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불균형에 따른 지역 소멸.’ 방송과 미디어에서도 지역 불균형과 소멸의 위기는 예외가 아니다. 지역 소멸로 인해 지역 미디어 지속 가능성 또한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지역미디어는 ‘공론의 사막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환경이다. 지방정부의 협찬과 광고에 의존해 신문사를 운영하는 현상이 수십년째 지속되고 이 때문에 지역신문의 공적 기능, 저널리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역 MBC가 독립법인 임에도 제한된 인사권 행사를 하고 지역 민방이 서울방송의 네트워크 기능을 담당하는 현실, 대다수 지역 언론들이 뉴스 플랫폼 사업자의 관심에서 벗어나 뉴스제휴 관계를 맺지 못하는 현실 등도 중앙 미디어 중심의 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지역 격차는 생산성, 소득 등의 경제적 불평등은 물론이고 정치 참여, 교육혜택, 문화향유 등의 기회 등 사회적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식·이상민 의원과 한국지역언론학회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역방송과 미디어자치권의 미래’ 토론회를 했다. 지역방송의 소외를 막고 지역간 차별없는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김미경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역협력네트워크 모델 구축과 지역방송위원회 설치를 통한 협력과 상생을 강조했다. 지역협력네트워크 모델은 지역방송과 지방자치단체, 지역미디어센터, 유관기관이 협력하는 모델이다. 

지역방송은 인적자원 및 지역밀착형 콘텐츠 제작 노하우 등을 활용한 지역 밀착형 콘텐츠 제작 주체 역할을 하고, 지자체는 각 지자체별 관광, 문화, 재난 등과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지역방송 콘텐츠 제작에 있어 제장 및 인프라 지원을 한다. 지역미디어 센터는 방송제작 장비, 시설, 인력 등 지원역할을 하며 지역 미디어 관련 학과 등과 방송콘텐츠 및 트랜드를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 김미경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제시한 지역협력네트워크 모델.
▲ 김미경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제시한 지역협력네트워크 모델.

특히, 지방정부와 지역언론사의 중간에서 언론 공적지원을 매개할 수 있는 ‘지역방송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방송위원회를 지역별로 설립해 지자체의 지역방송 지원금을 관리하고 배분하는 주체가 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김미경 교수는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진정한 자율권과 자치권을 가져야 한다”며 “지역협력네트워크 모델은 자치분권과 지역미디어와의 협력을 통한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당면한 과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지역미디어발전기금을 조성하여 온전한 지역미디어생태계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접근권 확보가 아니라 데이터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중앙으로부터 소외된 모든 지역민의 접근권 생태계 구축의 논리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데이터와 플랫폼에서 야기되는 디지털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지역민과 장애인, 성별, 계층별, 도농간의 격차를 해결하는 거시적인 접근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만제 원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민 참여미디어연구소 소장도 국내에서는 미디어자치권이 약화되는 상황임을 지적하며 해외의 지역방송위원회 사례를 소개했다. 독일의 주미디어위원회(Medienkommission), 캐나다의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에 의한 지역사무소 체제, 프랑스의 광역 단위 지역방송위원회(CTA) 등이다. 한국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 공영방송이사회 등 방송정책기구 구성에서 지역성을 대표하는 위원 선임 및 지역방송 전담 위원회 설치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역방송의 경우, 지역방송위원회 구성, 시도조례 제정 및 육성지원 시책 등 지방자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도 했다. 2020년 6월부터 시행 지역방송 발전지원특별법 제4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보면, ‘국가및지방자치단체는 지역방송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방송의 육성과 지원을 위한 시책을 실시하기 위하여 필요한 법제·재정·금융상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 이만제 원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민 참여미디어연구소 소장이 제시한 지역방송위원회 구성안.
▲ 이만제 원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민 참여미디어연구소 소장이 제시한 지역방송위원회 구성안.

이들은 중앙 중심의 방송정책을 지역중심 방송정책으로 분권화하기 위해 지역방송위원회 설치가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역방송위원회의 대표가 방송통신정책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를 함께 구성함으로써 방송정책의 지역성 및 지역대표성 강화, 지역 현실에 맞는 콘텐츠 발전전략 수립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강화를 통해 지방자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역방송위원회는 지역방송 정책 및 인허가 등 규제·지원 제도 수행, 지역성 콘텐츠 제작 지원, 지역방송 허가 갱신, 지역방송 제작비를 지원하는 등 지방정부의 직접 지원 문제점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광역 지자체, 광역 의회가 지자체별 지역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위원회간 협정을 바탕으로 광역 방송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역 지상파 방송 뿐아니라 공공성을 갖는 지역유료방송 및 디지털미디어, 지역주민 개인이 참여하는 디지털 미디어 등을 포괄하는 지역미디어위원회, 광역미디어 위원회 설립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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