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검증 없이 ‘인플루언서’(influencer) SNS를 받아 쓰는 언론들이 또다시 오보 세례를 쏟아냈다. 직접 취재를 통해 검증하기보다 SNS에 올라오는 글을 우선적으로 받아쓴 뒤 또다시 올라오는 글로 첫 기사를 뒤집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보도 행태가 이어진다면 언론사와 독자들 간 신뢰가 깨지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독자들은 기사를 바라볼 때 기본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끝났을 것이라는 믿음을 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박현우 SNS 쫓아가며 자신들이 쓴 보도 뒤집어

시작은 ‘주먹이 운다’ 출신의 종합격투기 선수 박현우의 SNS였다. 박현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이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후 해당 소식을 접한 언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기사는 머니투데이였다.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29일 오전 9시49분 ‘주먹이 운다 출연 선수, 로또 1등 22억 대박…“연락처 바꿨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어 네이버 검색 기준으로 머니투데이를 포함 총 30개의 기사가 쏟아졌다. 유력 매체 가운데에서는 머니투데이 계열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 한국경제TV 등이 관련 보도를 했다.

상황은 단 이틀 만에 반전됐다. 박현우가 이번 소동을 두고 장난이라며 해명 글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 역시 박현우 SNS를 통해 알려졌다.

해명 글에 대한 보도는 조선일보에서 처음 이뤄졌다. 조선일보는 1일 오후 1시59분 ‘22억 로또 됐다더니…주먹이 운다 격투기 선수 “죄송, 장난친 거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후 2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총 19개의 관련 기사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몇몇 매체들은 자신들이 쓴 기사를 자신들이 뒤집는 모습을 보였다. 박현우가 당첨됐다고 주장했을 당시에는 그 주장을 그대로 인용 보도하고선, 자신이 아니라고 밝히자 후속 상황을 또 취재 없이 그대로 보도한 것. 조선일보, 머니투데이, 머니S, 위키트리, 톱스타뉴스 등이 대표적이다.

유명 인사들의 SNS가 취재를 위한 첫 출처가 될 수는 있어도 이에 대한 검증 없이 받아만 쓰는 것은 결국 ‘클릭 장사’를 위한 기사 배설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온라인 대응팀, 디지털 대응팀 출범 이후 연일 제기되는 문제가 이번 박현우 SNS를 통해 재발한 것.

▲왼쪽은 박현우 최초 SNS 관련 기사들, 오른쪽은 박현우 해명 SNS 관련 기사들. 사진=네이버 뉴스 검색 갈무리
▲왼쪽은 박현우 최초 SNS 관련 기사들, 오른쪽은 박현우 해명 SNS 관련 기사들. 사진=네이버 뉴스 검색 갈무리

“독자들은 첫 기사부터 검증 거쳤다고 받아들여”

온라인이지만 지면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는 행위는, 언론과 독자 간 신뢰를 깨트리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독자들은 기사를 두고 애초에 사실관계 검증이 됐다고 인식하는데, 이러한 원칙을 기자들 스스로 깨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민성 구글 뉴스랩부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독자들은 응당 팩트체크를 하고 기사를 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SNS나 커뮤니티 글이 기사화될 때 사실확인을 했으니 보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기자들은 그냥 베끼어 쓰기를 한다. 이 사이에서 엄청난 괴리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독자들은 언론보도이기에 사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특정 사람을 과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돈으로 혼내주는 ‘돈쭐’ 현상까지도 발생한다”며 “그러나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사실관계 검증이 됐다는 것을 무시하는, 독자들과의 수백 년 약속을 헤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러한 인용 기사일수록 팩트체크가 중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는 기사가 이 같은 기사의 유형인데, 그에 대한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팩트체크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예를 들면, 미국에서 팩트체크라는 게 나온 이유가 ‘후 새드 왓’(Who said what)과 관련한 인용 기사가 쏟아지면서였다”며 “그게 사실인지를 왜 따지자 했냐면 거짓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허위 정보는 의도가 있다. 이런 보도 유형은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자 하는 대상의 이익을 극대화해주는 것”이라며 “그래서 기본적으로 팩트체크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팩트체크나 사실확인을 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사라져 버리면 독자들이 뉴스를 보는 행위 자체가 파괴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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