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 등 6대 범죄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로써 검찰은 이제 ‘부패’와 ‘경제’ 분야에서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기로 해 수사 대상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100% 찬성으로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며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는 3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처리할 계획이다. 2일자 대부분의 아침신문은 1면에 이 소식을 다뤘다.

▲2일자 아침신문들 1면.
▲2일자 아침신문들 1면.
▲2일자 동아일보 4면.
▲2일자 동아일보 4면.

 

조선일보 “금태섭 이후 민주당에서 ‘소신 투표’ 자취 감춰”

본회의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168명 중 코로나19 등으로 불참한 인원을 뺀 161명 전원이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에 찬성하자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그동안 검수완박에 비판·우려 입장을 냈던 의원들도 예외 없이 찬성표를 던졌다. 2019년 공수처 설치법 표결 때 기권표를 던졌다가 공천에서 탈락하고 징계까지 받았던 금태섭 전 의원 사례 이후 민주당에서 ‘소신 투표’가 자취를 감췄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과거 고위공직자수사처 설립에 반대해 당으로부터 징계받았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처리’를 목표로 검수완박을 들고나왔을 때는 당내에서도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적지 않아다. 이상민·박용진·조응천 의원이 대표적”이라며 “지난달 12일 검수완박 의원총회 때는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의원들이 내용과 시기·방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2일자 조선일보 1면.
▲2일자 조선일보 1면.
▲2일자 조선일보 4면.
▲2일자 조선일보 4면.

조선일보는 “하지만 결과는 100% 찬성이었다”며 “당 안팎에서는 ‘금태섭 학습 효과’ 때문에 끝까지 소신과 양심을 따르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 찬성 당론에 반대했다 ‘배신자’로 낙인찍혀 징계를 받고 공천에서 탈락한 금 전 의원 사례가 일종의 지표가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보좌진의 성추문 문제가 불거진 뒤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 의원으로서 검수완박에 찬성하려다 반대 목소리를 낸 양향자 의원에 대해 조선일보는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양 의원의 복당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온다”고도 했다.

정의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정의당도 소속 의원 6명 전원이 찬성했다. 정의당은 불과 2~3주 전까지만 해도 ‘시기도 방식도 내용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졸속 추진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 정의당 전부가 찬성하자 ‘또 민주당 2중대’ ‘그러고도 서민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냐’는 비판이 터져나왔다”고 보도했다.

▲2일자 조선일보 사설.
▲2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반(反)민주 입법 폭주에 ‘100% 찬성’ 민주당을 보며’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당 의원 중 표결에 참석한 161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단 한 명도 이탈 표 없이 100% 찬성한 것”이라며 “검수완박 법안은 74년 동안 유지돼온 형사 사법 체계를 일거에 허무는 내용이다. 나라의 기본 틀을 바꾸는 것으로 헌법 개정에 버금가는 작업이다. 이런 중차대한 법안을 4월15일 발의한 지 보름 만에, 27일 본회의에 상정한 지 사흘 만에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상민, 박용진, 이소영 의원 등은 당 소속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는 꼼수까지 동원한 법안 처리 방식에 이견을 표시했다. 이처럼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은 못 하지만 내심 법안 자체와 졸속 처리를 우려하는 의원이 수십 명에 이른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표결 결과를 보니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던 의원들마저 찬성표를 던졌다. 자기 소신과 반대되는 표를 던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짐작이 간다”며 “금태섭 민주당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언행 불일치’를 비판하고 공수처법 국회 표결 때 기권했다가 2년 전 총선 때 공천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 당 강성 지지층이 금 전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정치신인인 상대 후보를 집중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검수완박에 내심 걱정하는 의원들도 소신 표결했다가 2년 후 총선 때 재선에 도전하는 길이 막히게 될까 걱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향해 조선일보는“김씨 왕조의 입장을 100% 뒷받침하는 북한 노동당 닮은 조직이 돼 버린 것”이라며 “이런 전체주의 정당이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수를 점하고 앞으로도 2년간 우리나라 국정을 쥐락펴락할 것이다. 나라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한겨레, 민주당 꼼수 비판하면서도 국민의힘 책임론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2개 법안이 나흘 간격으로 분리 처리되는 것은 야당 방해를 피하려고 민주당이 임시회기를 쪼개기한 결과”라며 “법사위 처리를 위한 꼼수 탈당에 이은 편법 가결로 다수당의 입법독주를 반복한 것”이라면서도 “검수완박 법안에 합의한 뒤 아무런 설명 없이 입장을 번복한 국민의힘도 책임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2일자 한국일보 사설.
▲2일자 한국일보 사설.
▲2일자 한겨레 사설.
▲2일자 한겨레 사설.

한국일보는 이어 “사법체계 근본을 다시 짜는 법안 처리에 절차적 논란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면 입법 취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검찰과 야당은 헌법재판소와 권한쟁의심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런 반발과는 별도로 법안을 막을 방법이 모두 사라졌다면 무조건적 반대, 강대강 대치보다는 국민권익 보호 입장에서 법안 내용을 수정하고 보안하는 현실적 대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꼼수 탈당, 회기 쪼개기 같은 편법을 동원한 더불어민주당의 속도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사흘 만에 합의안을 폐기하고 조정안마저 걷어찬 국민의힘은 스스로 명분을 잃었다”고 했다.

여야가 국회에서 싸우는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겨레는 “고비마다 충돌과 파행을 거듭할 텐가. 몸싸움과 욕설, 삿대질로 아수라장이 됐던 본회의장 모습이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싸늘한 시선만 더 강화한 것은 아닌지 여야 모두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은 과정에서라도 최대한 공론을 반영할 지혜를 모아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기재부 출신 요직 대거 등용에 동아일보 “그냥 넘길 일 아냐”

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을 임명 등 인사를 발표했다. 경제수석에는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임명됐는데 언론들은 ‘모피아’(이전 재정경제부 출신 인사들을 지칭하는 말)가 많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경제수석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장, 국무총리, 경제부총리까지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꾸려졌는데, 이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경제 원팀’이 정책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기재부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2일자 동아일보 5면.
▲2일자 동아일보 5면.
▲2일자 동아일보 사설.
▲2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도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며 “모피아는 재경부(MOFE)와 이탈리아 범죄 조직인 마피아(MAFIA)를 합친 말이다. 이들은 과거 한국 경제의 개발 단계에서 공도 있지만 경제의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온 이후에는 관치에 사로잡혀 오히려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모피아들이 끼리끼리 뭉쳐 경제 각 분야를 쥐고 흔든다면 관치의 폐해가 고스란히 되살아날 것이다. 이미 금융계는 모피아 출신들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자리를 차지하며 관치 금융으로 회귀한 지 오래다. 정부 산하 기관들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모피아 낙하산이 줄줄이 내려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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