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은 언론사 채용 과정에서도 실현되고 있을까? 한국여성기자협회가 발간한 저널 W 2021년호에 따르면, 2021년 10월 기준 조사 대상 29개 언론사의 부서장(부장/팀장/부디렉터) 가운데 여성 기자의 평균 비율은 16.1%였다. 전체 658명 중 106명에 불과한 수치로, 2년 전 14.6%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내일신문과 스포츠조선, 채널A, TV조선에선 여성 부서장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차장(소규모 팀장)에서 여성 기자 비율 역시 28.3%로 2년 전(24.4%)에 비해 소폭 증가했으며, JTBC와 TV조선에선 여성 차장이 한 명도 없었다. 

▲ 언론사 여성 간부 비율 추이. 자료=한국여성기자협회 제공.
▲ 언론사 여성 간부 비율 추이. 자료=한국여성기자협회 제공.

언론사 내 성비 불균형 문제는 기자 채용 면접 과정에서부터도 지적받고 있다. 남성 면접관이 압도적으로 많은 ‘면접관 성비 불균형’ 문제 때문이다. 1년간의 7번 언론사 면접 경험 중 임원면접의 면접관이 전원 남성이었다는 여성 언론사 입사 준비생 A씨는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권위적인 분위기를 느꼈다.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2년간 PD직군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 취업준비생 B씨는 3번의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의 면접관이 모두 남성이었다고 말했다. B씨는 “면접 대기실에는 지원자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때도 남성 지원자들이 단연 눈에 띄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면접관이 전원 남성인 것을 보고서는 (면접 전부터) 몇 안되는 남성 지원자가 유리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해당 면접장에서 ‘여성인데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잘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B씨는 “그때 잘 할 수 있다고 대답하기는 했지만 면접관 성비를 보고서 ‘나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면접관이 한 명쯤 있었다면 같은 질문이어도 다른 뉘앙스로 받아들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언론사 준비생 C씨는 “2년간 본 면접 중 임원면접은 5명 전원 남성 면접관이었고, 실무면접 4번 중 3번이 전원 남성이었다”고 밝혔다. 1년간 8번의 면접을 경험한 PD 직군 여성 취업준비생 D씨도 5번은 전원 남성 면접관이었고, 여성 면접관이 있는 경우도 다수 중 1명 정도였다고 밝혔다. 

A씨는 “최소 여성면접관이 1명이상 포함된다면 훨씬 심리적 부담이 덜 할 것 같다. 이전에 남성면접관만 있을 때 느낀 권위적 태도가 앞으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경향신문은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면접관 성비 균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장은교 젠더·소통데스크는 지난 2년 간 수습 기자 실무 면접, 경력기자 최종 면접 등 채용 면접에 면접관으로 4번 참여했다고 밝혔다. 

박재현 경향신문 콘텐츠랩 부문장 겸 행정 디렉터는 “4년 전 사회적으로 여성 페미니즘 관련 사건이 연달아 있었고 사내에서도 젠더 감수성에 대해 내부에서 점검하는 계기를 가져야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때부터 신입, 경력 기자 채용 과정에 있어서도 그동안 간과해왔던 부분에 더욱 주의해왔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시험문제 출제 과정에서도 여성기자들이 동수로 들어가도록 한다. 실무면접단계에서는 거의 동수로 남녀 차장급, 팀장급이 들어가며, 임원이 참여하는 최종 면접에는 여성 논설위원이 들어간다. 

장은교 젠더·소통데스크는 “면접관 구성 과정에서 성비에 매우 민감하다. 전원 남성 면접관으로 구성하는 건 최근 몇 년간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경력기자 최종면접에서 원래 들어가기로 했던 여성 논설위원이 일이 생겨 못들어가게됐다. 그때 남성 논설위원이 대신 들어가지 않고, 내가 젠더데스크로서 들어갔다. 나중에 경영진에 이유를 여쭤보니, 면접보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50대 남성들만 앉아있는 것보다는 젊은 여성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을 줄 수 있고, 이렇게 구성하는 것 자체가 경향신문이 지향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구성원 자체에 여성 기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환경적으로 여성 면접관이 전보다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연 한겨레 젠더데스크는 “한겨레 내에서는 자연스러운 성별 균형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며 “실무 단계에서는 면접관 성비를 고려해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임원면접인 최종면접에서도 꼭 들어가야하는 임원 직책이 아니더라도 여성이 한 명 들어가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정 부산일보 젠더데스크도 “면접관 성비 문제에 대해 여기자협회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사장과 이사 경영진과 직접 만나서 논의하며 지속적으로 성비 균형을 위해 제안하고 있다”며 “부산일보 내에는 현재 여성 임원이 없기 때문에 임원 면접은 전원 남성이지만, 편집국이 담당하는 실무 현장 평가에서는 여성 기자가 전체의 15%인 조직 상황에서도 면접관 성비를 맞춰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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