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만들어진 뉴미디어 브랜드 ‘닷페이스’가 6년 만에 ‘해산’을 알렸다. 닷페이스는 기후위기, 성소수자, 동물권, 성범죄, 장애, 페미니즘 등 다양성 이슈를 독특한 형식으로 전달해왔다.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닷페이스는 다양한 (미디어적) 실험들을 해왔다. 닷페이스는 이제 해산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매체들이 새로운 실험들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닷페이스 로고. 사진출처=닷페이스 인스타그램.
▲닷페이스 로고. 사진출처=닷페이스 인스타그램.

 

▲2016년 8월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가 강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2016년 8월25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가 강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닷페이스는 2일 닷페이스 후원자를 뜻하는 ‘닷페피플’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해산을 알렸다.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는 이 메일을 통해 “지난 6년간의 여정을 끝내고, 2022년 여름 해산하기로 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소진되는 마음과 부족한 제 역량의 문제도 있었다”고 밝혔다.

조소담 대표는 “닷페이스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위기는 항상 있어왔고, 그때마다 여러 방법으로 돌파구를 모색해왔다”며 “독립 미디어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 닷페피플 멤버십을 도입했고, 콘텐츠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영상의 포맷을 바꾸고, 아티클 서비스를 만들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에 대해 사람들의 참여를 모으는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닷페이스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기적처럼 6년을 지속해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재정적 어려움과 소진되는 마음, 부족한 역량의 문제도”

조 대표는 “그러나 자원의 한계를 크게 느끼고, 이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었다”며 “매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고, 여기서 종료하는 일 역시 우리가 용기 내어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초부터 내부에서 닷페이스의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해산이라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며 “특히 닷페피플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조 대표는 “마지막 제 욕심으로는 여정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슬픔과 상실감만 느끼기보다, 함께 만들었던 장면들을 기억하고, 아쉬움을 나누고, 서로가 주고받은 영향들을 기억하며 다음을 응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닷페이스팀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그동안 수많은 지지와 응원을 통해 만들어온 결과물들을 잘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닷페이스팀은 5월까지 현재 취재 중인 콘텐츠를 모두 발행하고, 이후 신규 콘텐츠 제작은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닷페이스가 제작한 과거 기사와 영상은 이후에도 볼 수 있도록 채널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웹사이트에서도 그 기록을 남겨두겠다고 했다.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서울 퀴퍼 조직위 운영 권한 기증”

조 대표는 “닷페이스가 6년간 해온 일 중 의미 있는 사회적 자산으로 남길 수 있는 것들을 잘 남기고 공유하려 한다”며 “온라인 퀴퍼는 현재 서울 퀴퍼 조직위에 운영 권한과 캐릭터 등 관련 IP를 기증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닷페이스의 '온라인 퀴퍼' 관련 영상.
▲닷페이스의 '온라인 퀴퍼' 관련 영상.

온라인 퀴어퍼레이드란, 매년 6월에 개최되던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코로나 여파로 무기한 연기되자 인스타그램으로 열린 퀴어퍼레이드를 말한다. 닷페이스는 온라인 퀴어퍼레이드를 개최해 해당 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아바타를 선택하고 옷과 머리 등을 선택한 후 온라인 상에서 함께 퀴어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관련기사: ‘없던 길도 만든’ 닷페이스의 콘텐츠 액티비즘]

조 대표는 “개인적으로 저는 슬프고 아쉽기도 하지만,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며 “지난 6년간 제 인생에서 닷페이스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 문제를 일으키고, 변화를 가까이서 목격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동료들에게 많이 배웠고, 평생 아낄 기억을 함께 만들었다. 응원의 마음을 보내주셔서 정말 든든했다. 괴로워도 했지만 대체로 신나게 일했다. 저는 그 모든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며 “무모했고, 즐거웠고, 많은 사람들과 용기를 나눌 수 있었던 이 여정을 마무리한다. 공식적인 종료 인사는 이후 닷페이스 채널을 통해 다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