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인스타그램 등 숏폼 동영상 기반 플랫폼이 온라인 뉴스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BBC 등 해외 전통 매체들은 이미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숏폼 동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숏폼 동영상 뉴스의 공통점은 ‘흥미’와 ‘저널리즘’이 모두 담겨 있다는 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달 29일 2022년 해외 미디어 동향 1호 ‘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에서 해외 유력 언론사들의 숏폼 동영상 콘텐츠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는 뉴스 유통의 새로운 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셜 동영상 플랫폼들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특히 틱톡은 짧은 동영상을 순식간에 올릴 수 있어 그동안 재난 상황을 전하는 역할을 했던 다른 플랫폼들에 비해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훨씬 더 큰 편”이라고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서도 틱톡으로 대표되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은 뉴스 유통 역할을 했다. 전쟁 직후 3분 이내 짧은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틱톡을 통해 현지 상황을 담은 영상이 널리 전파됐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많은 해외 언론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을 ‘틱톡 전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전쟁 발발 직후 틱톡에는 ‘#Ukrain’ 태그가 붙어 있는 동영상이 수백억 건 올라왔다. 영상엔 러시아군 침공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 현지의 비참한 상황이 가감 없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방송사나 뉴스 전문 케이블이 보도해야만 널리 알려질 수 있었을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 설문결과.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 설문결과.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해외 언론사들은 앞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기존 소셜 플랫폼 대신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같은 숏폼 동영상 기반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흐름에 주목하며 “텍스트보다 영상, 뉴스보다 인물에 관심이 많은 이 세대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숏폼 전략 활용한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

실제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세계 유력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숏폼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9년 5월 틱톡 공식 계정을 오픈한 워싱턴포스트는 2022년 3월 팔로워가 130만 명에 이른다. 그 배경에는 ‘20대 틱톡 운영 책임자 영입’, ‘이용자 눈높이와 문화에 맞는 콘텐츠 제작’이라는 전략이 있다. 이를 통해 워싱턴 포스트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고 새로운 독자를 유인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 틱톡 영상에는 기자들이 자주 등장하는 등 편집국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 워싱턴포스트 틱톡 계정.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 워싱턴포스트 틱톡 계정.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 워싱턴포스트 틱톡 계정.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 요리 전문 기자를 출연시킨 워싱턴포스트 틱톡 콘텐츠.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틱톡으로 어느 정도 Z세대들에게 지명도를 얻은 워싱턴포스트의 궁극적 목적은 흥미로운 동영상 속에 저널리즘을 결합하는 것이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틱톡 계정을 통해 다양한 사회 현상과 쟁점을 알리고 있다. 

이를 테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악수 하지 않기,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같은 것들을 교육하는 영상을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경찰의 잔인한 폭력을 계기로 시작된 비폭력 시민 저항 운동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BLM)’ 운동을 비롯해 조직적인 인종 차별주의, 흑인 기자들의 근무 환경을 다룬 영상도 제작했다.

▲ 스포츠 전문 기자가 ‘3월의 광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 스포츠 전문 기자가 ‘3월의 광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가디언의 경우는 2022년 3월 말 팔로워수만 510만 명에 이르고, 총 7500건 가량의 콘텐츠가 올라오는 등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디언은 특히 트위터 스크린 샷과 각종 자료 사진에 가디언 뉴스나 칼럼 등을 결합한 카드뉴스 형식 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 가디언의 카드뉴스 콘텐츠.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 가디언의 카드뉴스 콘텐츠.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가디언 인스타그램 운영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젊은층과 관련 있는 주제와 연관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해당하는 중요한 영역은 환경, 인권, 그리고 동물 복지 등이다. 또 가능하면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해결 방안이 실행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도록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동영상(IGTV)을 통해서는 단순한 흥미 위주 영상이 아닌, 많은 관심을 받는 각종 사안을 분석한다. 이는 30초 이내의 짧은 영상을 통해 주제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허위 혹은 진실’ 시리즈에서 잘 드러난다.

시리즈는 쟁점이 된 사안들을 설명한 뒤 독자들에게 진위 여부를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퀴즈 형식으로 독자들이 먼저 투표를 해보게 하고, 담당 기자가 간단한 배경 설명을 곁들여 영상의 진위 여부를 알려준다. 보고서는 “미래의 뉴스 소비 방식이 현재와는 다를 것임을 감안해 20대 젊은 독자층에 소구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 가디언 허위 혹은 진실 시리즈.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 가디언 허위 혹은 진실 시리즈.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숏폼 동영상, 중요한 건 역시 저널리즘이다

숏폼 동영상은 흥미가 전부가 아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2018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BBC 아이디어스(BBC Ideas)’를 통해 ‘분별 없이 콘텐츠를 이용하는 많은 이용자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함양할 수 있는 고품격 영상을 제공한다는 기획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BBC 아이디어스가 다른 언론사의 숏폼 동영상과 가장 다른 점은 젊은층에만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줄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목적”을 갖고 출발했다. 최대 15분 분량이며 현재 웹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것들은 주로 90초~8분 내외 영상이 대부분이다.

▲ BBC 아이디어스 화면 갈무리.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 BBC 아이디어스 화면 갈무리. 사진=‘해외 언론사들의 숏폼(short-form) 동영상 전략’ 보고서 제공.

다루는 주제도 다른 언론사들의 콘텐츠와는 조금 다른 편이다. BBC 아이디어스는 다양한 교양 상식이나 생활 관련 내용들이 많다. 이를 테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기 위한 팁,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에 운전 윤리 가르치기, 포퓰리즘의 간단한 역사 같은 주제가 대표적이다. BBC 아이디어스 영상은 조회 완료율이 65%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며 일부 영상은 80%에 이르기까지 한다. 

보고서는 “수익보다는 사회적 책임에 좀더 무게가 가 있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한 실험이긴 하지만 ‘퀄리티 영상’을 갈구하는 소비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해외 언론사 숏폼 동영상 사례는 미래 독자에게 다가가는 수단이란 면에서 의미 있지만, 저널리즘·수익 모델 부재라는 측면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달라진 매체 환경과 콘텐츠 소비 행태 변화에 대응한 여러 언론사 실험에서 국내 언론사도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주 골자다.

무엇보다 언론사가 숏폼 동영상을 만드는 궁극적 목적은 흥미가 아닌 저널리즘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보고서는 “숏폼 동영상은 단순히 분량을 짧게 만들거나 눈길 끄는 영상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언론사가 숏폼 동영상을 만드는 궁극적 목적은 자신들의 저널리즘 활동을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지나치게 열광할 경우 주객이 전도될 우려도 있다는 사실을 늘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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