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재산 신고가 선거 이틀을 남기고 허위 누락된 사실이 밝혀지자 실무자 착오였다,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해 논란이다.

이 문제를 발견하고 이의를 제기한 강용석 무소속 경기도지사 후보는 당선되어도 당선 무효 결정이 날 것이라며 김 후보를 찍어봐야 사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도 범죄행위라고 스스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 후보자 재산 허위신고의 위법성 정도와 관련해 과거 비교할 만한 판례를 보면, 990만원 재산신고를 누락해 공직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해당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유죄(벌금 250만원 당선 무효형)를, 2심과 대법원에서는 무죄(다른 혐의 유죄, 벌금 80만원)를 선고 받았다. 실무자의 실수라는 주장은 서로 유사하지만 누락 액수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0일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자의 재산신고 가운데 16억1700만원을 누락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공고한 ‘결정사항’에서 “김은혜 후보자의 재산신고 내역 중 ‘건물-배우자-빌딩’에 대한 가액은 14억9408만8000원을 과소 신고하여 사실에 부합하지 아니하다”며 “재신신고 항목 중 배우자의 빌딩 가액을 173억6194만3000원으로 기재해야 하나 158억6785만5000원으로 기재해 건물가액 14억9408만8000원을 과소 신고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는 또 김 후보자의 증권 내역도 1억2369만원을 과소 신고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증권 가액을 9억6034만5000원으로 기재해야 하나, 계좌 일부를 누락, 8억3655만5000원으로 기재해 1억2369만원을 과소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김 후보자가 지난 23일 선거방송토론회에서 배우자의 건물에 대한 공유 지분을 ‘4분의 1이 아니라 8분의 1입니다’라고 발언한 것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정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방송토론회에서 배우자의 건물에 대한 공유 지분을 공직 선거 후보자 재산 신고서에 기재한 것(2/8)과 다르게 발언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은혜 후보자는 실무자의 잘못이거나 단순 실수였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김 후보자는 배우자 건물 신고 누락을 두고 “20대 국회의원 당선 이후 해당 재산에 대한 국회의원 재산신고를 158억6785만5000원으로 등록했다”며 그 액수가 2019년 12월31일 자 평가액이었다(지방세 시가표준액 적용)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업무 담당한 실무자가 공직자윤리시스템에 ‘금융거래 및 부동산 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해당 부동산 정보가 자동으로 갱신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고, 해당 재산 신고 내용이 국회의원 재산 등록 시에도 계속 유지되어 최초 등록 이후 해당 가액이 바뀐 적이 없어 해당 실무자가 동일한 내용으로 재산 신고했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증권계좌 신고 누락을 두고 김 후보자는 “누락된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종합위탁 계좌는 후보자의 배우자인 유형동의 소유”라며 “해당 계좌가 CMA RP 상품으로 환매 조건부 채권으로, 증권사 측에 의해 자동으로 투자되는 방식이다. CMA 계좌를 통해 해당 증권사가 브라질 국채를 매입하는 등의 활동에 대해서 후보자의 배우자가 일일이 인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금융거래 및 부동산 정보 제공동의서’를 제출하면 해당 금융정보가 자동으로 갱신되나 해당 내용은 자동 갱신이 되지 않아 후보자 및 실무자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배우자의 가족이 해당 재산을 관리하고 있고, 후보자 입장에서는 시댁에서 관리 중이면서 관련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아예 인지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난 30일 오후 남양주 다산동 수변공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은혜 TV 영상 갈무리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난 30일 오후 남양주 다산동 수변공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은혜 TV 영상 갈무리

 

