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BHC의 BBQ 죽이기 의혹’을 제기한 한국일보 기자 개인을 상대로 낸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BHC는 “한국일보 기자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BHC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부장 송승우)는 지난달 29일 “원고(BHC)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기사에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설령 이 사건 기사에 적시된 사실로 인해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고 해도 주된 보도 목적이 공공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 2020년 10월6일자 1면.
▲ 한국일보 2020년 10월6일자 1면.

한국일보는 지난 2020년 10월6일과 7일 1면에 “‘BBQ 죽이기’에 BHC 조직적 개입했다”, “BBQ 제보자 ‘허위진술’… 앙숙 BHC는 미끼를 물었다” 등 제목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업체 BBQ 비위에 관한 경찰 수사와 보도 배후에 BHC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윤홍근 BBQ 회장이 회삿돈으로 자녀 미국 유학비를 10억 원 넘게 댔다는 의혹 보도와 이어진 경찰 수사 과정에 BHC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한국일보 보도 골자였다. 한국일보는 근거로 박현종 BHC 회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 개입한 증거 정황을 제시했다. 

재판부도 △박 회장이 윤 회장 비위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는 것을 독려·지원한 점 △BHC 홍보팀장이 경찰 연락처를 받아 직접 연락을 시도했다는 점 △BHC 측 변호사가 BBQ 비위 의혹 제보자에게 경찰 수사 때 진술 방법을 조언한 점 △BHC가 제보자와 맺은 월 1000만 원의 컨설팅 계약은 BBQ 비위 제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 한국일보 2020년 10월7일자 1면.
▲ 한국일보 2020년 10월7일자 1면.

재판부는 “원고(BHC)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맹점수 기준 최상위권 기업으로서 정당한 비판을 수용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며 “원고가 BBQ 내부자의 의혹 제보 및 경찰 수사에 개입한 정황은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치킨업계에서 차지하는 원고의 위상에 비춰 볼 때 일반 국민의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한국일보 기자)는 객관적 자료에 기초해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고, 원고(BHC)의 반론을 기사에 반영했다”며 “원고의 청구는 이유없어 기각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4일 이 소식을 보도하며 “BHC가 기자 개인을 상대로 잇따라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취재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BHC는 2019년 3~4월 ‘튀김용 기름 성분 과장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 기자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1·2심 모두 패소했다. 이 재판은 지난 2월 BHC 패소로 확정됐다. 당시 BHC는 한겨레 기자를 형사 고소까지 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BHC는 2020년 12월 MBC PD수첩을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예정대로 보도되자 “편파 보도”라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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