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거 때마다 회자되는 BBC의 실시간 토론 팩트체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팩트체크 콘텐츠는 신뢰도와 대중성을 다 잡을 수 있을까.

영국 BBC, 일본 NHK 사례는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발굴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BBC는 2017년, NHK는 2013년부터 허위조작정보 대응 조직을 두고 있다. KBS 공영미디어연구소는 정기간행물인 해외방송정보 6월호를 통해 두 공영방송사 사례를 소개했다.

BBC는 5년 전 뉴스본부 데이터&분석부 산하에 10명 규모로 ‘사실확인팀’(Reality Check Team)을 정규조직으로 뒀다. 사실확인팀이 다루는 정보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페이스북 등 인터넷 상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 형태로 제공되는 거짓 정보 △사실확인 과정을 적절히 거치지 않은 주류 언론의 고의·비고의적 오보 △기타 온라인상에 유통되고 있는 잘못된 정보 등 ‘가짜뉴스’로 통칭되는 정보를 검증한다.

시청자 제보는 “당신은 BBC 사실확인팀이 어떤 주장을 조사하길 원합니까?”(What claims do you want BBC Reality Check to investigate) 웹페이지를 통해 받는다. 제보자가 자신의 이름·이메일과 원하는 조사 내용을 쓰면, 사실확인팀이 내용 타당성을 확인해 조사 여부를 결정하다.

▲사진=BBC, KBS공영미디어연구소 해외방송정보
▲사진=BBC, KBS공영미디어연구소 해외방송정보

주요 선거 관련한 TV토론이 있을 때면 실시간 팩트체크를 진행한다. 총선 관련 후보 토론회, 영국 총리에 대한 질의 방송 등이 진행될 때면 통계청 파견 인력과 BBC 사실확인팀 협업으로 선거 후보자 발언에 대한 검증이 시시각각 이뤄진다.

주대우 영국 통신원은 “특정 후보의 발언과 관련된 통계자료의 존재 여부, 출처 등을 기자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때문에 팩트체크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앵커가 특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재차 팩트체크팀에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뉴스는 1939년 설립된 BBC 모니터링 부서의 허위정보팀(Disinformation team)이 담당한다. BBC 모니터링 부서는 해외 150여개국, 100여개 언어의 언론매체 뉴스와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허위정보팀은 각국 뉴스 내용의 사실 여부 및 허위정보 유통 트렌드나 방식을 분석한다.

일본 NHK, SNS 허위정보 수집·분석 전담팀 운영

일본 공영방송 NHK의 경우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한 허위정보를 계기로, 온라인에서의 허위정보 수집·분석 전담팀 SoLT(Social Listening Team)을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사진=NHK, KBS공영미디어연구소 해외방송정보
▲사진=NHK, KBS공영미디어연구소 해외방송정보

NHK 보도국은 대규모 재해와 주요 사건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느끼면서 SoLT를 설치했다. 일본에서 온라인 선거 운동이 가능해진 2013년 7월, ‘선거 빅데이터 프로젝트’ 경험은 SoLT 기반이 됐다. SoLT는 당시 프로젝트팀처럼 데스크, 기자, 아르바이트생으로 구성돼 24시간 3교대로 소셜미디어 정보를 분석한다. 인원은 많을 때면 최대 100여명까지 늘어난다. 1차 정보수집은 아르바이트생, 계약직원(휴직 후 복직한 여성 기자 등)이 맡고, 대응 여부는 데스크가 결정한다.

통신사와 협업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도 이뤄지고 있다. 일본 JX통신이 제공하는 ‘패스트알럿’(FASTALERT)은 AI(인공지능)에 기반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재해, 사건·사고, 선거, 전쟁 등 정보를 수집해 뉴스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추출하고 허위정보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안창현 일본통신원은 “JX통신사는 99%까지 허위정보를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NHK와 민방은 2017년 4월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NHK는 ‘NHK방송가이드라인 2020’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한 취재 및 제작 주의점’을 마련했는데 △온라인 정보 활용시 반드시 진위 판단 △취재 대상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것 △메일·SNS 통한 취재·출연협상은 과정이 기록된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 △온라인에 공개된 동영상·사진·음악·지도, 트윗·블로그·페이스북·댓글 등도 저작물이 될 수 있으므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을 것 △인터넷의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할 때 편리성 이면에 숨은 위험성에 주의할 것 등을 명시했다. 

KBS, 자체 보도 검증에 주력…허위정보 대응 강화 고민

▲KBS 팩트체크K 홈페이지 갈무리
▲KBS 팩트체크K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 공영방송인 KBS의 경우 자사 보도에 대한 팩트체크 조직을 두고 있다. 25년차 안팎 시니어급 기자들로 구성된 뉴스전문위원실의 ‘체크앤체크’팀이 KBS 방송 리포트 및 단신 기사의 제목, 원고, 앵커멘트, 방송자막 등을 사전 검수하고 있다. KBS는 7일, 이를 통해 매달 많게는 100건 안팎의 오류를 바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BBC나 NHK처럼 플랫폼 전반의 허위조작정보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집하는 전담 조직은 없다. 팩트체크 보도로는 디지털주간 산하 팩트체크팀 기자들이 취재, 작성하는 ‘팩트체크K’, ‘이슈체크K’ 코너가 있다. KBS는 “현재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 팩트체크센터와 인턴 기자 지원을 통한 자료 조사와 취재 협업을 더욱 확대해 팩트체크 기능 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향후 KBS는 기존 체크앤체크팀 기능에 시청자 피드백을 분석하고 있는 이용자관여팀 업무 등을 통합해 ‘KBS저널리즘센터’(가칭)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현석 KBS통합뉴스룸국장은 “(BBC·NHK 대응을 보고) 우리도 공영방송으로서 허위조작정보 유포에 대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논의를 하고 있다”며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