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편향성이 아니라 입법 편향성이 포털 문제 개선을 더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포털의 정치적 편향성’이 법안 발의의 주된 내용이다. 정치적 편향성을 내세워 플랫폼 규제를 하는 게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허윤철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

“언론 기사에 대한 법적 논의를 할 땐 망법이 아니라 언론 관련 법으로 다루게 된다. 망법으로 다루는 것은 법체계 정합성에 맞지 않는다. 낙제점에 가까운 법이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포털 개혁’ 정책에 학계와 시민단체, 언론기관 등에서 “포털이 편향된 게 아니라 입법안이 편향” “기본권을 침해는 법안”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8일 한국언론학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털뉴스 규제의 쟁점과 파급효과’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8일 한국언론학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털뉴스 규제의 쟁점과 파급효과’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지난 8일 한국언론학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털뉴스 규제의 쟁점과 파급효과’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민주당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알고리즘과 자체 기준에 따른 포털의 기사 편집·배열을 금지하고 △모든 언론사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고 포털은 이를 차별하거나 거부해선 안 되고 △뉴스 제공 방식에 아웃링크(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포털 사이트가 아닌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기사를 보는 방식) 강제 등이다. 개정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돼 심사 중이다.

지난달 2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민주당이 발의한 포털 개혁안과는 차이를 보였으나 ‘규제적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측면은 한계로 평가받는다. 인수위는 “전면 아웃링크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으나, △아웃링크 단계적 추진 △포털의 알고리즘 투명성 위원회를 법적 기구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법적 지위 부여 등의 안을 내놨고 지난달 방통위에 관련 정책 논의 기구를 마련했다. 특히 자율로 운영되고 있는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와 뉴스제휴평가위 등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건 옳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회적 이슈 대응 수준의 법 개정 안 돼”
“아웃링크 강제, 청년층 뉴스 소비 감소 우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아란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해외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허위정보 규제, 유해 콘텐츠 규제, 뉴스 저작권 관련 규제로 구분해볼 수 있다. 규제의 방식으로 법률을 통한 규제와 함께 플랫폼 기업의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방식이 함께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사회적 이슈 대응(배달앱 등 거짓 후기와 별점 테러 이슈, 연예인 등 유명인 자살 이슈, 유튜브 인스타그램 뒷광고 등)을 위해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아란 교수는 “온라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책이라는 장점도 있으나, 큰 틀에서 이뤄지지 않는 법 개정은 이슈에 종속되거나 매몰되고 유사한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민주당과 인수위의 포털 정책 비교. 디자인=이우림 기자
▲ 민주당과 인수위의 포털 정책 비교. 디자인=이우림 기자

