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음악방송 ‘뮤직뱅크’에서 가수 임영웅과 르세라핌이 1위를 두고 경쟁한 가운데, 임영웅이 ‘방송점수’에서 0점을 받고 르세라핌이 1위를 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KBS의 뮤직뱅크의 ‘방송 횟수 점수’ 집계 방식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KBS 측이 입장을 내놨으나 이를 반박하는 보도와 네티즌들의 항의가 나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KBS의 입장 역시 공정성 논란을 해소할 만큼 깔끔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방송 횟수를 순위에 중요하게 두는 기준은 결국 자사 방송 프로그램에 가수들을 더 많이 출연시키려는 방송사의 ‘갑질’의 일환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13일 KBS 뮤직뱅크 임영웅과 르세라핌의 순위 대결 화면. 
▲13일 KBS 뮤직뱅크 임영웅과 르세라핌의 순위 대결 화면. 

임영웅 방송점수는 0점, 르세라핌은 5348점, 기준은?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13일 방송된 뮤직뱅크에서 임영웅은 디지털음원 점수 1148점, 음반점수 5885점, 방송 횟수 점수 0점, 시청자 선호도 점수 0점, 소셜미디어 점수 2점으로 총 7035점을 받았다.

르세라핌은 디지털 음원 점수 544점, 음반점수 1955점, 방송 횟수 점수 5348점, 시청자 선호도 점수 0점, 소셜미디어 점수 34점을 받았다. 임영웅이 디지털 음원 점수, 음반점수가 훨씬 높았지만 르세라핌이 방송 횟수 점수에서 5348점을 받으며 1위를 하게됐다.

이에 ‘방송 횟수 점수’의 집계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나왔다. 뮤직뱅크 방송 이후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뮤직뱅크는 방송횟수만 많으면 상을 주는 프로인 것이냐”, “방송횟수가 차지하는 비율 등을 정확하게 밝혀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 2300여명이 동참해 KBS가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됐다. KBS시청자청원은 누구나 청원을 올릴 수 있으며, 1000명 이상이 동의하면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답변을 주는 시스템이다.

▲KBS시청자청원에 올라온 첫번째 청원. 
▲KBS시청자청원에 올라온 첫번째 청원. 

18일 첫 번째 KBS 측 입장이 올라왔다. 예능센터 뮤직뱅크 팀 한동규CP는 “뮤직뱅크 k-차트 집계 방식은 뮤직뱅크 홈페이지에 공지된 바와 같이 ‘디지털음원(60%)+방송횟수(20%)+시청자선호도(10%)+음반(5%)+소셜미디어(5%)’로 구성돼 있다”며 “마찬가지로 각 방송사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들도 자체 기준에 부합하는 집계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CP는 “이번 순위의 집계기간은 5월2일~5월8일”이라며 “해당 기간, 집계 대상인 KBS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에 임영웅 님의 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지 않았으며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KBS국민패널 176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가요 선호도’조사에서도 해당 곡은 응답률 0%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영웅 님의 다른 곡 ‘이제 나만 믿어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가 각각 2.63%, 2.52% 응답률을 기록하여 선호곡이 분산된 결과로, 개별 곡을 단위로 순위를 집계하는 ‘뮤직뱅크’에서는 해당 곡이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KBS 뮤직뱅크 측의 첫번째 답변.
▲KBS 뮤직뱅크 측의 첫번째 답변.

5월2일부터 8일까지 임영웅의 방송횟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2일부터 8일까지 임영웅 노래 나온 적 있다” 반박에
KBS “집계 대상 아냐”

그러나 반박이 곧바로 나왔다. 5월2일부터 8일까지, KBS ‘임백천의 백 뮤직’(5월4일), ‘설레는 밤 이윤정입니다’(5월4일), ‘김혜영과 함께’(5월7일) 등에서 임영웅의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선곡돼 방송된 것이 확인됐다는 것. KBS의 해명이 맞지 않는다는 두 번째 청원이 올라왔다.

연예전문지 디스패치 역시 “선곡표를 지웠다, 살렸다?…KBS, 임영웅 방송기록 조작 의혹”이라는 기사에서 5월2일부터 8일까지 KBS FM라디오 112개를 살펴본 결과 ‘설레는 밤 이윤정입니다’와 ‘김혜영과 함께’ 선곡표에서 임영웅의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을 통해 나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디스패치는 KBS 홈페이지의 선곡표에서 임영웅 노래를 선곡했다는 화면이 사라졌다가 다시 생긴 현상도 밤 사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디스패치는 KBS가 라디오 선곡표 홈페이지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20일 디스패치의 기사. 
▲20일 디스패치의 기사. 

KBS 뮤직뱅크 측은 19일 두 번째 입장을 올렸다. 뮤직뱅크 측은 시청자청원 공지를 통해 “‘뮤직뱅크’ 방송 점수 중 라디오 부문은 KBS Cool FM의 7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다”며 “해당 7개 프로그램 이외의 프로그램은 집계 대상이 아니다. 이 기준은 모든 곡에 매주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네티즌이나 디스패치 등이 제기한, 5월2일부터 8일까지의 라디오 선곡이 방송에 나갔더라도, 해당 방송은 집계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순위 매기는 시스템 투명성의 문제
과거 방송사 순위 조작 사례 등으로 예민한 이슈

이같이 음악방송에서 집계 문제는 기준이 투명하지 않을 때 공정성 이슈가 붙을 수 있다. 또한 음원이나 음반점수보다 ‘방송 횟수 점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결국 방송사가 가수에게 자사의 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 

과거 Mnet의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1부터 시즌 4까지의 4개 프로그램에서 순위 조작이 일어났기에 음악 방송의 순위 집계 기준은 예민한 사항일 수 밖에 없음도 알아야 한다. 더욱 투명한 집계 기준을 세우고 공개하는 것에 방송사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미디어오늘은 20일 KBS 예능 홍보 관계자, 뮤직뱅크 CP 등에 관련 입장을 물으려 전화와 문자 등을 남겼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KBS 관계자는 “당담자가 휴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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