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지난 10일)을 맞아 언론은 대통령 소통에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긍정 평가를 내놨다. 청와대를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저에서 집무실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은 최초다. 특히 대통령이 출근길에 상시적으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약식 기자회견은 앞선 정권들과 비교하면 ‘특별’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일부 청와대 출입 기자가 대통령 일정을 풀 취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통령과 마주볼 기회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신년 기자회견 혹은 대통령과의 산행 일정에서 겨우 한두 차례 볼 수 있는 수준이었고,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청와대 대변인 혹은 청와대 관계자 ‘전언’으로만 알려졌다. 전언일 뿐 ‘대통령의 언어’가 아닌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월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6월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약식 기자회견은 한마디 말이래도 대통령 의중과 생각을 직접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소통 공간으로 평가한다. 거친 발언이 나온다고 우려하지만 그것 역시 대통령의 언어다. 대통령은 여론과 민심을 담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사회 갈등 현안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해법도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기자들이 무슨 질문을 할까 생각한다. 어떤 날은 예상한 질문이 나오고, 어떤 날은 전혀 다른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문제적’ 발언을 내놓는다면, 언론은 대통령이 관련 정책 궤도를 제대로 수정하도록 혹독하게 검증하면 된다. ‘대통령 실언이 잦다’라며 되레 걱정하는 논조로 지적하고 약식 기자회견 폐지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소통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것이다. 기자들이 대통령과 논쟁하면서까지 갈등 현안에 대한 쟁점을 드러내는 게 약식 기자회견 취지를 살리는 일이다.

외신에선 기자들이 현장에서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리허설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약식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집요하게 질문해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별도의 팩트체크팀을 신설해 발언의 사실관계, 발언이 나온 배경, 발언 이후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을 심도 있게 따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가 많다는 지적에 ‘과거 정부에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인사들이 많았다’는 취지로 답했는데 언론의 팩트체크 결과 사실은 달랐다. 최고 권력자 발언을 바로잡고 잘못된 발언이었다고 지적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다.

윤 대통령 부부 주말 일정을 상세히 공개하고 언론이 일제히 ‘파격’이라고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 소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한 언론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주말 나들이를 하면서 시민들과 접촉하는 모습이 거침이 없고 자유스럽다”고 평가했지만, 대통령 부부 모습을 ‘연출’이라며 냉소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6월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6월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대통령 주말 일정을 보도하는 것은 국민 알 권리에 속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지적도 언론이 내놔야 한다. 지난 5월 장소와 시간까지 특정된 대통령의 ‘저녁 일정’이 논란이 됐지만 일정 참석자나 모임의 성격 등은 전혀 밝혀진 바 없다.

대통령실 스스로 “대통령 업무는 24시간 중단되지 않는다. 출퇴근 개념 자체가 없다”고 밝힌 것처럼 대통령의 모든 일정은 공적이며 모두 공개하는 것이 맞는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대통령과 총리 일정을 언론에 배포하거나 아침 신문에 공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출근길 기자회견을 넘어 대통령의 브리핑을 정례화하는 것도 국민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아무리 파격적이래도 본질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있다. 소통 문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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