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의 퇴임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부러움을 받는 그야말로 ‘위대한 국민의 나라’”라며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키지 못한 약속이나 남은 과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로 탄생한 정부’라는 의미를 짚으면서 본격적인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것이 더 없이 자랑스럽다. 저의 퇴임사는 위대한 국민께 바치는 헌사”라며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졌을 때 우리 국민은 가장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밝혔다.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된다”면서도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진 연설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한반도·남북관계,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팬데믹 국면 등에서의 성과를 전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5월9일 청와대에서 퇴임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KTV 유튜브
▲5월9일 청와대에서 퇴임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KTV 유튜브

남북관계 관련해선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 만은 아니었다. 한편으로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평화는 우리에게 생존의 조건이고, 번영의 조건”이라며 “남북 간에 대화 재개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의 단합, 성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온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 낸 것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우리는 소·부·장 자립의 기회로 삼았고,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관련해서는 “제가 마지막으로 받은 코로나19 대처상황보고서는 969보였다.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판명된 2020년 1월 20일부터 휴일이나 해외 순방 중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눈뜨면서 처음 읽었고, 상황이 엄중할 때는 하루에 몇 개씩 올라왔던 보고서가 969보까지 이어졌다”며 “위기 때 더욱 강해지는 우리 국민의 높은 역량에 끊임없이 감동받았다”고 했다.

특히 방역 정책을 두고 “대한민국은 뜻밖에 세계에서 앞서가는 방역 모범국가였다. 선진국의 방역과 의료 수준을 부러워했었는데, 막상 위기를 겪어보니 우리가 제일 잘하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5월9일 청와대에서 퇴임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KTV 유튜브
▲5월9일 청와대에서 퇴임연설 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KTV 유튜브

이어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했다”면서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 5년간 국정을 이끌면서 아쉬웠던 지점, 못다 이룬 과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난 국정 운영을 ‘국민이 이룬 성과’라면서 자찬하는 데 그쳤다는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2003년 2월 ‘퇴임을 맞아 각계 인사들에게 보내는 감사서신’에서 외환위기 속에서의 ‘금 모으기’, 4대 보험, 이산가족 상봉 및 남북 연결 철도 개통 등 성과를 짚으면서도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 문제, 농촌 문제, 지역간 불균형 문제 등 많은 미비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미완의 과제들을 언급했다. 다음 정부가 이런 과제를 이어가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연설에서 한·미 FTA, 4대강 사업 등 논란의 사안들을 자화자찬해 비판 받았지만 “지난 5년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생각을 달리하고 불편했던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국정의 책임을 내려놓는 이 시점에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며 “도덕적으로 흠결 없는 정부를 간절히 바랐지만,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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