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가 조만간 상장될 거라고 속여 높은 수익을 보장하며 투자를 유치한 다음 잠적해 백억 원대 피해를 낳은 사기 사건에는 언론도 연관돼 있다. 해당 업체는 금전 거래를 통해 만든 ‘기사형광고’(기사로 위장한 광고)로 ‘조만간 상장되는 믿을 수 있는 기업’인 것처럼 꾸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독자를 기만하는 ‘기사형광고’가 사기의 도구로까지 동원된 것이다.

최근 한 비상장 기업 투자 컨설팅 업체가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백배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베노디글로벌 투자를 유도한 다음 잠적해 논란이 됐다. 투자를 권유한 업체와 투자 대상 업체인 베노디글로벌 대표는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200여명의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보증금 등을 위해 모은 자금으로 투자에 나섰다가 사기를 당했다.

사기 과정에 언론이 만든 ‘기사형광고’가 동원됐다. 컨설팅 업체는 반신반의하는 피해자들에게 베노디글로벌 관련 기사 링크를 보내며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포장했다. 피해자들이 공개한 투자업체 담당자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보면 해당 업체 관계자는 유명 경제지들의 기사 링크를 보여주며 설득했다. 한 누리꾼은 지난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투자 사실을 밝히며 “호재 기사도 뜨고 프리아이피오라고 원금보장된다 그래서”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모인 인터넷 게시판에도 ‘기사를 보고 믿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 베노디글로벌 관련 기사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 베노디글로벌 관련 기사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사기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들은 사기 과정에서 제시된 기사를 ‘사실을 제대로 검증 못한 기사’ 정도로 다뤘지만 이들 기사는 해당 업체가 돈을 주고 만든 ‘기사형광고’였다. 

취재를 종합하면 베노디글로벌 대표 명의로 홍보대행 업체들에게 ‘기사형광고’를 의뢰했다. 베노디글로벌에서 홍보대행사들에 요구한 기사형광고는 ‘평택 공장 증설’ ‘전기모터 5만개 수출계약’ 등이다. 해당 기사는 건당 20만 원대에서 거래됐다. 

A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피해를 본 입장”이라며 “건당 20만 원대 계약이었고, 우리는 기사당 3만 원씩 남긴 게 전부다. 메일로 제안이 왔고, 의뢰를 받아 다른 업체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는 ‘대대행’방식으로 의뢰받은 ‘기사형광고’를 다른 홍보대행업체에 전달했다. ‘기사형광고’ 거래는 직거래와 ‘대대행’으로 나뉜다. ‘대대행’은 광고주로부터 의뢰를 받은 특정 대행사가 다른 대행사를 거쳐 홍보를 하는 방식이다. 대행사들이 유력 언론을 중심으로 독점적으로 계약을 맺기에 특정 언론에 내보내기 위해서 이처럼 ‘대대행’ 방식을 쓴다.

▲ 한국경제TV의 베노디글로벌 기사 페이지. 삭제된 상태다.
▲ 한국경제TV의 베노디글로벌 기사 페이지. 삭제된 상태다.

실제 관련 기사를 쓴 언론사의 기사는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등에 그동안 송고된 기사 내역을 확인해 대조한 결과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TV, 세계비즈, IT조선 등이 관련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들은 현재 언론사 홈페이지, 네이버에서 삭제돼 있다. 관련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고성능 전기모터 전문기업 베노디글로벌, 인도네시아 시장 본격 진출’(서울경제)
‘베노디글로벌, 5,000평 규모의 공장 증설…‘본격적인 전기오토바이 시대 연다.’’(서울경제)
‘베노디글로벌, 북미 시장에 전기모터 5만개 수출 계약’(서울경제)
‘‘베노디글로벌, 평택에 5천평 규모 공장 증설’’(파이낸셜뉴스) 
‘베노디글로벌, 북미 시장에 전기모터 5만개 수출 계약, 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파이낸셜뉴스) 
‘베노디글로벌, “생산 능력 확대 위한 평택 공장 증설하겠다”’(한국경제TV)
‘㈜베노디글로벌, 공모주TV와 IPO 준비’(세계비즈)
‘베노디글로벌, 美 시장에 5만개 전기모터 공급’(IT조선)

이들 언론이 ‘기사형광고’ 사업을 하지 않거나, 대행사와 언론이 해당 업체 정보를 들여다 봤다면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비상장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선 올해 초부터 해당 업체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기에 면밀히 살폈다면 충분히 거를 수 있었다. 

기사를 올린 직후에 삭제한 곳도 있다. 취재를 종합하면 IT조선에선 지난 4월 ‘베노디글로벌, 美 시장에 5만개 전기모터 공급’ 기사를 송출 후 삭제했다. 베노디글로벌측이 해당 홍보대행사에 삭제 경위를 묻는 메일을 보냈고 IT조선에서 ‘해외수출 계약서’ 등 증빙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전했다. 대행사측은 베노디글로벌에 “데스크팀에서 진행을 해줬으나 몇가지 체크를 해야 하는 건들이 있다고 내려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한 홍보대행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관행적으로 유가 보도자료(기사형광고) 사업을 하더라도 최소한 투자 관련 기사는 대행사 차원에서 사실확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행사들 중에선 검증을 충분히 하는 업체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업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언론사들의 기사 작성자 및 소속 팀에 이메일 등으로 기사 삭제 경위 등을 문의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기사형광고’가 언론의 관행처럼 굳어져서 문제 의식이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매번 하던 곳들이 계속 하고 있다”며 “유튜브의 ‘뒷광고’는 규제 대상인데 언론의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법 소관이다보니 관련 부처가 대응하지 않는다. 피해는 그대로 이용자에게 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언론인권센터는 뉴스타파와 함께 기사형광고 의심사례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특정 업체를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등의 기사형광고 의심 사례는 파이낸셜뉴스가 49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헤럴드경제(244건), 매일경제(220건), 아시아경제(198건), 뉴스1(148건), 머니투데이(83건), 서울경제(79건), 뉴시스(61건), 한국경제(55건 순) 등으로 경제지의 의심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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