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5·18광주민주화항쟁을 취재한 기자로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 ARD영상 기자를 기억한다. 그러나 힌츠페터 기자 외 한국인 영상 기자 가운데에서도 직접 5·18을 영상으로 기록한 자들이 있으며, 이들의 활동과 영상물이 더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5·18기념재단의 주최로 ‘2022 광주민주포럼’이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특별세션 ‘잊혀진 5·18 당시 영상기자 활동과 5·18취재영상 관리의 문제점’에선 5·18 관련 영상 관리의 중요점을 강조했다.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MBC 영상기자)는 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에서 2020년 많은 방송사들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여러 영상물을 제작했지만 그 영상을 관리하거나, 누가 그 영상을 찍었는지 알아내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세상에 알린 독일 영상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기자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며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제정했는데, ‘광주비디오’를 찍은 기자를 찾기 매우 어려웠다는 것. 

우여곡절 끝에 5·18을 최초로 취재하고 보도한 영상기자가 당시 미국 CBS TV의 유영길 기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나준영 회장은 “5·18을 취재한 영상기자들의 활동에 대한 규명과 이들이 생산한 취재, 보도영상들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너무나 많은 작업상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며 관련 기록물들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나준영 회장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기간 동안, 많은 국내외신기자들이 광주의 현장에서 취재활동을 벌였지만, 취재활동을 스스로 증언하거나, 영상분석과 업적조사활동 등을 통해 5·18 당시의 취재활동과 취재영상이 공식 확인 된 영상기자는 6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언론인이 1997년 5·18 ‘특파원리포트’에 자신의 영상 취재와 관련한 글을 기고한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ARD 영상 기자다.

물론 한국인 영상 기자들도 있었다. 김창훈 한국 TBC 영상기자는 1980년 5월20일 광주로 들어와 군의 폭력과 시민 피해를 취재했다. 그러나 김기자가 취재한 영상은 5월 22일 ‘TBC석간’ 뉴스를 통해 검열에 통과된 단 10초만이 보도되었을 뿐 세상에 제대로 공개되지 못했다. 이후 30여년이 지난 2012년에야 JTBC 개국 특집 뉴스를 통해 공개됐다.

해당 영상물은 1980년 언론사강제통폐합 과정에서 TBC가 KBS에 통폐합되며 영상자료가 이관되는 과정에서 KBS에 복사본이 옮겨졌고, 방송사와 국립영화제작소 등의 정부기관들이 5·18에 대한 영상자료를 교환,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언론사와 정부기관에 옮겨져 영상물 제작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힌츠페터 영상 기자외 5·18을 취재했던 기자들 활동도 조명해야

나준영 회장은 또한 유영길 미국 CBS 영상기자의 기록물을 언급하며 “힌츠페터 기자가 남긴 5·18영상보도의 공적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힌츠페터가 5·18을 최초 보도한 것으로 일반 대중들은 물론이고, 방송현업자들까지 인식하게 되었다”면서 “힌츠페터 기자의 최초 광주 입성시점은 1980년 5월 20일 정오 이후로 추정 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5월 18일에 촬영된 영상으로 알려진 광주민주화운동의 초기 순간들을 담은 취재영상은 힌츠페터가 아닌 다른 영상기자들에 의해 취재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조직위원회는 최초 보도 영상 기자를 수소문했는데 1980년 당시 국내에서 ENG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던 영상기자들은 미국 ABC, CBS, NBC 세 개 방송사 소속 영상기자들 밖에 없었고, 광주민주화운동이 시작된 5월 18일 즈음에는 외국인 영상기자들이 서울에 들어와 있지 않았고, 국내의 미국방송사 소속 영상기자들이 5·18 초기에 취재 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1996년 개봉한 영화 ‘꽃잎’의 촬영감독을 맡았던 유영길 감독의 1995년 신문 인터뷰 기사가 재조명되며, 5·18을 최초로 영상취재, 보도한 영상기자를 찾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1980년 당시 유영길 영상기자가 5·18현장에서 초기부터 사태가 끝날 무렵까지 취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조직위원회는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첫 ‘오월광주상’ 수상자로 유영길 기자를 확정하게 되었다.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이 외에도 최광태 미국 ABC 서울지국 영상기자, 유영상 미국 NBC 서울지국 영상 기자, 이마에다 히로시 일본 NHK 영상기자 등이 5·18을 취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준영 회장은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국내 방송사에 소속된 영상기자들은 현장의 기록, 전달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며 “KBS는 1, 2차에 걸쳐 영상기자들을 파견했지만, 시민들에 의해 취재를 거부당해 여관에 갇혀 있거나, 계엄군을 따라서 취재, 기록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MBC는 파견된 취재진이 광주상황에 대한 왜곡보도에 항의하는 시민들로 부터 취재를 거부당하고, 도청 상황실에 감금되었다 풀려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나 회장은 “민간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취재, 보도된 영상들을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는 곳이 KBS, MBC를 비롯한 지상파, 뉴스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 등의 방송사지만 취재자, 취재일자, 취재장소, 취재상황 등의 중요한 자료정보들이 누락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나 회장은 “특히 뉴스 아이템이나 프로그램 제작 당시에 필요한 서사 중심으로 영상자료들이 정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5·18영상자료들의 ‘서사중심 자료화’는 제작자가 원하는 서사적 흐름에 맞춰 영상을 배치시킴으로서 영상의 의미를 변화시키고, 같은 영상의 중복자료화로 해당영상이 본래 담고 있는 시간, 장소, 사건에 대한 영상정보들을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회장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홈페이지를 예로 들면, 홈페이지에서 검색 가능한 영상물들은 ‘온라인 전시관’, ‘KBS 영상아카이브 오월의 기록’, ‘영상기록’ 등인데, 이들 자료 중 ‘KBS 영상아카이브 오월의 기록’만이 시간별, 사건별로 5·18광주민주화 운동 기간 동안 일어난 일들을 볼 수 있도록 일부 영상들을 제공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영상들은 KBS의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프로젝트로 제작된 영상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데서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고 전했다.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사진출처=2022광주민주포럼 특별세션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발제문 가운데 갈무리.

나 회장은 “2010년대 중반 5·18의 영상들을 악용해 만들어진 ‘5·18북한군개입설’, ‘북한군 김군 논란’ 등의 5·18의 역사를 왜곡하는 주장들과 가짜콘텐츠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5·18 당시 취재, 보도된 영상들의 자료정보가 부실하게 관리되어 왔고,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진 5·18진상규명작업과 방송사의 체계적 자료 관리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상기자활동에 대한 규명노력과 5·18영상자료의 부실화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KBS, MBC 등 방송사들과 5·18진상규명 기관과 단체, 기록물보존기관들은 그동안 미흡했던 5·18 당시 현장을 취재한 영상기자들의 활동을 규명하고, 5·18영상자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분석, 연구하는 작업에 많은 관심과 노력들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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