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의 '2022 세계언론자유지수'. 붉은색일수록 언론자유가 없는 나라다.
▲국경없는기자회의 '2022 세계언론자유지수'. 붉은색일수록 언론자유가 없는 나라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43위를 기록하며 지난해(42위)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은 42위, 러시아는 155위, 중국은 175위였다.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는 가혹한 언론인 탄압이 이어지며 176위를 기록했다. 언론이 생존할 수 없는 전 세계 최악의 언론탄압 국가는 북한(180위)이었다. 

문재인정부 임기 중 발표한 다섯 번의 언론자유지수는 2018년부터 매년 43위→41위→42위→42위→43위를 기록했다. 이는 과거 정부인 박근혜정부 시기(50위→57위→60위→70위→63위)와 비교할 때 높은 언론자유 지표이지만, 참여정부 시기처럼 30위권 진입은 이뤄내지 못했다. 문재인정부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제도개선을 이뤄내지 못했고, 지난해엔 여당이 언론보도 피해구제 강화를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하다 ‘언론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언론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디자인=이우림. 

국경없는기자회는 3일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며 한국‧호주(39위)‧일본(71위)을 가리켜 “거대 기업 집단이 미디어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지배력은 언론인과 편집국의 자기 검열을 부추긴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대주주가 된 이후 올해 1월 호반 관련 서울신문 기사 57건 삭제 사건이 대표적인데, 이런 사례가 올해 한국 순위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중국은 정보 통제 모델을 해외로 확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홍콩(148위)은 가장 가파른 순위하락(-68)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베트남(174위)과 싱가포르(139위) 또한 언론 통제를 강화했다”며 동아시아 상황을 우려했다. 이어 “필리핀(147위)에선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 등 정권 비판적 언론인들이 괴롭힘의 표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세계는 폭스뉴스 모델을 따르는 오피니언 미디어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허위정보 확산으로 점점 분열되고 있다. 권위주의 독재정권은 민주주의를 대상으로 선전전을 벌이고 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제한다”고 전한 뒤 “미디어의 양극화가 우리 사회를 높은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미디어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최악의 경우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자유지수는 180개 국가에서 일어난 언론자유 침해 사례를 정량적으로 조사한 뒤 국경없는기자회가 선별한 수백 명의 전문가를 상대로 123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 조사를 진행해 질적 연구를 더한 결과다. 언론자유지수가 ‘좋음’(85~100점, 녹색)인 국가는 노르웨이‧포르투갈 등 8개 국가에 그쳤으며 ‘양호’(70~85점, 노란색)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0개 국가였다. 세계에서 언론이 자유로운 나라는 50개국도 안 되는 셈이다. 반면 ‘매우 나쁨’(0점~40점, 빨간색)은 28개 국가로, 점점 증가세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언론자유를 ‘언론인이 정치적‧경제적‧법적‧사회적 간섭에서 자유롭고, 신체적‧정신적 안전에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공익을 위해 뉴스를 선택‧제작‧전파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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