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연합뉴스
▲청와대.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및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성명을 내고 KBS를 향해 “정권의 홍보방송이 되기로 작심했나”라며 날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야당이 된 민주당 의원들의 첫 번째 KBS 비판 성명이다.

발단은 22일 청와대 개방 특집 <열린음악회> 편성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KBS에 공연 제작 및 협조를 요청했고, KBS가 이를 받아들인 것. 이날 <열린음악회>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관람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약 2000명 내외의 방청객을 초청‧추첨해 음악과 무용 등이 어우러진 종합공연과 청와대 외관 전면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 및 드론 쇼‧미디어월 등 화려한 공연을 개최할 것으로 전해졌다. 

과방위‧문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6.1 지방선거를 불과 10여 일 앞둔 시점에 청와대 개방 특집 열린음악회의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은 뒤 “KBS의 특집 열린음악회 행사는 윤석열 정부의 지방선거 지원에 공조하는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개방한 것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이를 통해 지방선거에 임하는 국민의 마음을 사려는 의도된 선거전략에 동원되기로 한 KBS의 행위는 정권 홍보 방송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겠다는 의도”라는 게 민주당 의원들 입장이다. 

▲22일 방송예정인 KBS '열린음악회'.
▲22일 방송예정인 KBS '열린음악회'.

민주당 의원들은 “KBS가 민주 정부 5년이 끝나자마자 살아있는 바뀐 정권의 요청에 단 한 번의 재고조차 없이 순순히 열린음악회를 개최하겠다고 하니 서글프기 짝이 없다”며 “공영방송이 정치적 독립성과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외부의 법‧제도 장치가 중요하나 더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 스스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나아가 KBS 보도에 대해서도 “한동훈 전 검사장의 법무부장관 인사청문이 진행될 때 부동산 관련 보도 3~4개 외에 후보자의 딸에 대한 수십 편의 블랙잡지 게재 문제, 외국 학생과 공동저작자로 올린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러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이 내는 수신료를 인상할 수 있느니 없느니 하는 논란이 야기되는 것”이라며 청와대 개방 특집 <열린음악회> 개최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 푸념 섞인 편성개입 수준 발언…지난 5년간 공영방송 독립 위해 뭐 했나”

그러나 민주당을 비판하는 KBS 내부 목소리도 높다. KBS 교섭 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만큼은 청와대 개방 특집 열린음악회 개최를 푸념할 자격이 없다”며 “민주당은 지난 5년간 공영방송 독립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이어 “벌써부터 이명박-박근혜 시절 공영방송 흑역사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그렇게도 크다면 집권 5년 동안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영방송이 여야 정치권 눈치 보지 않고 독립적 길을 갈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마련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정권을 빼앗기고 나니 뒤늦게 한다는 짓이 기껏 푸념 섞인 편성개입 수준의 발언”이라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한 뒤 “민주당이 공영방송 독립에 진정성이 있다면 불과 한 달 전 당론으로 채택해 소속 의원 171명 전원이 서명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방송법을 지금 당장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을 향해 “KBS의 독립성을 침해할 어떤 세력에도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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