다. 사실 글로벌, 로컬을 나누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 그보다 인간은 본래 이야기를 만드는 존재다. 그 이야기는 때로는 특정한 어떤 지역 사람에겐 쉽지만 외지 사람에게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도 서양 문화를 오랫동안 배우고 따르고 추월하기도 해왔다. 우리 이야기로, 글로벌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밀도 있게 잘 만들면, 어떤 문화와 역사를 뛰어넘어 인간이 만든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잘 만들면, (글로벌이든 로컬이든 상관없다는) 그런 생각이다. 글로벌을 의식하면서 지나치게 조작적이고 계획적인 건 오히려 본질에서 어긋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을 신경 쓰지 말고 이야기에 충실해야 한다. 이야기라는 본질에 충실하면 된다.”

- 한국 영화 등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한국은 오랫동안 외국 문화나 역사들을 열심히 학습했다. 이제는 우리 이야기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부단하고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매우 훌륭해졌다. 그래서 알아주는 것이다. ‘글로벌이니까 어떻게 해야 해!’ 이런 접근은 좀 그런 것 같다.

아까도 파라마운트 관계자께서 아시아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가 샘솟듯 나올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아주 정확한 것 같다. 한국 역사는 아주 복잡하다. 복잡한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픔과 고통, 시련으로 이겨내왔고 우리 이야기를 잘 만들어서 전달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 국내 콘텐츠 산업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작품 하나 만드는 사람에게 과한 질문 같은데.(웃음) 다만 아쉬움을 이야기하자면 영화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단어를 쓴다. 가능하면 ‘스토리텔링 산업’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인간은 이야기를 만드는 존재다. 영화는 오락과 흥행 요소 등이 가미돼 있지만 결국 스토리텔링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에 대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을 또 좋은 퀄리티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아쉬운 점은 한국에 오픈 스튜디오가 적다는 점이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지었다가 부수는 스튜디오는 있었지만, 규모 있는 오픈 스튜디오가 절실했다. 프로덕션 파트에서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 그것이 곧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또 사람에 대한 투자, 시설에 대한 투자 이야기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전 세계가 코로나로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오늘 행사를 보니까 정말 많은 기자들이 왔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기운 속에서 파라마운트와 티빙의 새 시도가 큰 성과가 되길 바란다. 욘더가 그 성과에 기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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