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이 선택해야 할 후보자도 많고(대체로 7명), 살펴봐야 할 공약은 훨씬 많다. 대부분 후보자 공약이 서로 겹치거나 토건 위주의 뻔한 공약이다. 미디어오늘은 후보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과 선거공보물, 후보 측이 낸 보도자료 중 눈여겨볼 공약을 추려봤다. 한국 사회나 해당 지역사회 현실보다 한걸음 나아간 진보적인 의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색 공약이나 다소 황당한 공약들을 살펴봤다. 시민들이 거부한 공약도 함께 전했다. 

관광객 수 줄이겠다고 공약한 제주지사 후보

통상 지방선거 후보들은 해당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며 관광객을 유치 행사나 투자유치 계획 등을 약속한다. 또한 교통인프라를 확충해 관광 활성화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이동권 보장,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주장한다. 하지만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후보가 있다. 

▲ 부순정 녹색당 제주지사 후보 선거공보물
▲ 부순정 녹색당 제주지사 후보 선거공보물

 

부순정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선관위에 제출한 첫 번째 공약이 “제주도 수용력에 맞게 관광객을 줄이겠다”였다. 2016년 1585만 관광객의 절반 수준인 800만으로 관광객을 줄이겠다며 항공편 축소, 성수기나 주말 항공기에 도민 우선 좌석 할당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관광객을 줄이겠다는 공약은 이례적이다. 

반대로 관광분야 교수 출신의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지사 후보는 제주 제2공항 조속 착공, 제주신항 건설로 대규모 SOC 사업 등 전형적인 토건 개발 공약을 내걸었다. 

부 후보는 정보공개 확대 방침도 밝혔다. 그는 “정보공개 전담부서를 설치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도지사 결재 문서·제주도 소속 모든 위원회 문서 열람을 가능하도록 공개해 도민사회의 갈등 해결 평화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100억원 이상 사업에 대해 설명회를 의무화하고 100억원 미만 사업의 경우 주민 문제 제기시 공사 중단 후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제주 강정해군기지 공사 강행 등의 사건으로 주민들이 고통받은 일을 교훈으로 삼은 정책으로 보인다. 

한편 여영국 정의당 경남지사 후보는 “각종 위원회 위원 명단과 회의록 공개 의무화”를 내걸며 투명한 정보공개를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도 주4일제 등장 

주4일제 관련 공약은 큰 인기를 얻진 못해도 꾸준히 주목받는 정책이다. 여영국 후보는 주4일제 시범실시와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경남노동시간단축위원회’ 구성을 공약했다. 

최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언급하며 ‘함께 해주면 좋겠다’며 외연 확장 신호를 보낸 가운데 조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정책투표 부문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며 “주4일제, 1인가구, 반려동물 지원정책 등”을 언급하면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메시지가 아니라 국민께서 공감해주신 제 정책을 검토해주길 바란다”며 주4일제 정책을 제안했다.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노동 관련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종훈 진보당 울산 동구청장 후보는 조선업 불황, 이어지는 산재사고에 코로나19까지 악재가 겹친 가운데 울산 동구에서 전국 최대규모의 노동기금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건강증진센터 운영, 이동·여성노동자 쉼터 조성, 돌봄노동자 처우개선과 인력보충 추진, 여성 집중직종 적정임금 기준안 마련으로 단계적 임금인상 추진 등 구체적인 노동정책을 내놨다.

기본소득당 후보들, 생활동반자·차별금지 조례 제정 

기본소득당 소속 후보들은 각 지역에서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생활동반자제도는 결혼하지 않은 사이라도 동반자로 등록하면 혼인신고를 한 부부에 준하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 지난 21일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 유세현장. 사진=기본소득당
▲ 지난 21일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 유세현장. 사진=기본소득당

 

신지혜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을 보면 “성소수자 커플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 등 가구 구성이 확대되는 오늘날 다양한 가족형태의 제도적 지원”을 주장했다.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함께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차별금지 조례 제정도 약속했다. 신원호 대구시장 후보, 김한별 인천시장 후보, 서태성 경기지사 후보, 문현철 광주시장 후보 등도 생활동반자 조례와 차별금지 조례 제정을 공약했다. 

탈시설 공약 내건 경기지사 후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를 비판하며 사회적 관심을 받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장애인 교육권 보장이나 탈시설 문제와 연결된다. 

송영주 진보당 경기지사 후보는 차별없이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탈시설 로드맵’ 제시를 공약했다. 송 후보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 제정으로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장애유형, 장애정도, 연령, 거주시설형태 등 관계없이 ‘비차별 원칙 수립”과 “장애인 이동권·노동권·교육권·건강권·주거권·정보통신권 보장”을 약속했다. 

