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의 맥락을 짚고 분석을 담은 기사일수록 포털(다음카카오)에서 선호도가 높다는 경향신문 노조의 분석이 나왔다. 시간대로는 새벽 6시에 송고된 기사가 오래 읽혔다. 이는 앞서 한겨레 노조가 자사 기사를 분석한 결과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다음에 인링크(포털 내에서 뉴스 페이지가 열리는 링크)된 6400개 기사의 열독률을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경향신문지부는 지난 3일 발행한 이달 노보에서 “결국 평균적인 열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현업을 다루는 각 출입처 기자들이 관점을 가지고 쓴 분석, 차별화 기사가 승부수”라고 결론 맺었다.

다음에 인링크된 전체 경향신문 기사의 평균 열독률 지수(DRI)는 0.01이었다. 경향신문지부는 “0.01의 의미는 다음이 예측한 기대 체류시간과 실제 독자의 체류시간이 거의 일치했다는 얘기”라 풀이했다. 그러면서도 “경향신문의 열독률이 선방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마이너스대를 기록한 기사도 전체의 절반(54%)을 넘었다”고 했다. DRI는 독자가 기사 페이지에 실제 체류한 시간과 기대 체류시간 간 차이로 열독률을 추정한다(실체류시간-기대체류시간/기대체류시간).

▲사진=unspalsh
▲사진=unspalsh

하루 중 열독률이 최고인 시간대는 오전 6시였다. 6시, 15시, 20시, 21시 대 중 6시에 ‘DRI 0.1 이상’인 기사가 가장 많았다. 경향신문지부는 “전날 작성돼 예약 송고된 박스 기사를 출근길 독자들이 관심있게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언론노조 한겨레지부가 2017년 5월부터 지난해까지 나온 기사 450개 표본을 분석한 결과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당시 조회수와 DRI가 모두 상위 10%인 기사 가운데 오전 5~6시에 예약 배포된 비중이 높았다.

오후 8~9시 대 송고 기사보다는 오후 3시 송고 기사가 더 오래 읽혔다. 경향신문지부는 “분석 기사일수록 기다렸다가 늦은 저녁에 풀기보다, 기사 작성이 끝난 직후 바로 내보내는 것이 열독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내용 면에선 독자적으로 취재해 현장의 구체성과 사회적 관점을 담은 기사가 오래 읽혔다. 경향신문지부는 “열독률 상위 10%(640개)를 별도로 추려봤더니 경향신문만의 관점이 녹아있는 분석, 독자적으로 취재한 현장 등 차별화한 콘텐트가 주를 이뤘다”며 “현장의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면서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짚은 기사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고 했다.

종로 금은방 카드단말기 조작사건, 아파트 경비원 1회 기획기사, 50대 차박 사망사고, 간병살인 기사 등, 주요 뉴스 소재가 아니지만 뉴스 주인공이나 장소가 독자와 근접성이 높고 시사적 의미를 지닌 기사들이 그 예다.

▲2019~2022년 경향신문 열독률 상위 기사 제목. 경향신문 노보 갈무리
▲2019~2022년 경향신문 열독률 상위 기사 제목. 경향신문 노보 갈무리

현안의 맥락을 짚은 해설 기사도 오래 읽혔다. 특히 디지털 퍼스트로 전환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열독률 상위 100개 기사 중 국제 기사가 13건이었다. 이들의 평균 DRI는 1.45로 사회, 정치 기사보다 높았고, 분석 기사가 13건 중 9건이었다. 열독률 상위 100건 중 정치 기사는 38건인데, 대선이 요인으로 추정되는 반면 평균 DRI는 가장 낮았다. 이들 중에서 팩트체크나 ‘AS성’의 분석 기사가 오래 읽혔다.

한겨레지부도 보고서를 통해 조회수와 DRI 상위 10%에 △독자적 기획 △단독 △뉴스AS △현안의 맥락을 짚는 기사 △현장밀착형 경제산업 기사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지부는 “기사가 길면 독자들이 금세 지쳐 창을 빨리 닫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독자들이 궁금해할만한 질문에 과녁을 정확히 맞춰, 답을 내놓는 고퀄 기사라면 긴 분량에도 더 꼼꼼히 오래 읽혔다”고 했다. 대선패배 요인 분석(26매), 일본 자민당의 반복적인 선거 승리 이유(15매)는 기대치의 3배가량 오래 읽혔다.

▲2021년 7월~2022년 4월 경향신문 열독률 상위 100개 기사 종류
▲2021년 7월~2022년 4월 경향신문 열독률 상위 100개 기사 종류

그러나 신년기획과 젠더 기획, 창간기획 1회차 기사의 열독률은 마이너스 대였다. 경향신문지부는 이를 두고 “관심이 집중된 현안이 아닐수록 기사 수요층을 세밀하게 따져 유통과 홍보를 하지 않는 이상 높은 열독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지부는 미디어 환경이 구독 중심으로 바뀌어갈수록 열독률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이미 구독 서비스로 옮겨갔고 다음도 모바일 뉴스에 이어 PC버전을 개편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올해부터 정부광고비 책정, 보조금 지원 등 기준으로 부수 대신 열독률 수치를 새롭게 적용하겠다고 결정했다.

경향신문지부는 “네이버 기준, 2021년 하반기 지면제작 분리 후 PV는 같은 해 상반기보다 65%가량 상승했다”며 “PV 증가가 실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편집국 운영의 성과 판단 기준을 PV로 한정짓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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