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6일자 SBS 보도화면.
▲2011년 3월6일자 SBS 보도화면.

“SBS 특종 보도입니다. 연예계의 추한 이면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장자연 씨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내일이면 장씨가 목숨을 끊은 지 꼭 2년이 되는데,  SBS가 장 씨가 남긴 50통의 자필 편지를 입수했습니다.”(2011년 3월6일 SBS 8뉴스) 

2011년 3월6일 SBS 보도의 파장은 컸다. 2005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일기처럼 구성된 230쪽 분량의 편지였다. SBS는 “장 씨는 자신이 접대한 상대가 31명이라며 이들의 직업을 기록했다.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뿐 아니라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까지 열거돼 있다”고 보도한 뒤 “공인 전문가에게 필적 감정을 의뢰했으며 장 씨의 필체가 맞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0일 뒤인 16일 “편지 원본 필적을 감정한 결과 장자연씨의 필적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기지방경찰청이 지목한 편지 작성자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제보자 전아무개씨였다. 조선일보는 SBS 보도에 ‘격분’했다. 당시 SBS 보도국장이 尹정부 첫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내정된 최영범씨다. 

SBS는 2011년 3월18일 ‘장자연 편지’ 오보 책임을 물어 최영범 보도국장을 보직 해임하고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최 국장은 논설위원 전보 명령을 받았다. 최금락 보도본부장은 “언론의 원칙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깊은 반성에 따른 것”이라며 해임 배경을 설명했다. SBS는 오보 사태 이후 기자들 요구를 수용해 ‘장자연 특별취재팀’ 구성에 나서기로 했으나 흐지부지됐다. 당시 이 사태를 ‘수습’한 최금락 보도본부장은 그해 9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SBS는 메인뉴스에서 “전 모 씨를 교도소에서 두 차례 만나 편지의 출처를 따졌다. 수형자가 3년 넘는 일상을 정확히 기록한 편지 230쪽을 고인과 유사한 필적으로 위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보도 경위를 밝혔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사로서의 한계 때문에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일단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고 장자연 씨 유족들에게 심적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최영범 국장은 당시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과수 발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년 3월17일자 지면.
▲조선일보 2011년 3월17일자 지면.

조선일보는 국과수 발표 다음 날인 3월17일 두 개 면에 걸쳐 SBS를 말 그대로 ‘폭격’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장자연 편지 소동은 정신분열증 증세의 교도소 수감자가 과대망상증으로 조작한 편지를 특정 이념에 편향된 세력이 특정 신문을 공격하려고 몇몇 언론에 건네주고 그걸 받아 일부 언론이 선정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회를 흔들며 특정 언론과 그 언론사 대표를 공격해 명예를 훼손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감정업체 1곳의 불분명한 감정 결과 하나를 근거로 단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다분히 고의적이라는 의심이 든다”는 익명의 변호사 발언을 보도했으며 “이 정도 초대형 오보를 내면 해당 방송사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물론 경영진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익명의 언론학자 발언도 보도했다. 당시 SBS 보도 책임자가 새 정부 홍보수석으로 왔으니 조선일보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한편 2019년 5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09년 조선일보가 ‘대책반’을 만들어 장자연 사건에 대처했으며, 수사 책임자였던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에게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2019년 5월20일자 SBS 보도화면. 
▲2019년 5월20일자 SBS 보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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