취약계층 맞춤형 공약들

오은미 진보당 전북도의원(순창군선거구) 후보는 ‘순창군 경로당 가사도우미 사업 전면 추진’을 내걸었다. 오 후보는 “상차림, 설거지, 청소를 담당하는 순창군 경로당 가사도우미 연중 사업 추진”, “순창군 370여 개소 경로당에 마을 주민 2인씩 채용(2~3시간 근무, 시급 1만원 보장)”을 약속했다. 

▲ 오은미 진보당 전북도의원 후보 선거공보물
▲ 오은미 진보당 전북도의원 후보 선거공보물

 

▲ 신정애 무소속 전북 정읍시의원 후보 선거공보물
▲ 신정애 무소속 전북 정읍시의원 후보 선거공보물

 

‘장보기도우미 도입’ 공약도 나왔다. 신정애 무소속 전북 정읍시의원(정읍시가선거구) 후보는 “맞벌이부부 및 육아로 외출이 어려운 분들, 노약자들처럼 제때 장을 보기 힘든 분들을 위해 지역에서 장을 대신 봐주고 배달까지 해주는 장보기 도우미를 도입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신 후보는 현재 지역신문 ‘서지말 이야기’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종오 민주당 전북 익산시의원(익산시가선거구)은 ‘아이들이 행복한 우리동네’를 위해 “시내버스 청소년·어린이 100원 버스 시행”을 공약했다. 김장호 국민의힘 구미시장 후보도 지난 23일 100원 버스 공약을 내놨다. 그는 “초중고교생과 장애인, 노인까지 단계적으로 100원 버스를 도입해 대중교통 활성화와 복지확대, 탄소중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고 했다.  

학부모 교육기자단 운영 공약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 후보는 선관위에 제출한 5개 공약 중 네 번째로 “믿음직한 공정, 혁신, 소통의 부산교육(혁신소통)” 분야에서 “학부모 교육기자단 운영 및 학부모교육진흥원 설치”를 공약했다. 또한 “객관적인 근현대사 역사교육 실시”와 “북한 바로 알기와 통일교육 바로 세우기”를 공약했다. 하 후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 출신으로 중도 보수 후보로 분류된다. 

▲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 후보 선거공보물
▲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 후보 선거공보물

 

임기 내 영화·드라마 5개 만들기?

자치단체장이 나서서 드라마나 영화를 임기 내에 5개 제작하겠다고 공약한 경우가 있다. 마치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성품 찍어내듯 관에서 주도해 만들어내겠다는 주장이다. 

최진석 통일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는 선관위에 제출한 5대 공약 중 “국제적인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 연구 개발센터 유치”를 제출했다. 최 후보는 “함양·선청·하동·의령 중심의 ‘홍길동’, 진주·사천·하동·남해·거제 중심의 ‘진주대첩’, 하동·산청·남해·사천·진주 중심의 ‘섬진강 스토리’, ‘남강스토리’, ‘낙동강스토리’ ‘처녀뱃사공’ 등 드라마나 영화를 임기 내 5가지 제작하겠다”고 공약했다. 

▲ 최진석 통일한국당 경남지사 후보. 사진=유튜브 갈무리
▲ 최진석 통일한국당 경남지사 후보. 사진=유튜브 갈무리

 

최 후보는 그 외에도 “넷플릭스, 유니버셜스튜디오, 월트디즈니, 미야자카 하야호의 지브리 애니메이션, 닌텐도 등 창의적인 작업이 필요한 글로벌 기업의 핵심 연구개발센터를 경남 국립공원 인근에 조성해 경남 유치를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4년 임기 월급 전액 기부 약속

김원찬 국민의힘 제주특별자치도의원 후보(제주시 한경면·추자면 선거구)는 선거공보물에 “제가 당선이 된다면 재직기간 중 받는 급여전액은 마을 발전에 사용될 기금으로 만들겠습니다”라며 급여 전액 기부를 공약했다. 선관위에 신고한 김 후보의 재산은 1억9000여만원, 그의 배우자 재산은 7억1500여만원 등 총 9억원 가량이었다. 

한편 이재영 민주당 충북 증평군수 후보는 매달 급여의 10%를 기부해 사회지도층의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들이 거부한 공약들

시민들이 나서서 폐기할 최악의 공약을 선정하기도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과거 근무했던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녹색교통운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5개단체가 참여한 ‘서울Watch(서울왓치)’는 지난 26일 ‘하지마라, 서울시민이 거절한 최악의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최악의 공약을 묻는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선거공보물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선거공보물

 

오 후보의 ‘수변감성도시 조성’이 1위를 차지했다. 서울시내 수변공간에 카페, 쉼터 등 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수변감성도시 공약이 하천 생태계를 훼손시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위는 송영길 민주당 후보의 ‘고속도로·간선도로 지하화와 생태공단 조성’으로 막대한 건설비와 유지보수 비용이 필요하고 민간자본 유치나 도로 유료화로 시민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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