특히 민주당이 발의한 망법 개정안 중 ‘아웃링크 강제’ 조항에 박 교수는 “20대가 뉴스를 접하는 주된 창구 중 하나가 포털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커뮤니티, 뉴스레터, 구글, 유튜브 등이 있다”며 “젊은 세대가 뉴스를 읽지 않는 이유는 재미가 없고, 관심사가 아니고, 지인 SNS를 통해 알 수 있고, 뉴스 사이트를 굳이 열기 귀찮다는 등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웃링크를 강제한다면 언론사 사이트나 앱 등에 직접 방문해 뉴스를 읽게 될지 회의적”이라며 ‘청년층의 뉴스 회피 현상 가중’을 우려했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특임교수 역시 “아웃링크 방식 도입을 법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궁극적으로 아웃링크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 다들 공감하고 있지만, 제도화시켜 법안으로 해결하는 건 옳지 않다”며 “오히려 극소수 대형 언론사 중심으로 왜곡된 시장이 형성되고 트래픽 경쟁으로 어뷰징 문제 등 뉴스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구글 등 해외 플랫폼 뉴스서비스로 재구조화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포털 규제 법안’에 대해 김동찬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이 법안이 디지털미디어 환경에서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율규제와 협력규제 거버넌스 발전을 차단한다. 알고리즘검토위원회나 제휴평가위 같은 자율규제 기구가 법적 규제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 강제적 규제는 장기적으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보다 실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이어 “또 이 법안은 입법 과정에서 뉴스 서비스 이용자와 이해관계자 등의 입장을 무시하고 있다. 김의겸 의원이 포털뉴스 편집을 전면 반대하는 법안을 지난해에 발의할 당시에도 비판이 제기됐는데, 지난 4월에 망법 개정안으로 재차 발의했다. 법안 서명자가 171명으로 대폭 늘어났다”며 “알고리즘 편향성이 아니라 입법 편향성이 포털 문제 개선을 더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김동찬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방통위가 스스로 정책 지속성과 앞으로 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 계획들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새 정부 역시 정치적 관점에 의해 오랜 전문가들이 논의한 결과물이나 성과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퇴행적 행위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재차 강조하고 싶은 건 각 주체(포털, 언론사, 정부 등)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자율적인 노력뿐 아니라 공동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언론 관련 법이 신문법, 방송법, 뉴스통신법, 출판물법 등 굉장히 많다”며 “때문에 포털뉴스 지원과 규제에 대한 경계가 불명확하다. 플랫폼이 통합되는 현실에서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법이 효용성이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 ‘미디어 진흥’과 관련된 법이 ‘뉴스 콘텐츠 진흥’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알고리즘검토위 높게 평가하나, 권고 사항 이행 살펴야”
“선정적 온라인 기사 비즈니스 모델로 치부 안 돼”

규제 요구가 이어진 가운데 네이버는 자율규제 차원에서 지난해 8월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네이버 알고리즘검토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위원회가 지난 1월까지 네이버 알고리즘에 대해 분석한 결과 핵심적인 문제로 기사량이 많은 언론사가 기사 노출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위원회는 포털에 △뉴스생산자들의 온라인 대응 역량에 대한 불균형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할 것 △사용자 평가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행해 사회적 소통을 강화할 것 △새로운 뉴스 알고리즘 개발과 학습 데이터 및 지속적인 검토를 수행할 것 등을 권고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온라인 기사를 대응할 역량을 갖춘 대형 언론사들이 대체로 보수적 성향이라고 평가되는데, 특정 이념의 언론사가 더 많이 노출되게 설계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용자는 대형 언론사들의 기사 노출이 더 높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심층 보도를 하는 언론의 기사, 대안 언론, 지역 언론 등의 기사 노출이 잘되지 않게 된다”고 우려한 뒤 “자체적으로 알고리즘 검토해 결과를 발표한 것이 진일보했고, 높게 평가되지만 문제는 권고 사항을 이행하는지 살필 수 있는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토에 그치지 않고 이후의 상황까지 관심을 가지면 상당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모든 문제의 책임을 포털에만 지우는 식의 입법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김창숙 이화여대 연구교수와 이나연 연세대 교수가 ‘모바일 포털 저널리즘의 타블이드화’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주요 신문사의 모바일 구독화면에 송출된 기사 가운데 61.9%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있었고, 자체 취재내용이 담긴 기사는 37.2%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 유력 언론이자 디지털 전담조직을 갖춘 언론사들의 기사들이 타블로이드화가 심해 높은 조회 수를 나타냈다”며 “포털 환경 때문이라는 핑계는 저품질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사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포털 뉴스 타블로이드화를 지적한 한국언론학회 발표 자료집. 사진=한국언론학회.
▲ 포털 뉴스 타블로이드화를 지적한 한국언론학회 발표 자료집. 사진=한국언론학회.

그는 “언론인들이 이 문제를 저널리즘 노동 조건에서 바라보라고 제언하고 싶다. 단지 개별 언론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기자들이 공들여서 작성한 좋은 뉴스를 가려지게 해 전체 기자들의 의욕과 사기를 떨어뜨리고 경제적 압박을 강화해 노동 환경의 악화를 낳는다”며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등 현업단체들이 이 문제를 언론사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로 치부하지 말고, 기자들의 직업 정신을 지키고 저널리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로 인식해 기자사회 내부에서 공개적인 논의를 활성화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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