‘4분의 1은 아니고 8분의 1’이라고 발언한 경위에 김 후보자는 의견서에서 “후보자 배우자의 재산 내역에 대해 숙지를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얘기한 단순 착오에 의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야당이 수사를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당선되더라도 검찰이 기소하면 당선 무효형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판례에는 1심에서는 당선무효형의 유죄를 2심에서는 해당 혐의 부분에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 있다.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자신의 고향 목포에 있는 부동산 소유 지분 990만원을 재산신고에 누락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2012년 12월27일 김미희 전 의원 사건에서 허위사실공표와 당일선거운동금지 위반 등을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4개월 만에 나온 항소심에서는 허위사실공표 부분이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2013년 4월19일 김 전 의원 항소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허위사실공표(재산허위신고) 부분을 무죄로 봤다. 이후 2014년 7월24일 대법원이 상고를 모두 기각해 벌금 80만원 판결이 확정돼 김 전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31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1심과 2심의 판결문을 보면, ‘고의성’을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1심 법원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피고인이 재산관계를 허위로 공표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거나 그 내용을 검토해 보지 못했다고 할 수 없고, 1000만원 미만 부동산은 신고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라 오인했다 해도 과거 선거에서는 이 같은 재산내역과 재산세 납부실적을 기재해 제출한 점에 비추어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다른 후보자의 이의 제기 후에야 누락 재산 시인 △서민정치 표방으로 재산 미보유 사실이 이미지 구축에 영향 △해당 선거구가 박빙의 승부였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당선될 목적으로 재산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항소심 판결문의 1심 판단 부분 강조표시. 사진=서울고법 판결문 갈무리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항소심 판결문의 1심 판단 부분 강조표시. 사진=서울고법 판결문 갈무리

 

이와는 달리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정반대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봐도 김미희가 허위 재산신고했다는 점을 인식했다거나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미희)은 자신의 선거후보자 등록서류 작성 및 제출 업무를 선거사무장에게 위임했는데, 사무장은 각 항목별 재산이 1000만원 미만이면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지역 선관위 직원의 답변을 듣고 부동산도 재산에 포함되는 것으로 오인해 부동산 지분의 가치가 1000만원 미만이어서 부동산 지분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배우자의 재산을 8500만원으로 신고했는데, 그 액수의 12%에도 못미치는 부동산 지분 시가 990여 만원을 누락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리라고 인식했다고 볼 만한 자료나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서류준비 과정에 김미희 피고인이 관여했다거나 내용을 검토했다는 점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도 없다”며 “재산신고 내역이 누락된 사실을 알게 된 직후인 2012년 4월4일 바로 선관위에 수정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자 같은 날 개최된 방송후보자 토론회에서 이 내용을 해명하고 인터넷 댓글과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을 정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선거일 이전에 누락된 재산을 선거인들에게 알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허위사실공표(재산신고 누락)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김은혜 후보의 신고누락 액수와 160배 정도 차이가 나고, 국회의원 당선 이후 재산이 증가했다는 점을 확인하지 않은 부분을 실수로 누락했다는 주장을 어떻게 볼지 등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판결문 중 허위재산신고 누락 부분에 대한 무죄 판단 대목 강조. 사진=서울고법 판결문 갈무리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판결문 중 허위재산신고 누락 부분에 대한 무죄 판단 대목 강조. 사진=서울고법 판결문 갈무리

 

한편, 야당은 즉각 사퇴하고 수사를 받으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오전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자기 재산을 16억원이나 축소해서 기재했는데, 241억 원인 본인 재산도 제대로 계산할 줄 모르면서, 33조 원이나 되는 경기도 예산을 관리하겠다고 나섰다”며 “당선돼도 무효 될 선거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의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도 “공직후보자 허위 재산신고는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중죄”라며 “이미 200만 명이 넘는 도민께서 이런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투표를 마쳐 도민의 참정권 행사에 커다란 위해를 가한 명백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범죄는 아무리 변명해도 결코 실수가 될 수 없다”며 “즉각 사퇴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경기도민에 속죄하는 길”이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선관위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만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강조해 온 윤석열 대통령 뜻에 따라 당국도 성역 없는 수사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강용석 무소속 경기도지사 후보자도 지난 30일 오후 김포 김포 구래역 선거유세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 미칠 사안임에도 선관위에서 바로 인정한 이유는, 김은혜 후보의 재산 축소 정도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다봉타워 뿐만 아니라, 주식과 연립주택(고급 빌라)도 축소 신고했고, 5월23일 토론회에서 8분의 1이라 거짓말을 했다”라고 비판했다. 강 후보자는 “김은혜 후보가 당선될 리도 없으나, 당선되더라도 당선 무효 결정이 날 것”이라며 “김은혜 후보를 선택하는 표는 100% 사표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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