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의 기자 개인차, 인력 부족, 젠더 보도 쏠림 현상 등 언론사 내 젠더 담당 조직이 극복해야할 현실적 문제들은 여전히 많다. 기자들은 근본적으로는 구성원 모두의 성인지 감수성이 향상되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정연 한겨레 젠더데스크는 “성인지 감수성 자체가 개인차가 있다. 편차를 최대한 줄이고자 내부 젠더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젠더데스크도 신설했지만, 젠더 보도는 학습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이유로 잘못을 범하기 쉽다”며 “성인지 감수성을 전반적으로 높이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해결해나가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력 부족은 가장 실질적인 어려움이다. 장은교 경향신문 젠더·소통데스크는 “현장 기자와 부국장급 사이에서 양쪽의 의견을 들으면서 충분한 합의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기사는 바로 나와야하니까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채로 결과부터 말해야하는 상황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가 젠더데스크로서 ‘선’이라고 주장하고 내뱉은 것들이 몇 시간 뒤만 되어도 부끄러울 때가 있을 수 있어, 항상 내가 잘하고 있는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효정 부산일보 젠더데스크도 “기사는 정해져있는 마감시간이 있기 때문에 혼자 짧은 시간 안에 잘못된 부분을 포착하고 대안까지 내놔야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100개 중 99개를 봤는데 1개를 놓치는 게 아닐까 매일 고민한다. 한 사람이 데스킹을 하다보니 놓치는 부분도 생길 수 있어 한 개인이 아니라 팀을 꾸려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효정 부산일보 젠더데스크 칼럼 갈무리.
▲ 김효정 부산일보 젠더데스크 칼럼 갈무리.

젠더와 관련한 모든 사안이 젠더팀에만 쏠리는 점도 젠더 조직이 직면한 현실이다. 장은교 경향신문 젠더·소통데스크는 “젠더팀이 있으면, 젠더관련 콘텐츠만을 더 많이 발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고, 다른팀에서 젠더 콘텐츠를 쓰고싶어도 멈칫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며 “근본적으로 모든 부서의 모든 콘텐츠에 젠더 감수성이 기본값으로 들어가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현재 젠더 관련 기사를 기획하면, 그때그때 관심있는 기자들이 같이 모여서 취재하고 해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영주 KBS 성평등센터장은 성평등 이슈를 ‘크로스커팅 이슈’라고 정의했다. 모든 이슈를 잘라보면 그 밑에는 성평등 이슈가 깔려있다는 뜻이다. 서영주 센터장은 “제작하는 일원 하나하나가 스스로 변화해야하고, 젠더 이슈 발생시 관련 부서의 협업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9년보다 2020년에 젠더이슈 관련해 시청자 상담실에 들어오는 이슈가 3배나 늘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조직원 전체에 젠더감수성이 향상되어야 하는 이유”라고도 말했다. 

이혜미 한국일보 허스토리 담당 기자도 “궁극적으로는 기자 개인이 담당하는 출입처가 어디이든지 상관없이 모든 기자들이 성인지성 관점을 탑재해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미 기자는 “만약 기사에서 젠더적 관점으로 법원의 판결을 다루고자한다면, 젠더 담당 기자가 따로 다룰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상향화된 상태에서 당연하게 법원을 담당하는 기자가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장은교 경향신문 젠더·소통데스크는 “좀더 다양한 사람이 젠더데스크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은교 데스크는 “차장급의 취재경험이 많은 40대 여성인 나는 젠더데스크로서 무난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미혼·기혼 여성이든, 고연차·저연차 남성이든 젠더데스크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나만해도 40대 여성으로서 내가 딛고 있는 자리에서 크게 자유로울 수 없고, 젠더데스크를 꼭 여자가 하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사회 자체의 성평등이 올라가야 보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정연 한겨레 젠더데스크는 “성폭력 보도 부문은 최대한 보도를 통한 2차 가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성평등 보도 부문은 한국사회 성평등이 올라가야 함께 개선될 수 있다. 일례로, 사회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의 성별 균형이 이뤄져야하는데, 여전히 개선이 어렵다. 이번 정부 부처 차관급 인선을 보면, 5060 서오남(서울대 출신·50대·남성) 위주의 구성에 여성이 한 명도 없어서 숨이 막혔다. ‘성평등 요구가 높아지는 시대임에도, 또 오랫동안 신문 종합면에 등장하는 사람 중에 남성이 많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전히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의 보도들이 많이 클릭되는 현실”이라며 “점점 더 한두군데 언론사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전반적인 언론의 성평등 보도를 위한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 공급자 측면도 있지만, 뉴스 소비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병행돼야 자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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