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가족부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뒤늦게 보도됐다. 연합뉴스의 1일자 보도를 기점으로 여러 언론사의 기사가 잇따랐는데, 같은 내용을 두고도 매체별 초점의 차이가 눈에 띈다.

여성정책연구원 설문조사는 지난 15일 ‘KWDI브리프’ 보고서로 공개됐다. 올해 1월 5일~20일 전국 만 18~69세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여성가족부 사업 인지도, 역할 수행 평가, 강화할 기능 등을 물어본 조사다.

조사 결과 4점 척도의 항목별 평균 점수는 여성가족부 사업 인지도가 2.53점, 주요 사업 필요도 3.02점, 역할 기능 수행 평가 2.25점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의 주요 사업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역할 수행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다.

여성가족부 역할·기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성평등한 사회 구조 변화보다 여성 지원에 치중해서(49.5%) △성차별 문제 발생 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39.5%) △공직사회 성희롱·성폭력 발생 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해서(36.8%) 순으로 높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KWDI 브리프로 공개된 여성가족부 사업 관련 인식 조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KWDI 브리프로 공개된 여성가족부 사업 관련 인식 조사

남녀 모두 여성가족부의 성폭력·성차별 대응을 아쉽다고 본 점도 눈에 띈다. 부정평가 이유로 남성은 △성평등한 사회 구조 변화보다 여성 지원에 치중해서(61.8%) △성차별 문제 발생 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36.0%) 응답률이 높았다. 여성은 △공직사회 성희롱·성폭력 발생 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해서(45.8%) △성차별 문제 발생 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43.7%) 순이다.

중점을 두고 강화해야 할 여성가족부 기능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 48.5%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지원’을, 47.4%가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47.4%)를 꼽았다. ‘아이돌봄·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가족 지원’(38.4%)도 뒤를 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상위 3개 응답도 이 항목들로 구성됐다. 다만 최우선순위의 경우 남성은 여성 경제활동 참여 지원(43.9%), 여성은 다양한 가족 지원(42.3%)을 꼽았다. 여성가족부 이름을 바꾸면 들어가야 할 단어는 △양성평등(37.1%) △가족(34.3%) △인권(26.4%) △평등(25.4%) 순이다.

연구원은 전체 결과를 두고 “여성가족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여성보다 남성, 특히 20대 이하 남성에서 높지만, 여성도 절반 정도는 여가부가 현재 우리사회에서 요구되는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어, 특정 성별·연령 집단만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부정적 평가의 이유를 보면, 대체로 여가부가 성차별·성폭력 문제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 여성 지원보다 성차별적 구조 개혁에 초점을 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이며 이는 여가부 사업 자체의 조정보다는 현재 부처의 기능을 보다 충실히 수행하고, 사업 추진 방식에서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는 요구”라 해석했다.

▲5월1일 포털 다음 뉴스 검색 결과 갈무리
▲5월1일 포털 다음 뉴스 검색 결과 갈무리

이 조사 결과는 공개된 지 17일 만인 1일 연합뉴스 보도를 기점으로 여러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다. 연합뉴스는 ‘국민 60% “여가부 제 역할 못해”..80% “여가부 기능은 필요”’라는 제목으로 조사 결과를 전했다.

이후 같은 조사 결과를 다룬 매체들은 절대 다수가 여가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제목에 썼다. 1일 오후 5시30분(다음 뉴스) 기준 12개 매체 중 6곳이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대목을 앞세웠다. △한국경제TV(국민 10명 중 6명 “여가부 제 역할 못해”) △국회뉴스(국민 60% “여가부 제 역할 못해”) △매일신문(국민 10명 중 6명 “여가부 제 역할 못한다”) △미디어펜(국민 10명 중 6명 “여가부 제 역할 못해”) △문화일보(국민 60% “여가부 제 역할 못해”..주요 사업 인지도도 낮아) △세계일보(“여성 지원에 치중” 현 여가부 역할 수행 ‘부정적’) 등이다.

반면 긍정 평가를 제목에 쓴 매체는 3곳에 그쳤다. △SBS(“국민 80% 여가부 기능 필요..여성경제활동 지원이 중요”) △경향신문(시민 10명 중 7명 이상 “여가부 주요 사업 필요하다고 생각”) △뉴스1(20대男도 “여가부 사업 필요”..주요사업 12개 중 11개 ‘동의’) 등이다.

연합뉴스(국민 60% “여가부 제 역할 못해”..80% “여가부 기능은 필요”)를 비롯해 헤럴드경제(국민 60% “여가부 제 역할 못해”..“기능은 필요” 80%), OBS뉴스(국민 80% “여가부 역할 부족하지만 기능은 필요”) 등 3곳은 긍정·부정 평가를 함께 제목에 썼다.

이날 조사 결과를 다룬 거의 모든 언론이 ‘이대남’ ‘이대녀’ 등 소위 ‘성별 갈라치기’를 촉발했다고 지적된 신조어를 쓰지 않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제목에 ‘20대남’을 특정한 매체는 뉴스1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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