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의 관리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가 이사회 회의록(속기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미디어오늘이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일부 내용만 열람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러자 뉴스통신진흥회는 답변서에서 ‘자신들이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지킬 의무가 없으며 연합뉴스는 상법상 주식회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공영언론사의 위치를 부정하는 듯한 주장까지 내세우며 이사회 내용을 은폐하려는 시도는 뉴스통신진흥회에서 처음 벌어진 일이 아니다. KBS·MBC·EBS 각 관리감독 역할을 맡은 이사회들도 회의록(속기록)을 홈페이지에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 연합뉴스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연합뉴스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소송까지 갔던 방문진, 이사들의 반발

지난 2013년 박대용 당시 뉴스타파 기자는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했다. 방문진은 자신들이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바 없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박 기자는 방문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박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사진=언론노조
▲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사진=언론노조

 

2014년 3월 서울남부지법의 해당 사건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방문진이 방송문화진흥법에 의해 설립되고 설립목적이 방문진의 최대출자자인 방송사업자(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 공공복지 향상에 이바지하게 함에 있으며 그 업무수행으로 추구하는 이익이 당해 법인 내부 이익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해당하는 공익적 성격을 갖는 점 등”을 고려해 방문진이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뉴스통신진흥회도 현재 자신들이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정보공개법을 따를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행정안전부에 질의한 결과 지난해 11월 행안부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방문진 사건에서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는 방송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고 공익적 성격이 강한 직위라는 점, 상법상 회사의 경우에도 이사회 의사록의 작성과 비치가 강제되고 주주 또는 회사채권자에게 이를 공개하도록 돼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라고 할 수 없어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사들의 공익성을 강조한 것이다. 

뉴스통신진흥회 역시 이사의 공익성과 각 분야 대표성을 고려한다. 국회와 신문협회·방송협회 등이 추천한 인사를 포함해 대통령이 이사를 임명한다. 

법원 판결 이후에도 방문진 이사들 반발로 이사회 회의록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2015년 2월26일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사회 회의록 작성 기준’을 두고 찬반 토론이 있었다. 당시 방문진은 어떤 이사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회의에 나온 일부 내용만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서 공개 찬성의견을 보면 “의사록과 속기록을 공개하는 KBS나 EBS의 경우 어떤 논의가 이루어졌고 누가 무슨 발언을 했고 무슨 내용의 토론을 거쳐 어떤 결의에 이르렀는지 그대로 다 드러난다”며 타 공영언론 이사회의 사례를 언급했다. 방문진도 발언자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다. 

2015년 3월13일 방문진 이사회 회의록에는 “방통위는 정부기관이고 KBS와 EBS는 수신료를 받으며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국가의 위임을 받아 광고료를 받지만 우리(MBC)는 기본적으로 주식회사에 준하는 조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즉 타 기관보다 공공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뉴스통신진흥회도 답변서에서 “연합뉴스는 상법상 주식회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회의록 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MBC 공공성이 일반 주식회사와 같을 순 없다. 같은날 방문진 이사회에선 “방문진 이사들은 그냥 놀러오듯 회의에 오는 것이 아니며 제대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내 발언이 어떤 결론을 도출해낼 것인지 또 그 결과에 대한 역사적 책임도 느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외부에서 잘못 편집하고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느 시점에서 누가 발언을 어떻게 했는지 명확히 기록해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2015년 4월16일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발언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회의에 나온 내용만 정리하는 형식의 기존 기록방식을 유지하자는 결론이 났다. 방문진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방문진 내부뿐 아니라 국회나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결국 2017년 11월부터 방문진 이사회 발언자의 이름과 발언 내용을 기록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한편 현재 방문진 홈페이지를 보면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2015년 1월부터 매달 공개하고 있다. 지난 2일 방문진 측은 “매월 공개했던 ‘이사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관련 법과 시행령에 따라 앞으로 ‘이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의 보수 사용 내역’으로 내용을 변경해 매 분기별 공개한다”며 “첫 정보공개는 2022년 2사분기가 지나고 7월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방송법에 ‘이사회 회의 내용 공개한다’ 신설
이후에도 회의내용 공개에 소극적이던 KBS·EBS 이사회

KBS와 EBS도 한동안 이사회 회의록(속기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유지했다. 

2014년 5월 국회는 방송법을 개정하면서 “이사회의 회의는 공개한다”(제46조 제9항)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같은해 9월24일 KBS 이사회(당시 이사장 이인호)는 회의 방청은 허용하되 속기록을 공시하지 않기로 했다. 속기록 열람에 대한 요청이 있으면 이사회 논의를 거쳐 신청인에만 공개하기로 했다. 방송법에서 ‘회의’를 공개하라고 했을 뿐 ‘속기록’을 공개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 역시 뉴스통신진흥회가 지금 취하는 태도와 비슷하다. 뉴스통신법(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6항에서 “이사회의 회의는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사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속기록’은 공개하지 않고, 정보공개청구를 한 사람에게 일부 내용 열람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2015년 7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언론개혁시민연대가 KBS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심판에 대해 이사회 속기록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할 것을 재결했다. KBS 이사회 속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 EBS 이사회 홈페이지
▲ EBS 이사회 홈페이지

 

KBS이사회는 2018년, EBS이사회는 2020년부터 이사회 회의록과 속기록을 각 이사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전까지 KBS이사회의 경우 정보공개를 청구해야 하고 공개가 결정되더라도 속기록을 파일로 받지 못하고 KBS이사회 사무국에 가서 직접 열람만 가능했다. EBS 이사회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이름·휴대전화번호·생년월일 등 개인정보를 입력해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이메일로 회의록을 공개해왔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해 10월25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회의 공개 등에 관한 규정(안)’을 승인했다. 원래 규정안 초안에는 속기록을 문서 파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내용이었지만 김인숙·조복래·강홍준 이사 등이 속기록 공개에 반발했고 결국 각 이사의 의견과 회의 진행 과정을 요약한 ‘의사록’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뉴스통신진흥회의 최근 이사회 내용 은폐 노력은 과거 KBS이사회, EBS이사회, 방문진 등이 과거 보였던 태도와 주장했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셈이다. 뉴스통신진흥회만 이사회 회의내용을 감추는 예외 기관이 될 수 있을까? 

[관련기사 : ‘비밀의방’ 연합뉴스 이사회 회의 공개하기로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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