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향한 ‘규제’ 논의가 뜨겁다. 일각에선 강경한 규제를 요구하고, 반대편에선 ‘자율규제’로 풀어야 한다고 맞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과도한 규제를 막고 자율규제를 하는 데는 당위성이 있지만 ‘자율규제로 지금까지 해결된 게 있느냐’는 물음에는 명확히 답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방치된 혐오-온라인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유승현 경희대 객원교수는 ‘협력적 자율규제’를 대안으로 마련해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플랫폼을 연구해온 학자인 유승현 객원교수를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협력적 자율규제’의 구체적인 내용과 포털,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정책 방안을 들었다.

▲ 유승현 경희대 객원교수.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유승현 경희대 객원교수.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제도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기존에 있었던 미디어 영역처럼 바라보는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기존의 미디어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플랫폼으로 볼 것인가. 디지털 중심의 플랫폼 기업이나 서비스들을 신문과 방송과 같은 레거시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 무엇이 다른가.
“유튜브 플랫폼을 예로 들면 이용자가 생산자로 참여하는 미디어다. 이용자 중심적 미디어이고 개인화돼 있고, 플랫폼이 개인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는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가 주류가 되고 더 가속화될 게 분명하다. 이용자 중심, 플랫폼 중심 모델을 논의해야 한다. 더구나 포털, 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양한 성격의 미디어와 다양한 시장을 하나의 영역으로 정의하기도 힘들다. 모든 시장을 하나로 보고 재편하려고 하면 현실과 맞지 않은 규제 모델이 나오게 된다.”

- 온라인상의 사이버불링 문제를 조명한 토론회에서 ‘협력적 자율규제’ 모델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전부터 논의가 돼온 모델이다. ‘협력적 자율규제’라는 이름을 보고 자율규제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자율규제와는 다르다. 협력적 자율규제는 새로운 관점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시장을 마음대로 풀어놓자는 건 아니다. 시장에 맡기면 폐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력적 자율규제’는  자율규제 성격을 갖고 있지만, 사업자와 정부, 그리고 이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 유튜브 공간에서 사이버불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 유튜브 공간에서 사이버불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 정부의 역할이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정부는 감시와 관리의 역할을 하고 사업자와 이용자가 룰을 만드는 거다. 공동규제 모델보다는 자율규제에 가깝고, 자율규제보다는 공동규제에 가까운 성격이다. 정부가 직접 규제를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레거시 모델이 된다. 정부는 직접 개입하는 대신 거버넌스 체계를 구성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협의회를 만들고 관리하면서 정책 입안자, 사업자, 이용자 대표가 포함이 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게 정부의 최종 목표라고 본다.”

- 정부가 이처럼 일정 부분 개입을 하면 어떤 측면에서 ‘자율규제’보다 효과가 있을까.
“사업자들은 이용자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려 한다. 인터넷이나 디지털 기업들이 이용자의 입장을 어디까지 반영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거버넌스 모델 속에서 이용자 목소리 반영이 잘 이뤄지지 않는지 정부가 주기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협력적 자율규제 모델을 통해 사업자와 이용자의 목소리를 대등하게 만들고, 이 거버넌스가 움직이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방통위는 ‘이용자 중심 생태계’ ‘이용자 주권’이라는 말을 하지만, 구체적으로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돼 있지 않다. 이처럼 상징만 남고 실천적 대안이 없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 모델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 유튜브의 혐오표현이나 사이버불링 문제 대처를 어떻게 평가하나.
“유튜브 내부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부족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디지털 영역은 모든 것을 모니터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용자들의 신고나 감시 영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이걸 제도적으로 갖추게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신고를 받아서 처리하지만 여전히 신고가 어렵다고 한다. 불법 유해 콘텐츠에 대한 신고 제도에 있어 이용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에 가이드라인 제정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거나,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협의체를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에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다니거나, 알고리즘이 하니 문제 없다거나 충분히 노력한다는 얘기는 더 이상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 반대 입장에선 유튜브가 이미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고, 영상 삭제 등 제재 건수가 많다고 지적한다.
“투명성 보고서가 가진 수치나 상징성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다. 유튜브는 트렌드가 계속 변화하고 있다. 투명성 보고서 하나로 유튜브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고 하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없다. 더 공개하고, 투명하게 얘기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납득을 할 수 있다. 투명성 보고서가 있지만 우리나라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노력이 부족한 거다. 미국처럼 인종차별이 심한 곳은 그 목소리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한국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공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수많은 인신공격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상황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 민주당이 포털의 뉴스 배열을 금지하고 아웃링크를 강제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민주당 안을 추진한다고 해서 포털이 당장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휴평가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사 문제도 있고, 사실 이용자 문제도 있다. 복잡한 현실을 법 하나로 풀겠다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어느 날 갑자기 포털 뉴스 서비스가 사라진다면 당혹스러울 거다. 작년에 내놓은 바우처 법안처럼 급진적 정책을 펴게 되면 포털에 더 종속적인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현재의 제도를 보완하면서 언론에 대한 지원과 이용자를 위한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대한 논의는 두 가지로 나뉜다. 현재와 같은 구조를 유지하자는 입장이 있고,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저는 후자에 가깝다. 제휴평가위를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자율규제기구처럼 운영하기에는 권한이 너무 크다. 더구나 네이버와 다음은 발 빼고 위원들을 앞세운 결정을 하고 있다. 포털이 더 앞에 서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포털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나.
“언론사 기사의 품질이 떨어지는 건 기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태계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포털에 문제가 있다. 기자들이 하루에 기사를 10개씩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주느냐가 핵심이다. 포털은 이런 역할을 한 적 없다. 포털 자체도 디지털 미디어지만 뉴스 부문에 한해선 기성 언론과 마찬가지의 미디어 사업자로 규정하고 동일하게 책임을 부여하되, 필요한 게 있으면 지원을 해주겠다는 방향의 정책이 적절하다고 본다. 방송처럼 완전한 공공성을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모델로서 사회적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 새 정부의 디지털 미디어 정책에 대한 입장은.
“새 정부 들어 ‘시장중심’을 강조하는데 위험한 생각이라고 본다. 그러면 예상되는 그림은 해외 사업자들이 영역을 넓혀갈 것이고, 여러 사업자들이 경쟁하고, 그 결과 누군가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그때는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거시미디어처럼 접근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시장중심적인 면을 견제할 수 있는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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