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의료정보 프로그램 화면에 출연 의사가 속한 병원으로 간접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자막으로 고지한 전문편성채널 세 곳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모두 ‘경고’를 의결했다. 반복적 민원 제기에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자, 방심위의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5기 방심위는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의료정보 프로그램 MX ‘메디컬 빅 데이터’, 하이라이트 TV ‘행복비타민’, 빌리어즈TV ‘알면 도움되는 헬스톡톡’에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경고를 의결했다. 빌리어즈 TV는 지난 4기 방심위에서 동일 조항 위반으로 ‘주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MX ‘메디컬 빅 데이터’ 해당 방송분(2022년 2월18일)은 퇴행성 관절염을 주제로 정형외과 전문의가 출연하여 의료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화면 좌측 상단에 ‘프로그램 문의’라며 출연의가 소속된 병원으로 간접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수시로 고지했다. 

하이라이트 TV ‘행복비타민’(2022년 3월7일), 빌리어즈TV ‘알면 도움되는 헬스톡톡’(2022년 3월3일) 해당 방송분은 임플란트를 주제로 치과의사가 출연해 의료정보를 전달하면서 화면 중앙 하단에 문의 전화번호 자막을 수시로 고지했다. 해당 번호는 역시 출연의가 소속된 병원으로 간접 연결되는 번호였다. 

적용 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2조(의료행위 등)제3항 제3호으로 해당 조항은 “방송 중 실시간 의학상담의 경우를 제외하고 시청자를 출연 의료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방송소위에서 유사한 사안으로 경고 의견을 냈던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유사한 안건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단골 사안”이라며 “수위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인데, 1차적으로 경고를 하고 통지를 한 다음에 그래도 다시 재발될 경우 과징금 제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과징금 의견을 냈던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4기때부터 이미 문제되어왔고, ‘경고’와 같은 결정이 실질적으로 왜곡된 문제를 바로잡기 한계가 있다”며 “한번 경고하고 그 다음에 과징금 제재를 하는 건 너무 오랜시간이 소요된다. 일관되게 지금부터 과징금을 적용해서 신속하게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총 방심위원 9인 중 8인이 경고, 윤성옥 위원이 과징금 의견을 내 경고로 의결됐다.

윤성옥 위원의 발언처럼, 경고는 방송평가에 감점 요인이 되는 법정제재이지만 이들 채널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흔히 케이블 채널이라 불리는 일반PP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승인’을 받는 지상파·종합편성·보도채널 등과 달리 ‘등록’ 사업자다. 방송평가 감점요인인 ‘주의’ ‘경고’ 등의 법정제재 효력이 없다. ‘과징금’이나 ‘관계자 징계’ 등 직접 제재 정도만 영향을 받는다.

변화의 움직임은 있다. 지난 10일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척추관 협착증을 주제로 신경외과 전문의가 출연해 의료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화면 좌측 상단에 프로그램 문의 전화번호를 수시로 고지한 GMTV ‘메디컬 빅 데이터’에 전원 합의로 ‘과징금’ 제재를 의결했다. 이후 전체회의에서 ‘과징금’을 결정한 후에 금액 결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에서도 정필모 의원실이 관련 입법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출연자가 간접광고주의 상품과 전용 용기에 기재된 상품명을 과도하게 부각하여 부적절한 광고효과를 줬다는 지적을 받은 KBS-2TV ‘주접이 풍년’에는 전원 의견 일치로 ‘주의’가 의결됐다. 

‘주접이 풍년’ 2022년 2월 3일 방송에서는 출연자가 무대 뒤 대기실에서 쉬는 과정에서, 간접광고 상품명 기재된 전용 용기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모습, 출연자가 해당 상품을 개봉하여 전용 용기에 담아 마시는 모습 등을 근접 촬영하여 노출했다. 이어 출연자가 ‘하루에 무조건 한 잔은 마신다. 비타민 먹듯 단백질을 꼭 챙겨먹어야 된다’고 언급했다. 

▲ 주접이 풍년 방송화면 갈무리.
▲ 주접이 풍년 방송화면 갈무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7조 제1항 제2호 및 제2항 제3호는 “‘간접광고 상품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반복적으로 노출’하거나 ‘간접광고 상품 등을 연상시키는 광고문구, 이미지 등으로 해당 상품 등에 부적절한 광고효과를 주는 내용’으로 시청흐름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에서 진행된 의견진술에 참석한 KBS 예능센터 손지원 CP와 편은지 PD, 광고국 한지원 팀장은 “‘과도하고 반복적으로 노출하면 안 된다’라는 심의규정에 따라 어느 정도 광고 노출 수위가 적절한지에 대해 광고부서 등 유관부서와 수차례 논의를 한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김우석 위원은 “한 편의 잘 정리된 광고를 본 것 같았다”며 “형식은 방송이었지만 내용은 광고였다. 분명한 위반 혐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반적으로 간접광고 기준에 대해 방송사가 모호한 기준을 갖고 있다”며 “이럴때일수록 위원회가 명확하게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은 간접광고 심의의 일관성과 명확성을 확보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윤성옥 위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용 규제 기관으로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전문가다‘라고 주장해서 될 사안이 아니고, 외부에서 심의 전문성을 인정해야한다. 일관되고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심의기준의) 재검토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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