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소통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출근길 문답을 중심으로 긍정적 변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형식을 넘어 실질적인 소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윤 대통령 소통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파격’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 취임 30일 째였던 지난 10일 주요 종합일간지에도 ‘파격 소통’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전국단위 주요 일간지 중에서 소통 평가 기사를 게재한 4곳(경향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이 관련 기사 제목에 격식을 깼다는 표현을 썼다. 인사 관련 비판을 다룬 경향신문(시민에겐 파격 소통, 인사는 불통…‘속도전’ 속 모순 불거져), 세계일보(파격 소통·동맹 강화...검찰 출신 편중인사) 기사에도 소통에 대한 총평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호평의 이유는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회견인 이른바 ‘도어 스테핑’(door stepping)때문이다. 관저가 아닌 자택에서 지내며 기자실이 위치한 대통령실 건물로 출퇴근해 생겨난 풍경이다.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미국·일본 등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공보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제도다.

▲윤석열 대통령 소통 관련 평가를 담은 기사들. 10일 다음뉴스 검색 결과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소통 관련 평가를 담은 기사들. 10일 다음뉴스 검색 결과 갈무리.

형식적인 면에서 이런 약식회견 도입은 긍정적 변화다. 역대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의 관저에서 집무실을 오갔고, 기자실은 동선이 분리된 춘추관이라는 별도 건물에 위치했다. 언론 대상 기자회견이나 공개 행사가 아니면 대통령의 모습을 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로운 형식의 기자회견 등을 시도했다면, 윤 대통령은 더 잦은 언론 접촉을 ‘소통 강화’의 일환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통상 하루에 1~2회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만나 익명 전제의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역시 오전에는 전면 비공개 원칙인 ‘티타임’을 정례화했던 문 대통령 청와대에 비해서는 형식적으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기사로 쓸 수 없는 배경 설명에서, 누군지 밝힐 수 없는 익명 발언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호평이 대통령의 홍보성 행보까지 적용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대통령이 배우자와 쇼핑을 하거나, 나들이를 즐기는 일상적인 모습을 과도하게 칭송하는 듯한 보도는 소통에 대한 잘못된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일례로 조선일보(10일)는 출퇴근, 도어스테핑, 맛집 탐방 등을 일컬어 대통령의 ‘파격 한 달’이라 칭했다. “윤 대통령이 참모들과 수시로 용산 집무실 인근 국숫집이나 빵집, 종로 피자집 등을 찾았다”며 “취재진에겐 구내식당 공사가 완료되면 ‘김치찌개를 끓여주겠다’고 했다”는 내용이다. 같은 날 헤럴드경제도 “구중궁궐이라던 청와대를 벗어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재진뿐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접촉면도 넓혔다”며 “주말에는 예고 없이 부인 김건희 여사와 나들이를 즐기고, 쇼핑에 나선 장면이 심심찮게 국민에게 포착됐다”고 호평했다.

▲6월10일 헤럴드경제 보도 갈무리
▲6월10일 헤럴드경제 보도 갈무리

대통령실은 한 차원 높은 자화자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오늘은 굉장히 질문을 많이 받으셨다”며 “제가 보면서 이 정도면 거의 취임 한 달 기념 간담회 조금 해 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분히 많이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농담을 섞어 한 말이겠지만 대통령이 질문을 받고 답하는 행위를 시혜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취재관행의 한계는 여전하다. 안건에 따른 명확한 이유 없이 ‘관계자’를 고집하는 익명 전제 백브리핑이 그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 질문을 듣는 일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소통의 쌍방향성과 다양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통령 또는 대통령 부부가 시민을 마주하는 일은 선택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취임 후 첫 주말을 맞은 대통령 부부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과 자택 인근 백화점을 들렀다는 소식도 대통령실의 사후 서면 브리핑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공개된 청와대를 방문한 일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특정 행사에서 어떤 언행을 보였는지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을 마주한 시민들이 어떤 표정으로 무엇을 궁금해했는지 기록하고 반영하는 것 또한 소통의 일환이다.

윤석열 대통령 개인이 아닌 대통령실 SNS, 문 대통령 시절 ‘국민청원’과 같은 소통 창구는 미비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6월 중 홈페이지에 ‘대통령에 바란다’ 코너를 만들어 시민의 민원이나 제안을 온라인으로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 여부에 대해선 확답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문재인 청와대 ‘국민청원’이 여론전에 활용되는 등 부작용으로 논란을 불렀지만, 시민이 묻고 청와대가 답한다는 기조를 계승할 만한 창구의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12일 영화관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12일 영화관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은 선택적이다. 자신을 찍지 않은 사람이나 야당과의 소통은 부족한 것 같다”며 “비판받는 것들을 새겨들어야 한다. ‘검찰 출신 많다’고 하면 들을 줄 알아야 하고, 파업하는 상황에 대해 (노동자 등)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소통 확대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뒤 “내용의 충실성과 퍼포먼스에 대한 형식적인 건 분리해야 하는데 (일부 언론이) 내 마음에 들면 (내용이나 형식이) 좋지 않아도 높은 점수, 마음에 안 들면 비판하려고 한다”며 “윤 대통령 발언 내용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이런 걸 안 한다고 하면 더 문제다. (언론이) 윤 대통령 발언이 충실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기자회견 등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질문할 사람을 정하고 대통령실이 충실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은 그렇게 하고 반은 즉석에서 한다든지 언론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안하며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이벤트가 되어버린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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